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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고밸류 시대'의 종언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22-06-27 13:39:07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4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가 심각하다. 상반기 신규 IPO 건수는 전년 동기 3분의 1인 46건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1곳에 불과하다. 반년 사이 너무나도 달라진 분위기에 발행사와 투자자 모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많은 전문가가 금리 상승을 원인으로 꼽는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과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9개월 사이 기준금리를 125bp나 인상했다. 증시에서 넘쳐나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일각에선 올해 1월 13조원을 공모한 LG에너지솔루션이 주범이라고 얘기한다. 아직도 수조원의 자금이 보호예수로 묶여있는 탓에 증시 입성을 노리는 후발 주자들이 투자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리 상승과 LG에너지솔루션이 IPO 시장 다운사이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예비 상장사의 과도한 밸류 산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올해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 기업은 모두 시장의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는 공모가 밴드를 제시했다. 수요예측 전 IR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침체된 업황과 분위기를 인지했음에도 기존 가격을 고수했다.

시장의 시그널을 외면한 결과는 뼈아팠다. 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서조차 목표 수요를 모으는데 실패했고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공모주 펀드 수요는 비교적 풍부했다. 만약 이들이 납득할만한 밸류를 제시했다면 증시 입성은 충분히 가능했다.

공교롭게도 판단 미스를 유발한 요인 중 하나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무려 1경5000조원을 모으는 광경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생긴 환상이 냉철함과 객관성을 잃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영진과 재무적 투자자의 과욕도 문제였다. 일례로 SK쉴더스와 원스토어는 고위급 임원이 목표 단가를 사전에 확정한 후 '이 가격 밑으로는 절대 불가하다'는 지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꿈과 현실의 괴리가 일시적인 인지부조화를 일으킨 것이 아닌지 싶다.

유례없는 부침을 겪고 있다고는 하나 올해 IPO 시장이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금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쏘카를 필두로 케이뱅크, 현대오일뱅크, 골프존카운티, 더블유씨피, 수산인더스트리 등 여러 빅이슈어가 하반기 공모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앞선 사례가 이들 대어에게 충분한 학습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무분별한 고밸류로 상장을 밀어부치는 곳이 있다면 이 얘기를 꼭 하고 싶다. 잔치는 진작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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