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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움직인다]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작심 발언, 배터리 사업 함의는①최윤호 사장 유럽 출장에 동행...삼성SDI 전략 변화 예고

조은아 기자공개 2022-06-23 07:40:13

[편집자주]

삼성SDI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완성차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했고 5년 만에 대표이사도 교체했다. 그간 소극적 행보 탓에 삼성그룹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큰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봤을 때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더벨이 삼성SDI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1일 08:0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갔고 고객사 BMW도 만났고 인수한 전장회사 하만카돈도 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박12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평소와 달리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기술'과 '반도체'를 재차 강조했다는 사실과 함께 이날 특히 눈에 띄는 발언이 있었다. 바로 배터리 사업을 언급하며 관련 방문지를 따로 밝혔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의 말 한마디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크다. 그가 공식석상에서 내놓는 말은 사전에 어휘 하나하나를 놓고 조율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이번 발언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볼 때 삼성그룹의 배터리 사업 전반에서 전략 변화가 감지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간 삼성그룹이 배터리 사업에 큰 관심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경쟁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증설에 나서는 사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움직임이 많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다른 2개 회사가 경쟁적으로 증설 계획과 수주 확보 사실을 밝힐 때 발표를 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업을 진행했던 점 역시 삼성SDI의 행보를 소극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최근 2년 사이 삼성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을 때 배터리 사업이 언급되지 않으면서 기존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열흘 만에 3년 동안 2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배터리 투자 계획이 빠졌다.

앞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투자 계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려 45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었지만 배터리 얘기는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들이 발표하는 투자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투자 계획을 상세히 밝힐수록 전략 유출 등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숨길 건 숨기고 강조할 건 강조하는 방식으로 가공해 발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히려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부분에 더 전략적으로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실제 삼성그룹이 이번 투자 계획을 밝힐 때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업은 반도체, 바이오, IT 사업뿐이었다. 대표로 충분히 이름을 올릴 만한 사업이었던 만큼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사업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꾸준히 조용하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펼쳐왔다"며 "사실상 전기차 배터리는 기술과 자본의 싸움인데 2가지 모두 삼성SDI가 경쟁사와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 만큼 앞으로는 한층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삼성SDI의 변화를 외부에 보여주는 시그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변화의 분위기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최윤호 사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점과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설립하며 미국에 진출한 점 역시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SDI는 무려 5년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최윤호 사장은 미래전략실 출신의 재무 전문가로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에도 단순 세대교체의 의미를 넘어 삼성SDI의 기조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번 출장길에 최윤호 사장을 비롯한 삼성SDI 경영진이 동행한 사실을 놓고는 내부적으로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이번 출장에서 최 사장을 비롯해 삼성SDI 경영진이 BMW 경영진과의 회동을 통해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급 협상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2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었지만 최근 급성장한 SK온에 밀려 3위로 뒤처졌다. 처음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건 2000년으로 LG화학에 이어 국내 두 번째였다. 2000년 천안에 월 220만개 규모의 소형 2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완공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건 10년이 지난 2010년이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향한 안팎의 관심이 매우 컸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내놓은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2010년 3월 서울 이태원 승지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태양광과 자동차 배터리,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당시 LG화학과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얼마 뒤 울산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준공됐다. 그러나 이후엔 예상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2015년 중국 시안, 2017년 헝가리 괴드에 각각 공장을 세우며 생산거점을 확대했고 한동안 침묵하다가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에 진출했다.

현재 생산 규모를 살펴보면 국내 울산공장 9GWh(기가와트시)과 헝가리 괴드공장 24GWh, 중국 시안공장 8GWh다. 헝가리 괴드공장의 경우 올해 증설로 생산규모가 37GWh(기가와트시)로 늘어난다.
헝가리 괴드공장 전경<제공=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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