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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승부수 띄운 삼성, 배터리도 반도체처럼 '2030'? 삼성SDI,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른 2027년 양산 목표…주요 쟁점 살펴보니

김혜란 기자공개 2022-06-24 13:12:35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한국을 먹여 살리는 3대 국가대표 산업이다. 정부도 중요성을 인식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비메모리를 키워야 하는 반도체, 중국의 추격을 받는 디스플레이, 개화하는 시장에서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배터리 업계, 모두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 빠르게 치고 나가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밀릴 수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장비업체들이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진단하고, 미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기술 로드맵은 리튬이온배터리를 넘어 전고체까지 나와 있다. 그렇다면 현재 리튬이온배터리가 주류인 시장에서 차세대 기술로의 전환은 언제 이뤄질까. 업계에선 국내 배터리 3사 중 전고체 기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삼성SDI의 양산 가능 시점에 주목한다.

삼성SDI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2030년)보다 3년이나 앞서 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에선 삼성SDI의 계획대로 되더라도 전고체 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최소 203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약속한 시점과 같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2030년 전후가 삼성 전자 계열사 주요 사업들이 큰 변곡점을 맞는 시기가 되는 셈이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2027년 양산 가능할까

전고체는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에 적용되는 액체 형태 전해질이 고체로 바뀐 것이다.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따른 화재·폭발 위험성이 있는 액체 전해질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제품이다.

전고체는 전해질 종류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있으나 삼성SDI가 집중하는 건 음극재가 없는 황화물계 전고체(황화물을 고체 전해질로 사용)다.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서 음극을 없애 에너지 밀도를 높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개발까지 넘어야 할 난제가 많아 5년 안에 실제 양산이 가능할지를 두고는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삼성SDI에서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삼성SDI가 (전고체) 투자를 진행해 2027년까지 물건을 주기로 약속한 고객사가 있다"며 "전고체 기술이 어렵지만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계획대로 5년 후부터 전고체가 양산되기 시작하면 전고체가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을 조금씩 차지해나가고 기존 시장 판도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점은 예상보다 늦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SDI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고 해도 완성차 업체들이 안전 관련 테스트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여기에 더해 배터리 제조사가 램프업(생산력 향상 과정)하는 기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3년은 더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메인 엔진인 데다 사람의 안전과 직결돼 있어 전고체가 개발됐다고 해서 완성차 업체들이 바로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고체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일정 기간 리튬이온배터리와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2030년이 돼도 전고체 배터리 탑재량이 전체 시장 수요(3254GWh)의 4%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인사는 "삼성SDI에서 가져가려는 타임라인대로 된다고 해도 라인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점은 203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며 "그래서 지금의 리튬이온배터리 사업이 전고체 때문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거나 확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튬이온전지 vs. 전고체전지 비교(출처:LG사이언스파크)

◇개발 진행 상황은…'3사 3색' 승부수

다만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보다 더 빨리 전고체 양산이 가능하다고 공언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배터리 3사 중 전고체 연구·개발(R&D) 역사가 가장 깊다. 삼성은 2008년부터 전고체 연구를 시작했다. 처음엔 삼성 일본연구소(SRJ)와 삼성종합기술원이 공동으로 맡다가 기술적 진전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삼성SDI가 사들여 바통을 이어받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는 매출이 안 나오는 분야라 처음부터 삼성SDI 내부에서 R&D를 했다면 리소스가 많이 투입되지 않았을 텐데 외부에서 별도의 '기술 부대'가 지속적으로 연구했고 사업화가 가능한 단계로 기술력이 올라온 시점에 삼성SDI가 인수한 것"이라며 "덕분에 15년 이상 꾸준히 기술개발이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3사 모두 2030년 전후 전고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린다는 타임라인을 짰단 점은 같다. 그러나 목표 달성까지 어떻게 다가갈지는 '3사 3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마곡 R&D 센터가 전고체 기술 개발을 주도하되 국내·외 주요 대학·연구기관과 차세대 배터리 R&D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나 SK온과 달리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등 두 종류의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단 점이 특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구조가 비슷해 상대적으로 개발 난이도가 낮은 고분자계를 2026년 먼저 상용화하고, 황화물계는 2030년 양산한다는 그림이다.

SK온의 경우 대전배터리연구소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고체 배터리 기술 기업 미국 솔리드파워(Solid Power)에 3000만달러(약365억)를 투자하기도 했다. LG와 마찬가지로 미국 조지아 공대(조지아텍) 연구팀, 노벨화학상 수상자 존 굿이너프(John Goodenough) 미국 텍사스대 교수 등과의 산학 협력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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