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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라이트론의 야심찬 목표, 국내 광통신 '점유율 60%'②이득주 연구소장 "대용량 신제품 개발,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

대전=구혜린 기자공개 2022-06-28 08:50:53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10: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광 트랜시버 시장에서만큼은 시장점유율 60%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TOP) 10' 회사를 만들어보겠다."

이득주 라이트론 광전자연구소 연구소장(부사장)은 대전 대덕산업단지 내 위치한 라이트론 본사 사무실에서 더벨과 만나 회사의 중·장기적인 비전에 대해 피력했다.

이 부사장은 라이트론의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충북대 정보통신공학과 석사 출신인 그는 LG정보통신 연구원과 에치에프알 개발 이사를 역임하고, 지난 2017년 라이트론 '광전자연구소'에 합류했다. 이듬해 부사장으로 전격 선임되면서 라이트론 핵심부서인 광전자연구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목표치는 야심차게 느껴진다. 국내 광 트랜시버 시장은 4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에서 라이트론이 차지하는 비중(지난해 연결 매출액 기준)은 400억원으로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60%로 늘리겠다는 게 라이트론의 목표다. 전체 시장에서 해외 업체 비중이 70%에 달하므로 사실상 경쟁업체는 해외사다.

◇대용량 광트랜시버 개발 투자, IDC 시장 뚫는다

시장점유율을 50%포인트(p)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은 첫째도 기술력, 둘째도 기술력이다. 라이트론은 5G 시대로 진입하면서 모바일 네트워크의 데이터 레이트가 늘어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50Gbps(초당 기가비트), 100Gbps 트랜시버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200Gbps, 400Gbps, 800Gbps 트랜시버는 국책 과제에 참여해 선행 기술을 습득했다.

100Gbps 이상의 대용량급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데이터센터 공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종의 '서버 호텔'로 불리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서버 내 콘텐츠를 목적지까지 배달하는 일을 담당하는 거대 인프라다. 고품질 네트워크 장비를 대거 갖추고 있는데, 이 장비들에 대용량 광 통신 부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광통신 장비사 입장에서 IDC는 기회의 땅이다. 국내 통신 3사 및 NHN 등 ICT 업체들은 최근 상업용 IDC 사업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자체 서버를 갖추고 있기보다 IDC에 의뢰하는 걸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등에 따르면 2017년 2조원 안팎에 불과했던 IDC 시장 규모는 올해 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개발사들은 IDC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광통신 장비 시장에서 IDC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0%다. IDC 운영사들이 서버나 스위치 장비 자체를 대부분 해외에서 직수입해 쓰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국내 광 트랜시버 업체들은 진입 기회조차 엿보지 못하고 있다.

라이트론은 미래를 내다보고 사전 준비에 나선 상태다. 시장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용량 트랜시버 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득주 부사장은 "제품 개발은 시장을 보고 뛰어드는 것인데, 개발 자체가 투자이기 때문에 시장이 불확실하면 아무래도 소극적이 된다"며 "과감한 투자가 여태까지 부족했었다고 보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IDC 서버에 쓰이는 트랜시버는 단가가 높아 공급사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부사장은 "광 트랜시버의 가격은 파장 속도와 전송거리, 파워버짓, 분산특성별로 다르지만,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용 트랜시버는 데이터 속도가 높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단가가 높다"며 "100Gbps 광 트랜시버가 700만~800만원, 400Gbps는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IDC 공략은 광통신 업계에 오랜기간 몸담은 이 부사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고속 트랜시버 개발 등 실증과제 등을 제안 중이다"라며 "데이터센터에서 외산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고, 국내 광 트랜시버를 공급하는 것은 광통신 업계 종사자로서 꼭 이뤄야 하는 업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트론은 제29회 광전자 및 광통신 학술회의(COOC 2022)에서 광 트랜시버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전송거리 패널티 無' 광트랜시버 신제품 개발 성공

이 부사장의 주장은 '호언'이 아닌 듯하다. 라이트론은 최근 광 트랜시버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5G 광통신망에 25Gbps 광 트랜시버를 사용하되, 전송거리에 한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PAM4(Pulse Amplitude Modulation 4-level) 변조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라이트론은 이 연구 결과로 광전자 및 광통신 학술회의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5G 서비스는 장거리 전송시 1550나노미터(nm) 대역을 쓴다. 하지만 이 대역의 근적외선 파장은 색 분산 특성을 갖고 있다. 25Gbps 광 트랜시버를 보편적인 변조 방식(NRZ, Non-Return to Zero)을 적용해 사용하면 광신호가 왜곡되면서 전송거리에 한계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분산 특성에 취약해지는 것이다.

PAM4 변조 방식을 적용하면 25Gbps의 속도로 20km 전송이 가능하다. 이득주 부사장은 "광 파이버 내에서의 전송거리를 2배 이상 확장해 25Gbps급 프론트 홀 망을 구현할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통신사가 5G 전송거리로 문제를 겪을 때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 양산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그간 라이트론이 개발 환경을 끌어올리는 데 힘쓴 결과다. 라이트론은 전체 인력의 26%에 달하는 42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력 연구원이 희소한 광 통신 장비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한 숫자다. 이 부사장은 "42명 연구인력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5년 전과 비교해서 2배나 늘어난 것"이라며 "연구원 채용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시장점유율 60%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치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게 현재 중국 업체들인데, 중국도 인건비가 인상되면서 제품 가격 면에서 한국 업체가 밀리지 않는 상태"라며 "무엇보다 한국은 사후 지원과 제품 신뢰 측면에서 강점이 있으니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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