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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의 우연과 혁신

이우찬 기자공개 2022-08-09 08:10:09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8일 14:22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세계 최대 가구기업 이케아의 성공 비결로 '우연'을 꼽는다. 이케아의 정체성으로 통하는 조립식 가구는 1950년대 한 직원이 테이블을 차 트렁크에 싣기 위해 고민하다 다리를 떼어낸 우연에서 비롯됐다. 조립식 가구는 물류와 재고 등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혁신으로 이어졌다. 2018년 91세로 별세한 잉바르 캄프라드 이케아 설립자는 이 같은 우연에 값싼 가구를 더 많은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가치를 불어넣은 인물이다.

삼양식품 불닭면(불닭볶음면)의 성공에도 우연의 요소가 있다. 불닭면은 2012년 출시 당시 먹을 수 없을 만큼 매운 맛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2014년 한 외국인 유튜버의 불닭면 도전 영상은 삼양식품을 수출기업으로 변모시킨 나비효과의 시작이었다. 출시 5년이 지난 2016년 유튜브에서는 '불닭면 먹기 도전' 영상이 들불처럼 번졌다. 잠재력을 간파한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90개국에 수출되는 불닭면은 출시 10년만인 올해 누적 판매량 40억개를 달성했다. 전 세계 인구 2명 중 1명이 불닭면을 맛본 셈이다.

이처럼 삼양식품의 체급을 키운 혁신 요소가 불닭면이라면 체질을 뜯어고친 건 사람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공략으로 사업 방향 추가 기울자 글로벌 영업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기업설명회(IR)가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작년 3월 영입된 장재성 대표이사 부사장의 미션 중 하나는 IR 시스템 확립이었다. 장 부사장 지시로 꾸려진 IR팀은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격상됐다. 삼양식품이 외부 기관을 상대로 IR을 진행한 건 올해 6월이 처음이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문용욱 상임 고문은 개혁성향의 정치인 출신 기업가로 ESG 경영 혁신을 주도했다. 불닭면에 힘입어 급격하게 성장했으나 2010년대 후반 오너일가 비리 등 비재무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에서 이사회 개혁 등 적극적인 변화를 수용할 것을 경영진에 주문했다고 한다. 삼양식품은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이지만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설치하며 체질 개선을 이뤄나갔다.

삼양식품의 올 3월 말 기준 임직원 수는 2015년보다 729명 증가했다고 한다. 몸집이 불어나고 체질이 개선되자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연약한 체격을 지닌 이가 근육을 키우고 건강을 유지하면서 완전히 다른 인물로 거듭난 것과 비슷하다. 유튜브 영상이라는 우연의 씨앗은 삼양식품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필요한 체급과 체질 개선을 낳은 혁신의 요소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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