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28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기업의 선택지 중 하나는 사업다각화다. 실패하면 경영 위기가 심화되는 위험이 따르지만 성공할 경우엔 단숨에 위기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연이비앤티의 사업다각화 행보가 눈에 띈다. 상장폐지 문턱에 놓인 상황에서 대양홀딩스컴퍼니라는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이한 이후 사업체질 개선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에 무려 23개의 신규사업 항목을 추가하고자 했다.
신규사업 면면은 화려하다. △2차전지 △희토류 △폐배터리 재활용 △태양광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블록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요 근래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테마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기존 사업인 전자제품전문생산(EMS)과는 연관이 없다.
비록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지만 새 최대주주인 대양홀딩스의 연이비앤티 활용 청사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만약 다음 주총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에 신규사업이 추가되고 상장폐지 리스크도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나면 대양홀딩스는 청사진 실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새로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나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야 하지만 현재 상장폐지 갈림길에 놓인 연이비앤티 입장에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결국 대양홀딩스의 자금 지원을 토대로 인수합병(M&A)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양홀딩스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연이비앤티 투자 취지나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통상 대다수 기업이 M&A 투자 이후 시장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자신들의 청사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소액주주 사이에선 대양홀딩스의 진정성과 자금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에 알려진 정보 역시 많지 않다. 2020년 4월부터 유가증권 상장사 대양금속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유의미하다. 대양홀딩스 최대주주는 지분 96%를 보유한 만 73세의 이옥순 대양홀딩스 대표다. 이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 율호에서 사외이사로 몸담은 이력이 있고 폭넓은 재무적투자자(FI)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이비앤티 소액주주들은 누구보다 투자 실패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다. 현재의 경영 위기 역시 사실상 직전 최대주주인 연이홀딩스가 추진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 실패에서 비롯됐다. 그 여파로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이 2019년 131.5%에서 2020년 800.6%로 나빠졌을 정도였다. 지난해 회계감사에선 의견거절까지 받았다.
게다가 현재는 상장폐지 위기라는 절벽 끝에 내몰린 상태다. 어쩌면 마지막 사업다각화 기회일 수도 있다.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영진 움직임 하나하나에 소액주주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대양홀딩스의 진정성 있는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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