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0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제 LG트윈스 티켓 구하기 어려워지는 건가요?"얼마 전 LX그룹 계열사 관계자에게 묻자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야구에 별 관심이 없다는 이 관계자는 LG그룹에서 LX그룹으로 바뀐 뒤 현실적으로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다고 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는데 뭐그리 달라질 게 있겠냐는 얘기였다.
걱정거리는 따로 있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였다. "우리같은 사람들이야 상관없지만 사회초년생들에겐 네임밸류가 중요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라는 그의 말에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최근 LX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친족 독립경영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구본준 회장이 LG그룹 계열사 5개를 들고나온 지 1년 2개월여 만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구 회장에겐 인생에서 가장 긴 1년 2개월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처음으로 '내 그룹'을 이끄는 데 따른 감정적 소요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설렘과 부담, 긴장과 여유, 자신감과 좌절감 온갖 양가감정이 들었을 거다.
많은 일이 있었다. 함께 LX홀딩스를 이끌던 송치호 사장이 떠났고 빈자리는 노진서 부사장이 채웠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0개월 만의 사임이라는 점에서 바깥에서 알기 어려운 성장통이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만 들 뿐이다.
한샘 인수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고 한국유리공업과 포승그린파워를 인수했다. 최근엔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아들 구형모 전무는 지난해 상무에 오른 지 1년도 되지 않아 승진했다.
이 모든 행보에서 구 회장의 고민이 읽힌다. LG그룹만큼은 힘들겠지만 최대한 규모도 키우고 싶을 거고, LG그룹의 전자나 화학처럼 그룹을 대표하는 사업도 만들어 LX그룹만의 색깔도 내고 싶을 거다. 아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이, 하루라도 더 빨리 가르치고 싶은 부정(父情)은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문득 지난해 LX그룹 출범을 열흘 앞두고 썼던 칼럼을 다시 꺼내봤다. 당시 수십년을 형을 보좌하는 자리에만 머물렀던 구 회장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여러 모로 어깨가 무거웠을 구 회장의 고민을 조목조목 추정해 나열해봤다.
그간 움직임을 봤을 때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룹을 키우는 문제나, 승계 문제나,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는 문제나 완전히 해결된 고민은 없다.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이제 1년 2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진부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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