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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지주회사 이사회의 운영과 책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8-01 09:00:08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집단(그룹)에서는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나 대주주회사가 있다. 여기서는 편의상 모두 지주회사라고 부르기로 한다. OECD 자료에 의하면 29개국 8000개의 회사 중 회사가 대주주인 비율은 평균 33%다. 프랑스의 경우 43%에 달한다.

지주회사도 하나의 독립된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책임과 운영에 있어서 특별히 따로 적용되는 규칙은 없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그룹 내 계열회사들과 재무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지분을 통한 지배구조 상의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 이사회 운영에서는 계열회사들과는 별도의 고려사항들이 있다.

우선 지주회사는 보유자산인 계열회사의 사업에 높은 관심을 두게 된다. 단순히 경영성과와 재무적 지표뿐 아니라 그를 창출하는 생산활동과 영업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이는 지주회사 이사회의 임무 중 하나다. 특히 독자적인 사업이 없는 순수지주회사는 계열회사 ‘관리’가 사업의 전부다. 계열회사의 사업과 운영 현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정보를 받고 필요하면 점검하는 일은 지주회사 이사회의 주의의무에 포함된다. 몇몇 국가의 지배구조 관련 규정은 지주회사에 그룹의 목적과 가치관, 전략을 계열회사에 주지시켜야 할 의무도 부여한다.

지주회사도 주주들 중 1인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영관여는 할 수 없다. 지주회사가 계열회사의 경영 내용에 대해 불만이어서 그를 조정하고자 할 때는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통한 이사회 재편이 유일한 지배력 행사 방식이다. 즉 지주회사는 계열회사의 이사회 구성 권한을 보유하고 행사한다. 그러나 일단 이사회가 구성되면 계열회사의 경영은 계열회사 이사회의 권한과 의무다.

다만 현실에서는 계열회사의 경영에 지주회사의 의사가 직접 반영된다. 이는 결국 같은 결과를 발생시킬 주주총회와 이사회라는 번거롭고 비용이 드는 과정을 생략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경영진과 주주, 이사회와 주주간에 주주총회 외의 다양한 경로를 사용한 소통은 장려되어야 할 일이고 그 결과를 반영해 계열회사 경영진과 이사회는 사업상의 결정을 내리고 변경할 수 있다. 이것이 소수주주나 행동주의 헤지펀드들과의 관계에서 장려된다면 대주주에게도 다를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주회사와 계열회사 소수주주들 간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분 규모에 비춰볼 때 지주회사의 의사가 결국 반영될 것이 확실하다 해도 그 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주회사의 의사는 확인되지만 소수주주들이 특정 현안에 대해 어떤 입장일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계열회사가 자신보다 지주회사의 이익을 더 배려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 많다. 자발적인 경우와 지주회사의 명시적 요청에 의한 경우 두 가지가 있다.

대원칙은 계열회사 이사회는 어떤 경우이든 계열회사 이익보다 지주회사 이익을 더 배려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위 OECD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국가의 법률이 그렇다. 계열회사 이사회는 자신이 소속된 계열회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경우 예외적으로 지주회사에 의해 선임된 계열회사 이사가 이해상충이 없는 경우에 한해 지주회사의 이익을 배려할 수 있다고 하는 정도다. 두 회사의 이해가 상충하면 물론 계열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그룹 전체, 나아가 지주회사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배려할 수 있게 하는 나라도 있는데 프랑스와 이탈리아다.

프랑스에는 최고사법재판소 판례가 있다(Rozenblum, 1985). 계열회사의 이사가 지주회사의 이익을 배려하는 결정을 내린 경우, ① 그룹 소속 회사들이 그룹의 일관된 경영방침에 따라 사업을 수행하고 있었고, ② 이사가 자신의 결정이 그룹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었고, ③ 이사의 보수가 과다하지 않았으며, ④ 해당 결정이 계열회사의 도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이사에게는 민형사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판례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판례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계열회사의 이사가 자발적인 결정을 내렸고 지주회사가 해당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것이 요구된다.

대조적으로 이탈리아법은 지주회사가 해당 지시를 내렸음을 계열회사가 공개하도록 한다. 그 경우 계열회사 이사회는 면책된다. 계열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으면 그 소수주주나 채권자가 지주회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지주회사는 계열회사에 발생한 손해와 지주회사가 얻은 이익이 그룹 전체의 사업 차원에서 발생한 이익이나 다른 거래에서 발생한 이익과 상쇄된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 대신 지주회사는 그러한 사업이나 거래에 관한 엄격한 공시의무를 지고 이사회의 과반수가 사외이사여야 하며 해당 계열회사는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리스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지주회사 이사회는 위와 같은 제반 요인을 고려해서 경영진과 소통하고 이사회 결의에 임하고 그 집행을 감독해야 한다. 물론 지주회사의 이사회가 계열회사의 사업을 점검하는 것은 지주회사 자체 주주들에 대한 의무 때문이고 계열회사나 계열회사의 소수주주들을 위함은 아니다. 지주회사 이사회는 계열회사의 소수주주에게 원칙적으로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지주회사의 이사가 계열회사의 이사에 준하는 지위에서 계열회사의 경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계열회사 소수주주의 소송을 통해 계열회사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지는 수가 있다. 영국의 판례에는 지주회사의 이사를 계열회사의 사실상의 이사(de facto director)로 보는 이론으로 그 책임을 인정한 것들이 있다. 우리 상법의 업무집행지시자 책임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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