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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센을 움직이는 사람들]팬클럽까지 있다? 강진모 회장의 리더십 비결은②영업통 출신, 3조 매출 IT 제국 건설…철저한 임파워먼트와 겸손으로 무장

박상희 기자공개 2022-08-12 08:00:32

[편집자주]

2005년 설립돼 창립 20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티센그룹의 최근 성장세가 도드라진다. 지난해말 기준 아이티센그룹의 자산총계는 7000억원에 육박하고 매출규모는 3조원을 넘어서며 중견 IT서비스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티센그룹의 성장 비결은 무게감 있는 인수합병(M&A)에 있다. 이질적인 조직문화와 시스템을 극복하고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게 숙제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티센그룹의 조직 문화 특성과 그룹 경영을 이끄는 주요 경영진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4일 13: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에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임직원이 회장님을 좋아한다."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사진)은 잘생긴 호남이다. 영업통 출신인 만큼 언변도 좋다. 거기에다 성격까지 호감형이다. 강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20년 넘게 지켜본 이경일 부회장(그룹 CFO)은 그가 화를 내거나 임직원을 혼내키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강 회장은 운까지 좋은 편이다. 아이티센그룹 성장에 적잖은 운이 따랐다. 단초는 제도 변화였다. 2013년 개정 소프트웨어진흥법에 의해 공공기관 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제한된 이후 아이티센은 공공부문 시장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그 덕에 코넥스 1호 기업을 거쳐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데 성공했다. 기업공개(IPO) 공모자금은 인수합병(M&A)을 위한 시드머니가 됐다. 공격적으로 M&A에 나섰지만 '승자의 저주'는 벌어지지 않았다.

◇사업가에게 중요한 자질, '사람들과의 관계' 꼽아

대기업 그룹 계열사 이외의 IT서비스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아이티센이 유일하다. 특히 1981년 설립된 대한민국 1호 IT서비스 기업인 대기업 계열 쌍용정보통신마저 인수하며 중량급 회사로 발돋움했다. 명실상부 한국 대표 IT 전문그룹으로 우뚝 섰다.

아이티센그룹의 성장은 강 회장의 리더십과 직결된다. 사업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강 회장은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름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라고 말한다. 2005년 아이티센을 설립해 2021년 연결기준 매출 3조원이 넘는 그룹으로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쩌면 그만의 '네트워크'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강 회장은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실제 아이티센그룹을 이끄는 부회장단은 대부분 강 회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함께 일하게 됐다. 강 회장이 현장 일선에서 영업을 뛸 때 관계를 맺었던 거래처 사람들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온 것이다. 아이티센그룹 관계자는 "아이티센의 부회장은 강진모 회장과 수십 년간 알고 지낸 경우가 대다수"라면서 "강 회장이 직접 만나 같이 일하고 싶다면서 영입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영업통'이다. 셋톱박스 전문 회사였던 '열림기술'이라는 곳에서 신사업을 맡아 3년 만에 300억원이라는 영업실적을 올린 일화는 유명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과 오래 가는 그의 인품이 영업통 커리어로 IT제국을 건설하도록 이끌었다.

강 회장은 본인의 특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점은 주변 사람들을 활용하는 영민함을 갖췄다. 아이티센을 창업할 당시 '영업은 내가 담당할테니, 회사 경영 관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영입한 인물이 바로 이경일 부회장이다.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라고 해서 모든 것을 총괄하려고 하지 않는다. 임파워먼트(권력이양)는 강 회장이 평생에 걸쳐 추구해 온 리더십의 핵심 요소다.

사람은 잘나갈 때 오만해지고 교만해지기 쉽다. 강 회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강 회장은 처음 회사를 세울 때부터 시어머니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너가 전권을 갖고 있으면 자칫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음을 일찍이 깨쳤다. 단순히 생각에 그치지 않았다. 실천에 옮겼다. 특히 본격적인 M&A 행보로 회사 규모가 커지자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더 절실해졌다. 아이티센그룹이 2017년부터 부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강 회장이 아이티센그룹 임직원에게 가장 강조하는 에티튜드는 다름 아닌 '겸손'이다. 강 회장은 1968년생이다. 박진국 부회장과 이태하 부회장이 각각 1960년생, 1961년생이다. 가장 최근 영입된 이성열 부회장 역시 1961년생이다. 이경일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모두 강 회장보다 나이가 많고, 업계에서 만난 선배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 회장은 그들의 경험과 연륜을 높이 샀다. 본인이 아이티센그룹의 창업주이고 오너이지만, 여전히 업계 어른들로부터 식견을 갈구하는 바탕에는 겸손함이 깔려 있다.

◇3년 연속 조 단위 매출 경신, 올해 매출 4조 돌파…클라우드 '주목'

2014년 아이티센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당시 강 회장은 2020년 연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3년 회계년도 매출이 1124억원으로, 1000억원을 갓 넘겼던 때였다. 7년 만에 매출 규모를 10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야심이었다.

당시만 해도 코스닥시장 입성을 자축하는 의미의 청사진인 줄로만 알았다. 실제 상장 때 밝힌 중장기 비전이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티센의 경우는 장밋빛 전망에 그치지 않았다. 아이티센그룹은 연결기준 매출 1조원을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긴 2019년(1조 5343억원)에 달성했다. 2020년(2조 2751억원)에 2조원을, 2021년에 3조원(3조 2809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매출이 4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4년 연속 조 단위로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아이티센그룹의 성장은 M&A가 주도했다. 아이티센그룹의 2021년 매출은 3조2809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그룹의 모태인 아이티센이 올린 매출은 430억원으로, 매출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기여도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금거래소로 2조6940억원(비중 82.1%)의 매출을 기록했다. 콤텍시스템과 쌍용정보통신의 매출 비중은 각각 8.5%(2796억원), 7.4%(2424억원)이다. M&A로 아이티센과 한 식구가 된 계열사들의 매출이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강 회장의 M&A 철학은 명확하다. 아이티센과는 다른 종류의 경쟁력 있는 산업전문성을 확보하고 있거나 아이티센그룹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그 대상이다. 네트워크와 스토리지에서부터 각각의 전문 분야가 확실한 금융, 공공,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온 아이티센 성장 역사의 근간에는 M&A가 있다. 한국금거래소를 인수해 이 분야의 디지털 변환을 주도한 것은 일종의 혁신이었다.

강 회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아이티센이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속도 조절은 아직 필요치 않다고 보고 있다. IT 시장이 대전환 시대의 패러다임을 타고 다시 한번 급성장할 기회가 왔는데 주저하거나 지체할 수 없다. 이와 맞물려 올 신년사에서 강 회장이 꼽은 무기는 바로 클라우드다.

아이티센그룹은 그룹의 역량을 모은 클라우드 전문 신설 법인을 설립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MSP, SaaS 사업자로서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IT서비스업계 중 데이터센터 운영에 가장 오랜 경험을 가진 업체 중 하나인 쌍용정보통신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 내재화에 나선 아이티센그룹은 이를 클라우드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아이티센이 IT업계 '큰 손'으로 성장한 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아이티센이 산업지식과 IT 기반을 확보한 만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조력자로서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이다. 강 회장이 그룹에서 유일하게 대표직을 맡은 회사가 아이앤에프(INF) 컨설팅이라는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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