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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의존 않는 산은…터전 바뀌면 독자생존 위협 [흔들리는 KDB산업은행]③IB에서 이익 내, 기업금융 뒷받침…잉여금은 기재부에 현금배당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08 07:18:26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진행되면서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직은 분열되고 인력 이탈 조짐도 있다. 국가 기간산업의 보루이자 산업계 전반에 자금을 공급하는 산은의 핵심 기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더벨은 최근 산은이 겪고 있는 위기를 진단하고 부산 이전 등 현안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4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국가 기간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국책은행이다.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경영 악화로 표류할 때 산은에 기대 위기를 넘겼다. 실제 산은은 몇 번의 고비마다 산업계 전반을 끌어안으며 ‘Made in Korea’를 지켰다.

역할 자체가 국가적 차원의 산업계 지원에 있는 만큼 산은은 오해도 많이 받는다. 특히 ‘산은이 국가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꼬리표는 산은의 운신 폭을 제한하는 굴레와도 같았다. 그러나 산은은 운영자금과 기업금융, 정책지원 등 필요 자금 대부분을 투자금융부문에서 거둔 자체 이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최근 산은 내부에선 향후 기획재정부 등 국가에서 산은에 대규모 ‘세금’을 지원해야 할 날이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은을 움직이는 중요축인 투자금융부문이 부산 이전과 맞물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당당한 산은, 매년 현금배당

산은이 지난 수십년간 기업금융부문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현재까지 자산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등을 유지하고 있다. 원동력은 투자금융(IB)부문 이다. 산은은 투자금융부문에서 돈을 벌어 기업금융부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산은은 주력인 기업금융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투자금융부문의 고수익 덕분에 전체적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2조4446억원, 순이익 1조323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산은 투자금융부문은 지난해 2조60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연결조정 등을 거쳐 산은은 지난해 2조444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이익이 투자금융부문에서 나왔다. 반면 산은 기능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업금융부문은 지난해 59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산은 투자금융부문은 대한민국 정부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은은 한국정책금융공사(KoFC)와 다시 합쳐진 2016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기획재정부 등에 현금배당을 하고 있다. 이 기간 누적 배당금은 6298억원 수준이다.

산은의 배당 재원은 탄탄한 실적에서 비롯된다. 기업금융부문의 적자를 메우고 정부에 배당까지 할 정도로 매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실제 2016년 마이너스(-) 2조616억원까지 악화됐던 산은 순이익은 2020년 1조9613억원으로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1조3235억원을 기록했다.

산은이 정부로부터 완전히 재정 독립을 이룬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산은에 현금과 현물 출자를 통해 현재도 계속해 자본금을 늘려주고 있다. 2015년 KoFC와 재결합한 이후 기재부 등 정부는 현물 2조2500억원, 현금 4조4561억원을 각각 산은에 증자했다. 올해도 현금 7300억원을 추가로 증자했다.

정부의 산은에 대한 증자는 대부분 자본적정성 지표를 맞추기 위한 조치다. 산은이 계속해 기업들에 정책자금을 풀고,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영구채와 장·단기차입금 등 지원을 하는 과정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산은이 기업대출을 늘리면 그만큼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게 된다. 위험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증자가 필요하다. 산은도 바젤Ⅲ 기준에 맞춰 총자본(BSI)비율, 기본자본(Tier1)비율, 보통주자본(CET1)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를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

정부에서 산은에 지원하는 자금은 운영자금 등 용도로 사용되지 않는다. 산은은 자체 IB 경쟁력을 기반으로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증자금은 기업금융부문을 통해 정책자금 명목으로 산업계 전반에 뿌려지고 있다.


◇IB 경쟁력 잃으면 경영 악화…산은 부실은 정부 재정부담

최근 부산 이전과 맞물려 산은의 IB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투자금융부문 실적의 핵심인 비이자손익 감소가 산은 전체 경영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

투자금융부문은 지난해 순이자손익에선 1584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러나 주력인 비이자손익에서 2조8247억원의 이익을 냈다. 즉 IB 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낸 것이다.

산은이 투자한 프로젝트가 대부분 안정적으로 사업이 진행된 만큼 손실 리스크에 따른 충당금 이슈도 없었다. 오히려 과거 사업 초기 쌓았던 충당금이 환입되며 이익 규모가 더 커졌다. 지난해 산은 투자금융부문은 신용손실충당금전입 등 953억원의 이익을 냈다. 일반관리도 1584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적게 지출했다.

산은 투자금융부문은 투자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단순 이자수익을 넘어 투자한 프로젝트에서의 배당과 지분증권 가치 상승 등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얻는 구조다. 특히 동시에 여러 건의 딜을 추진하고 관리하면서 비이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부산 이전이 확정되면 산은의 IB 선순환 구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투자금융부문의 경쟁력이 악화될 경우 산은 전체적으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자체 운영자금도 마련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한 전망이다. 기업금융부문의 적자를 투자금융부문이 메우는 구조가 틀어질 뿐만 아니라 산은이 또 다시 적자에 빠질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면 정부로서도 부담이 커진다. 그동안 자본비율 등 관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제한적인 증자를 단행했지만 앞으로 운영자금 등 명목으로 지출되는 자금까지 정부가 떠안아야 할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산은의 IB 경쟁력 악화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부산 이전으로 산은의 IB 경쟁력과 이에 따른 자생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 이 경우 정부가 더 많은 세금을 투입해 산은의 운영자금을 대야하고, 자본비율 하락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자금을 더 쏟아 붓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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