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창업 롤모델 될 것" [K-팹리스, 미래를 묻다]②창업 1세대 출신 스카이칩스 이강윤 대표의 새로운 도전
김혜란 기자공개 2022-08-16 10:25:38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1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스카이칩스의 이강윤 대표는 1998년 설립된 '팹리스 1세대' GCT세미컨덕터 창업 멤버였다. GCT는 스마트폰용 통신칩 전문 팹리스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투자한 회사로 최근 주목받기도 했다.팹리스를 창업해본 경험은 2019년 스카이칩스를 세울 때 든든한 자산이 됐다. 이 대표는 "스카이칩스를 통해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창업 롤모델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로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국회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하는 등 반도체 산업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선) 팹리스들도 더 노력해야 한다"며 "다른 회사 하는 것을 뒤쫓아가면 이미 늦고 결국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자 세계 무대에서 맞설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특히 특허 확보,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돌아온 1세대가 본 2022년 K-팹리스 시장
199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 생겨났던 팹리스 1세대 중 상당수가 생태계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런 상황을 직접 지켜본 이 대표는 탄탄한 팹리스 토양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다.
20여 년 전 GCT를 운영할 때와 지금의 사업 환경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대표는 "1990년대 후반엔 2세대(2G),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던 시절로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었다"며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고도화돼 응용처가 상당히 많아졌기 때문에 팹리스 창업에 더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차별화된 아이템을 선제적으로 내놔야 한다"며 "그다음 인재를 많이 양성해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카이칩스에는 석·박사급 인력과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 출신 인사들 총 90여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 한두 곳에만 의존하는 팹리스가 호황기에 수천억원 매출을 내다가 경기가 나빠졌을 때 한 번에 고꾸라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국내 시장은 좁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표는 "자금력 있고 유능한 엔지니어가 많은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맞서도 경쟁력을 갖기 위해 스카이칩스는 한 세대 앞서 나간 기술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라며 "대기업은 소품종 다량생산에 주력하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즈(맞춤형)가 필요한 근거리·원거리 무선 전력 전송기술은 중소 팹리스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자신 있다
스카이칩스는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암(ARM)이 국내에서 진행하는 상생 프로그램 대상 13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됐다. ARM은 한국 시스템 반도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로 평가 과정을 거쳐 선정된 스타트업에 라이선스를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달엔 중소벤처기업부와 삼성전자의 '팹리스 챌린지 대회'에서 최종 선발되기도 했다. 스카이칩스를 포함해 총 5개 기업이 선정됐는데 삼성전자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시제품 제작 지원을 받는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단 얘기다.
스카이칩스의 무선충전 기술은 전력반도체(파워IC)와 무선주파수(RF), 인공지능(AI) 기술 융합으로 구현한단 점에서 차별화돼 있다. 해외 경쟁사로 미국 오시아(Ossia)와 에너저스(Energous)가 비접촉 무선충전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으나 스카이칩스처럼 사물의 위치를 스스로 파악해 충전하는 AI 기술과 결합된 건 아니다.
오시아는 무선충전 기술로 성장성을 인정받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스카이칩스는 상장사 오시아와 비교해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해외 기업들은 단순히 전력을 디바이스(기기)에 전달하는 개념이라면 스카이칩스는 송신기에서 나와 감쇠(줄어 없어짐)가 된 신호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컨버트(변환) 구조에 대해 연구해 원천특허를 확보했다"며 "해외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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