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무에 5년 못 둔다' 은행 스페셜리스트 부재 우려 금감원·금융위 내부통제TFT 가동…장기근무자 순환배치, 역효과 전망도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16 08:13:22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2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은행 장기근무자 순환배치 강제화를 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TFT 단계로 구체적인 지침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은행권에선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세부안이 마련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은행권에선 리스크관리와 자금, 심사, 글로벌, 외환, IB, WM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해당 업무에서 전문성을 쌓은 ‘스페셜리스트’ 육성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이들의 부재로 오히려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테스크포스팀(TFT)를 운영 중이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들이 함께 은행 내부통제 관련한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금감원에선 일반은행검사국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내부통제 TFT에서 이슈가 되는 부분은 각 은행별 장기근무자의 순환보직이다. 한 업무에 오랫동안 근무하는 장기근무자를 제도적으로 순환보직하자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에서 잇따른 횡령 및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한 만큼 당국이 적극 나서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횡령 등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에서 전 은행권 공통적으로 발견된 문제는 장기근무자에 의한 의도적 범죄였다. 한 담당자가 특정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왔던 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TFT는 장기근무자 순환보직 문제를 직접 꺼내들었다.
아직 TFT는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제도의 방향성과 법·감독규정·모범규준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오는 10월께 TFT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가 내려질 전망이다.
TFT 움직임에 금융권의 신경은 집중돼 있다. 당장 은행 내 핵심 업무에서 인력 수급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점 등 대고객 업무와는 별도로 특수업무에 필요한 인력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서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는 업무 영역은 리스크관리와 자금, 심사, 글로벌, 외환, IB, WM 등 업무다. 해당 업무는 수년에 걸쳐 교육과 실무가 병행돼야 하는 업무다. 각 은행은 업무 전문성과 적합성, 효율성 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업무에서 스페셜리스트를 육성해오고 있다.
이 가운데 리스크관리와 자금, 심사 등은 비영업부문이다. 은행의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관리, 여수신 등 자금운용 및 전략, 대출심사 등 업무를 담당한다. 각 은행은 해당 영역에서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 및 실습 등을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 IB, WM 등은 영업활동부문이다. 글로벌과 외환, IB 등은 통상 수년간 현장에서 네트워크를 쌓으며 전문성을 높인다. 대규모 프로젝트 성격의 딜(Deal)을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해외 현지영업에 직접 나선다. 또 외환의 경우 실시간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며 업무를 보기 때문에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WM의 경우 특수 직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대 고객 업무를 한다. 은행권은 최근 사모펀드 부실 이슈 이후 WM부문의 본점 및 각 지점 직원들의 전문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도를 개선했다. 담당자들의 전문성과 책임의식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처럼 은행 내에서 특수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경우 그 풀이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률적으로 한 업무에 5년 근무한 직원을 강제 순환배치하는 제도가 시행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문성이 높은 인력이 순환배치에 따라 자리에서 빠지고, 대체 인력이 준비되지 못했을 경우 오히려 대형 금융사고의 원인이 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격한 제도 개선이 또 다른 금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현재도 꾸준히 인력을 재교육하고, 특정 업무에 관련된 인력 풀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셜리스트 육성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일부 영역에선 인력 풀은 제한적이다. 또 특정 업무에선 대체 불가능한 인력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순하게 순환보직을 하면 사고가 예방될 것이란 접근은 위험하다”며 “어떤 부분에선 전문가 한명을 육성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데, 오히려 해당 인력에 대한 철저한 내부통제 및 감사 등을 통해 금융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JB금융, 얼라인에 판정승…이사회 2석만 내주며 선방
- 'JB vs 얼라인' 주총 2라운드, 시작부터 치열한 물밑 신경전
- [ELS 배상 후폭풍]NH농협, 은행권 최고 '배상비율' 나올까…부담감 높아져
- [보험사 GA 열전]1위 질주 한화생명금융, 계속되는 '공격 경영'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새 회계기준에도 펀더멘털 굳건히 지켰다
- [이사회 모니터/우리카드]사외이사 4인 전원 서울대·행시 출신…다양성 확보 시급
- [이사회 모니터/KB캐피탈]사외이사 전원 유임…내년 이사진 재편 가능성
-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1년 연장 가닥…조달청 해석 쟁점
- [이사회 모니터/하나캐피탈]회계 전문가 중용 기조 유지…사외이사 3인 체제 지속
- [이사회 모니터/농협금융지주]지켜진 사외이사 '2+1년' 원칙…한 자리는 미정
고설봉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ELS 배상 후폭풍]NH농협, 은행권 최고 '배상비율' 나올까…부담감 높아져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새 회계기준에도 펀더멘털 굳건히 지켰다
- 금융사 KPI '검사와 검열 사이'
- [금융사 KPI 점검/KB국민은행]잘 갖춰진 KB금융 포트폴리오 활용 계열사 협업 확대
- 산업은행, 태영건설 구조조정팀 업무 재조정
- [ELS 배상 후폭풍]하나은행, 자율배상 발표 임박… 발빠르게 리스크 최소화
- [ELS 배상 후폭풍]신한은행, 이사회 논의 시작…배상안 수용할까
- [ELS 배상 후폭풍]우리은행, 선언적 배상안 발표 '명분·실리' 모두 챙겼다
- [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삼성생명, 매 분기 킥스비율 저하 원인은
- [금융사 KPI 점검/ KB국민은행]'홍콩 ELS' 부실 여파…'ELS·ELF' 사실상 판매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