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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Paper]산업은행, 트렌치 전략 적중…안전자산 지위 '재입증'유로화·달러화 동시 발행…규모·금리 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김지원 기자공개 2022-09-08 07:01:4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유로화채권과 달러화채권 동시 발행에 나서 약 20억달러의 글로벌본드를 찍었다. 1월 한국수출입은행의 글로벌본드(30억달러)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목표 발행액을 훌쩍 뛰어넘는 주문을 받아내며 한국계 정책금융기관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견조한 투심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노련한 트렌치 전략을 구사해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이끌어냈다. 조달 통화를 두 개로 구성한 데 더해 최근 한국물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10년물을 과감히 배치해 벤치마크를 세우는 데도 성공했다. 뒤이어 외화 조달을 준비 중인 국내 발행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달러화 동시 발행…3년 FRN 철회

산업은행은 오는 8일 14억5000만달러와 5억유로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한다. 한국 시간 기준 지난 31일 달러화채권과 유로화채권 발행을 위한 북빌딩을 차례로 진행했다. 31일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화채권 프라이싱을 먼저 시작한 뒤 유럽 개장 시간에 맞춰 유로화채권 북빌딩에 돌입했다.

트렌치는 달러화채권의 경우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 3년 변동금리부채권(FRN), 10년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구성했다. 유로화채권은 5년 단일물을 택했다. 최근 미국 국채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역전돼 있어 두 트렌치를 함께 가져갈 경우 5년물에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5년물은 유로화로 대신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미국 시장에서 프라이싱을 마친 결과 3년물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요를 확인했다. 최종적으로 3년 FXD 10억달러, 10년 FXD 4억5000만달러, 5년물 5억유로 발행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5월과 6월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한 대면 로드쇼에서 만났던 우량 기관투자자 일부도 주문을 넣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3년 FRN의 경우 수정 가이던스 제시 이후 철회했다. 북빌딩 당시 3년 FRN에 8억달러 넘는 수요가 모였으나 3년 FXD와 비교해 금리 수준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철회 결정 이후 3년 FRN에 주문을 넣었던 투자자 상당수가 3년 FXD로 이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을 포함해 최근 미국 시장에서 달러화 FRN을 택한 발행사 대부분이 해당 트렌치를 철회했다.

3년물에 총 133개 기관이 주문을 넣어 25억달러가 모였다. 지역별 투자자 분포는 아시아 28%, 유럽 46%, 미국 26%다. 투자자 종류별로는 중앙은행/SSA 43%, 은행 23%, 자산운용사 21% 등이다.

10년물에는 75개 기관이 주문을 넣어 12억5000만달러가 모였다. 지역별 투자자 분포는 아시아 43%, 유럽 20%, 미국 37%를 기록했다. 투자자 종류별로는 자산운용사 42%, 중앙은행/SSA 20%, 은행 12% 등이다.

유로화 5년물에는 6억2000만유로의 수요가 모였다. 유럽 시장의 경우 투자자들이 실수요를 중심으로 주문을 넣기 때문에 달러채 대비 주문액 규모가 크지 않다. 산업은행은 2019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유로화채권 발행에 도전해 목표 벤치마크 사이즈인 5억유로를 거뜬히 모았다.

◇10년물 갈증 해소…3년물 NIP 없이 발행 성공

이번 달러채의 경우 잭슨홀미팅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등장한 첫 발행물이었다. 발행 데이터가 없었으나 산업은행은 주관사단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프라이싱에 돌입해 흥행에 성공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클수록 우량 안전자산에 수요가 집중된다"며 "최근 135일룰과 여름 휴가철 등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채 발행이 없었기 때문에 대기 수요 혜택도 일부 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딜은 한국물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10년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 초부터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연이어 단행함에 따라 국내 발행사들은 10년물을 트렌치에 선뜻 포함하지 못했다. 1월 수출입은행의 글로벌본드를 마지막으로 10년물 선순위채는 한국물 시장에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올해 2월 10년물 발행에 도전했으나 당시 시장 상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해당 트렌치를 드롭한 바 있다.

이번 발행에서도 북빌딩 직전까지 장기물 수요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산업은행은 고심 끝에 10년물을 트렌치에 포함했다.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을 맞추는 측면에서 금리를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장기물을 발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향후 원전 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물 펀딩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으로 10년물을 발행해 벤치마크를 세워놓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북빌딩 결과 우량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10년물에 기대 이상의 수요를 모으며 장기물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해소했다.


금리 측면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달러채 3년물과 10년물의 경우 각각 동일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60bp, 115bp 가산한 수준에서 금리를 확정했다. IPG 대비 스프레드를 각각 30bp, 25bp씩 끌어내린 셈이다. 유로화 5년물도 IPG에서 약 7bp를 끌어내리며 유로화 미드스와프(EUR MS)에 38bp 더한 수준에서 금리를 확정했다.

특히 3년물에서는 뉴이슈어프리미엄(NIP) 없이 발행하는 성과도 거뒀다. 10년물과 유로화채권 5년물의 NIP는 각각 15bp, 13bp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이번에 발행한 글로벌본드는 발행 이후 최근까지도 유통 시장에서 타이튼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이 변동성을 이겨내고 글로벌본드를 성공적으로 발행함에 따라 뒤이어 외화 조달을 준비 중인 국내 이슈어들의 부담도 한층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다음 주자로 나선 수출입은행이 글로벌본드 발행을 마치면 대한항공, 한화생명, 기업은행 등이 북빌딩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딜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크레디트스위스, HSBC, ING증권, KDB 아시아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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