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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프렌드십 포커스]롯데케미칼, 2차전지 M&A 쉽게 포기 못하는 이유⑤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시도, 기업가치 제고·주가 부양 위해 신사업 진출 필수

유수진 기자공개 2022-09-14 07:34:19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동박생산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본입찰에 들어가 가격 등 각종 조건들을 협상하고 있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한 지분(53.3%)을 확보하는데 드는 비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인수 의지가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수조원대 추가 투자 부담 등으로 다른 대기업들이 고개를 젓는 상황에서 국내 전략적투자자(SI) 중 유일하게 입찰을 강행했다. 본입찰 직전 발을 뺄 거란 얘기가 돌았지만 사실과 달랐다.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고부가 배터리 소재사업 진출 목적이다. 롯데케미칼이 2차전지 소재에 눈독을 들인 건 처음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고배를 마셨지만 몇달 전 글로벌 1위 폴리이미드(PI)업체인 PI첨단소재가 시장에 나왔을 때도 인수를 시도했다.

◇딜 초반부터 '관심', 시장 예상 깨고 본입찰까지

롯데케미칼은 올 3월 △수소에너지 △배터리소재 △리사이클 관련 신사업에 진출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전략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2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이 주 타깃이다.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2030년까지 4조원을 투자해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 4대 핵심소재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틈틈이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당시부터 관심을 보였다. 이번 딜 참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교현 부회장은 예비입찰 전부터 "좋은 회사"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예비입찰을 거쳐 본입찰까지 왔다.

◇인수 후 수조원대 추가 투자 필요,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사실 일진머티리얼즈를 두고 다수의 원매자들이 엄청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동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박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이다. 전세계에서 양질의 동박을 제조하는 곳이 다섯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그 중 한 곳인 일진머티리얼즈를 품에 안는다는 건 순식간에 글로벌 톱티어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SK그룹과 LG그룹, 포스코그룹 등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곳들이 모두 참전의사를 접었다. 소재산업 특성상 인수 후 생산설비 확충과 유지관리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인수 비용에 추가 투자비까지 더하면 약 6~7조 가량을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 역시 이같은 이유로 완주가 어려울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지금도 일각에선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단 우려를 내놓는다. 동박사업의 에비타 창출력이 투자부담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전히 발을 빼지 않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 금융>

최근엔 일진머티리얼즈 시가총액이 3조원 초반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는 5월28일 9만4800원이었으나 7일 기준 6만5400원까지 떨어졌다. 갓 매각 얘기가 나왔을 때의 3분의2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매도자 측은 여전히 3조원대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금액이다.

시장에서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딜 성사 여부를 가를 거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사실상 결단만 남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딜은 롯데케미칼이 참여 주체지만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성격으로 보는 게 더 맞다.

◇신동빈 회장, 신사업 통한 기업가치 제고·주가 관리 주문

롯데케미칼 입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는 단순한 매물이 아니다. '기업가치 제고'란 신 회장의 특명을 완수하기 위한 하나의 퍼즐이 될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주식시장에서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다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문한 것이 바로 신사업이다. 올초 첫 사장단 회의(VCM)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과 과제에 대해 언급하며 '신규사업'과 '신규고객'을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에 한정지어 보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선 기존 석유화학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주가흐름은 배당과 함께 총주주수익률(TSR)을 결정짓는 요소로 주가가 올라야 주주는 차익 실현 등을 꾀할 수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들에게 주가 관리 임무를 부여하기도 했다.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시가총액'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의 평가에 귀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연말 CEO 평가에 신사업 성과와 주가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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