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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수탁 시대 개막]증권사표 신수종 비즈니스, 리스크 관리 모델 '키'②심의위 설치 시도…비시장성자산 투명성 확보도 주안점

양정우 기자공개 2022-09-15 08:12:41

[편집자주]

NH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수탁 비즈니스에 진출한다. 정영채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의 결단과 실무진의 추진력으로 오는 10월 정식 론칭에 나선다. '쇼티지'인 수탁 시장, PBS·판매망과의 시너지 등을 감안하면 새 먹거리로 부족함이 없는 여건이다. 나아가 PBS 파트를 글로벌 시장처럼 거대한 사업 영역으로 도약시킬 발판으로 여겨진다. NH증권이 수탁업에 도전하는 배경과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3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은 수탁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기존 수탁은행이 보관 기능에 중점을 둔 창고에 불과했다면 또 다른 펀드 사태를 차단하는 청지기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신규 수탁 펀드에 대한 진단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공고한 수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수탁심의위원회를 별도로 세워 인적 검증 기반을 마련했고 정보기술(IT) 인프라에 투자해 물적 토대도 완비했다. 증권사표 리스크 관리 모델은 결국 세일즈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환매 중단 사태, 수탁 대란 배경…청지기 역할, 수탁심의위 설립

NH증권의 수탁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특징은 수탁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점이다. 그간 수탁은행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조직이다. 이 위원회를 통해 새롭게 수탁을 맡을 사모펀드를 사전 점검하고 수탁 운용시 불거지는 리스크 요소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수탁은행마다 헤지펀드(옛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수탁을 거부하고 있는 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여파다. 수탁업에서 사업 기회를 발견한 NH증권도 우선 리스크 관리가 가능할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볼 수밖에 없었다. 대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안전장치를 촘촘하게 세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먼저 NH증권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본부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수탁 리스크가 높은 각종 펀드의 유형별 수탁 기준을 설정했다. 이 잣대에서 벗어난 펀드가 수탁심의위원회의 최우선 심의 대상이다. 운용사가 송부한 투자제안서 등을 토대로 관계회사, 펀드 개요, 펀드 구조, 투자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 뒤 위원회에서 적법 여부, 관리 사항, 기여도 등을 검토해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은행이 아니라 증권사이기에 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적지 않다. 리스크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IB 파트와 협업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NH증권의 IB 부서는 국내 증권업계의 '빅3'로 불릴 정도로 탄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IB2사업부, 리스크관리본부 등에서 위원회의 자문을 맡는 형태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자산관리(WM)업계 관계자는 "NH증권의 IB 파트는 딜 구조의 설계와 리스크 검토 측면에서 국내 최상위의 실무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 부서와 협업을 거치면 사모펀드가 시도하는 투자 구조의 숨겨진 위험을 탐지하고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을 제대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넷 연계 시스템, 표준코드 부여 의무화…비시장성 자산 투명성 강화

한국예탁결제원의 투명성 강화 플랫폼인 펀드넷과 연계한 대비책도 눈에 띈다. 환매 중단 사태로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효율적 통제가 요구되자 예탁원에서는 펀드넷에서 표준코드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운용사가 승인을 신청하면 실제 자산이 확인된 후 표준코드를 받는 방식이다.

NH증권은 펀드넷의 표준코드 시스템을 활용하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처럼 비시장성 자산의 실제 존재 유무가 문제시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현재 수탁 IT 인프라와 펀드넷의 연계 개발을 추진하고 수탁 계약을 맺을 운용사의 시스템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상장주식과 같은 시장성 자산이 아닌 비시장성 자산(비상장주식 등)은 아무래도 펀드넷의 표준코드를 부여받는 게 운용 투명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표준코드를 취득하는 게 국내 자본시장법상 의무는 아니다. 그래서 NH증권은 계약 체결을 논의할 때부터 아예 표준코드를 신청해 승인받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NH증권은 펀드넷 연계 프로그램의 업무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동시에 거래 운용사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며 "향후 비상장성 자산의 승인(수탁사) 때는 해당 건의 계약 담당자가 직접 처리하고 전산으로 기록해 책임자가 관리할 수 있는 점검 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의 전산시스템 예시.

◇수탁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개시…IT 인프라, 수탁시장 진입장벽

NH증권은 IT 인프라로서 수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사력을 다했다. 그간 '수탁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개시해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빠른 속도로 수탁 시장에 진입하고자 원화(오는 10월 14일 론칭 목표)와 외화(내년 2월 28일) 자산 수탁시스템을 분리해 개발하고 있다.

회계 처리와 자금 결제, 컴플라이언스 등 펀드 수탁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건 물론 사모펀드,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를 수탁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이번 신사업이 토종 헤지펀드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전체 펀드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일임 자산, 벤처펀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IT 인프라는 직접 수탁뿐 아니라 PBS 사업을 벌이는 데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환매 중단 사태 이후 개정된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의 감시 의무를 이행하려면 경쟁력 있는 전산시스템을 확충하는 게 필수다. NH증권의 경우 이 시스템 분야의 선두업체인 파이낸셜데이타시스템(FDS)과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은 덕에 선제적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이렇게 수탁 사업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건 시장의 진입장벽으로 여겨진다. NH증권이 수탁 비즈니스에 뛰어들자 경쟁사인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전향적 스탠스로 검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향후 후발주자로 진출한다는 결정을 내려도 IT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만 1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NH증권이 먼저 제자리를 잡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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