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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라이징스타 유럽우리은행, 포트폴리오 균형 눈길⑤'IB+현지기업대출' 비중 70% ↑…지리적 이점 활용, 유럽 헤드쿼터로 우뚝

프랑크푸르트(독일)=한희연 기자공개 2022-10-04 07:30:41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우리은행은 설립된지 이제 막 4년이 된 신생 법인이다. 2018년 11월 설립돼 현재 프랑크푸르트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 중 가장 '젊은' 법인에 속한다.

신생법인이라는 점에서 유럽우리은행은 오히려 가장 트렌디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졌다. 오랜 업력을 가진 곳은 탄탄한 기반과 경험이라는 강점이 있으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접목하기엔 고려해야 할 게 많다. 기존 고객 기반의 안정적 관리와 이해관계 등 따져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생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때문에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금융비즈니스 변화를 가장 빨리 반영하고 즉각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출 수 있다.

유럽우리은행은 이같은 유연성을 십분 발휘, 설립 초기 5년간의 시간을 알차게 채워 나갔다. 해외에 진출한 기존 한국계 은행의 경우 지상사와의 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유럽우리은행은 대출자산 중 지상사 비율이 25%(대출금액 기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IB딜이 40%, 현지우량기업이 35%를 차지한다.

IB딜과 현지우량기업 대출자산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지난 5년간 유럽우리은행이 어떤 자취를 그려왔는지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유럽우리은행은 설립을 계획할 때부터 IB영업과 기업금융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이를 실현해 왔다.

특히 IB업무는 인접지역 현지 네트워크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럽우리은행은 런던과 두바이, 헝가리, 폴란드를 연계한 '유럽금융벨트'를 형성해 전 유럽지역을 촘촘히 연결하며 딜소싱 커버리지를 확대해 왔다. 딜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보태야 할때는 서로 협력하며 다양한 딜을 성사시켰다.

설립 직후에는 우리은행 기업금융 부문의 강점을 살려 실물자산 위주의 담보부 신디론을 다수 추진했다. LNG 등 특수선박, 화물기, 신재생에너지, 물류창고 등 변동성이 적은 안정적인 섹터 위주의 담보부 자산을 주로 취급해 우량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채워나갔다.

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을 보일 때 즈음부터는 회복 가능성이 높은 우량자산을 눈여겨 보며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정보기술, 소비재, 헬스케어, 온라인마켓 등의 산업이 이에 속한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리상승 추이가 시작된만큼 금리 민감도가 적은 통신산업, 인프라, 데이터센터, 소비자 중심으로 딜을 취급하고 있다.

실물자산 위주의 담보부 신디론의 경우 벨기에 정부기관 임차 오피스 대출이 대표적이다. 이 건물은 EU본부와 나토(NATO) 등 정부기관들이 소재해 있으며 벨기에 브뤼셀 핵심지역에 위치해 있다. 벨기에 연방정부가 장기임차해 초유량 자산으로 꼽히는 곳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제공한 건으로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참여기회를 확보했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선 스웨덴의 풍력발전소 딜이 대표적이다. 한국중부발전 네덜란드 자회사가 스웨덴에 있는 풍력발전소를 인수하는 딜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장기전력 판매계약이 확정돼 있어 우량 자산으로 분류된다. 유럽우리은행은 선순위 대출로 참여했는데 국내 금융기관과 독일 금융기관이 공동 주선한 딜로 유럽내 ESG금융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유럽우리은행 직원들

우리은행은 원래 독일에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 외환위기 여파로 철수했다. 20여년만에 다시 현지법인을 세우게 된 것은 이 지역이 우리은행이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있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 된다.

독일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는 나라다. 유럽내 최대 규모의 GDP를 자랑하는 동시에 8개의 국가와 접해 있어 지리적으로도 유럽 내 교통 요지로 꼽힌다. 폴란드·헝가리·체코 등 동유럽국가와 스위스·네덜란드·벨기에·룩셈브르크 등과 인접해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에서도 금융회사들이 모여 있는 국제금융 중심지다. 수많은 다국적기업과 유럽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가 자리하고 있다. 도이치방크와 코메르츠방크 등의 본사도 프랑크푸르트에 자리한다.

게다가 독일은 세계적인 히든챔피언 기업이 1350개나 있어 현지 기업대출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유럽우리은행은 슐챠인론(Schuldschein Loan)이라는 독일의 특화된 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 한국계 은행으로서 가장 많은 거래 실적을 올렸다. 슐챠인론은 독일내 강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상품으로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만큼 더 많은 정보탐색과 현지 네트워크가 필요한 상품이다.

유럽우리은행은 기업금융과 IB영업 위주의 사업 모델을 설정하며 현지 기업금융 강화도 공략대상으로 삼아 초창기부터 공을 들였다. 현지 금융기관끼리의 리그였던 이 시장에 신생법인으로 참여하는 것은 녹록치 않았으나 작은 딜부터 하나둘 실적을 쌓아올려 나갔다. 현재는 어느덧 트랙 레코드가 쌓여 이 시장의 어엿한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 우리은행이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Messe Turm 건물 전경.

독일에 자리한 해외법인이지만 '유럽'우리은행으로 명명한 것도 결국은 유럽지역을 아우르는 중심 네트워크로 우뚝 서려는 의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크푸르트는 유럽 내 최적의 육로 접근성을 가진 도시다. 유럽소재 타깃 기업에 대한 원활한 현지실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특히 브렉시트 이후 독일에 대한 중요도가 부각되며 미래지향적 금융중심지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현재 유럽우리은행 산하에는 헝가리와 폴란드 사무소가 소속돼 있다. 중부와 동유럽 지역으로의 면밀한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설치했다.

특히 이들 지역에는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 생산공장이 중점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이 앞다퉈 진출해 있기도 하다. 헝가리와 폴란드 사무소는 화학, 신재생에너지, 식품, 바이오 등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이에 파생되는 서비스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깔아둔 인프라인 셈이다.

우리은행은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내 네트워크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아일랜드(더블린), 네덜란드(암스테르담), 스페인 등이 추가 진출을 타진하는 지역이다.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 풀려가는 요즘 유럽우리은행은 초기 설정한 사업모델 정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한 IB딜과 현지 우량기업 대출 취급을 늘리는 한편 금리인상 영향이 적은 섹터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딜을 발굴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지역에 신규 진출하는 국내 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현지 신디론 강화를 통해 수익기반을 공고히 다져나갈 방침이다.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먹거리 탐색도 꾸준이 진행하고 있다. 증권 라이선스를 활용한 발행주선 업무 추가가 대표적이다. 국내 기업의 유로화 FRN 발행을 주선한다는 구상이다. 현실화될 경우 우리은행은 새로운 수익원이 생기는 동시에 발행기업은 장기자금 조달과 유럽 내 기업인지도 제고 등의 효과가 있어 윈윈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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