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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권 '있지만 없는' 바이오텍 RCPS

심아란 기자공개 2022-09-22 08:18:5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텍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발행사와 인수 기관 두 이해관계자 각각의 입장에서 봐도 경제적 실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RCPS는 비상장 바이오텍 투자에서 자주 활용되는 상품으로 인수자가 상환권과 보통주 전환권을 갖는 우선주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어 투자 위험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이오 기업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상환 청구권은 만기일에 맞춰 10년 정도 유지된다. 발행사의 RCPS 상환 능력은 이익잉여금에서 나온다. 그러나 지출형 기업인 바이오텍 가운데 상환 재원을 확보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신약 개발사로 범위를 좁히면 헬릭스미스, 제넥신, 레고켐바이오 등 상장 10년이 지나도 결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들이 부지기수다.

바이오텍은 RCPS 발행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지만 동시에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상 공정가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금융부채 RCPS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생상품부채가 늘어나 재무건전성이 훼손된다. 손익 관점에서는 회사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평가손실이 커져 순손실 규모가 불어난다.

유동성에 문제가 없어도 왜곡된 재무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AI 신약 개발사 파로스아이바이오가 대표적 사례다. 설립 후 순차적으로 RCPS를 발행해 451억원을 마련했다.

IPO 직전이던 작년에 180억원 투자를 유치한 덕분에 보유 현금은 전년 대비 60% 증가한 23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재무상태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RCPS의 예상 이자, 파생상품평가손실 등 241억원이 금융비용으로 인식되면서 당기순손실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315억원을 기록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 투자자들이 예심 청구 전에 RCPS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지만 그동안 회사가 RCPS 공정가치 평가와 보통주 전환 등기 등에서 지출한 유무형의 비용이 꼭 필요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장기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이며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없는 바이오 기업에게 RCPS는 맞지 않는 옷이다. 투자자들은 상환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있으나마나 한 상환권을 그저 갖고만 있는 셈이다.

한 바이오텍 CFO는 이렇게 말했다. "'R'이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도 포기하지 않아요. 그냥 아무도 안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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