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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외이사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2-09-23 07:00:12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만난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외이사 때문에 힘들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사외이사의 거수기 행보를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이야기는 숱하게 들어왔다. 반대로 사외이사가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설명은 이랬다. 코로나로 인해 이사회가 대면보다는 화상이나 전화 등 비대면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를 감안해 안건 관련 내용과 자료 등을 사전에 사외이사에게 이메일 등으로 보내준다. 문제는 사외이사가 안건의 면밀한 검토를 위해 추가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데 있었다.

외부 유출 등 보안 상의 이유 때문에 이메일 전송이 불가능한 자료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사정을 설명하자 그럼 해당 자료를 자택 근처까지 가져다 달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을 보내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약식 브리핑까지 했다. 규모가 작아 직원 수가 많지도 않은데 사외이사 요구를 일일이 다 들어주다보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더라는 푸념이다.

물론 상황적인 요인이 컸다.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시절이라 이사회가 대면으로 열리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이사회가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사외이사에게 자료 제공을 위해 출장 서비스(?)까지 할 필요는 없어졌다. 해당 사외이사는 대면 이사회에 꼬박꼬박 참석하고여전히 안건 검토에 성실하게 임한다고 한다.

처음엔 불평불만으로 시작됐지만 마무리는 훈훈했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대기업에 비해 사외이사 보수가 후한 편도 아니고 제공되는 각종 부대 혜택도 없다. 그럼에도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어느새 감동으로 다가오더란 것이었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 사외이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교통비 명목으로 추가 수당이 지급된다. 건강검진, 의료지원, 차량 제공, 골프장 회원권 이용 등 부수적 혜택이 상당하다.

사외이사에게 제공되는 각종 권한과 권리가 지나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리는 혜택만큼 그에 합당한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사외이사에 대한 보상과 처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거수기 논란은 여전하다. 이사회 안건에 사외이사들이 무분별하게 찬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엔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소송에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판결에서도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 모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 대비해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시켜주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

물론 중견 중소기업에서는 제공이 어려운 옵션이다. 사외이사에 대한 처우와 혜택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코스닥 상장사에서 '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외이사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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