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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 애널 릴레이 인터뷰]"회사채 시장, 내년도 힘들다…등급별 조달 양극화"②한광열 NH증권 크레딧 애널 "금리 변동성, 2023년 상반기까지 '계속'"

이지혜 기자공개 2022-09-28 08:23:38

[편집자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몰고 온 '퍼펙트 스톰'으로 경기 침체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자본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위축되자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경색된 데 이어 크레딧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조짐이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얘기를 더벨이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3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8월 말 잭슨홀 미팅을 기점으로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마저 나왔다. 시장금리 변동성이 완화하는 시점도 그만큼 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하반기는 돼야 시장이 조금이나마 안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광열 NH투자증권 크레딧 연구원(사진)는 기업들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것으로 바라봤다. 기존 차입금의 이자비용이 껑충 불어난 것은 물론 새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그나마도 AA급 웃돈을 웃돈을 줘서라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지만 A급은 그조차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리테일 투자자가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시장의 강세 전환을 이끌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됐다. 기관투자자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데다 단기물에만 투자하고 있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상승 계속된다, 내년 하반기 바라봐야”

“잭슨홀 미팅 이후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 기준금리가 내년에도 한두 번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한 연구원이 말했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의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매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전문가를 모아 잭슨홀에서 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말한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강력한 매파적 발언을 남기며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국 Fed는 21일(현지시간) 자이언트 스텝을 또 밟았다. 세 번 연속으로 미국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인상을 단행했다. 여기에 맞춰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을 당분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가 안정을 되찾는 시점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한 연구원은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내년에도 한두번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 오히려 시장금리는 내려가면서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1.4%대였다. 이후 기준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뛰더니 22일 4.11%까지 치솟았다. 국고채 금리가 4%를 넘긴 것은 201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지다 내년 하반기에야 꺾일 것이라는 의미다.

◇등급 간 조달 양극화 심화, 이자부담 ‘껑충’

금리 변동성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사채권 시장이 강세로 바뀌기 힘들다”고 바라봤다.

특히 등급 간 조달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AA급 이상의 우량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나머지는 그마저도 힘들 가능성이 높다. A급을 비롯해 BBB급 발행사는 실적을 방어하더라도 유동성을 관리하기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연구원은 “올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좋았던 덕분에 기업들이 만기 도래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버텼지만 내년 말에는 회사채를 발행해야 할 것”이라며 “AA급 등 상위등급은 금리를 높이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지만 하위등급은 실적이 양호해도 자금을 차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스프레드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 연구원은 “AA급 회사채 스프레드가 역사적 고점을 찍었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위등급은 올 3분기부터 실적 성장세가 꺾이면서 스프레드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이스P&I에 따르면 3년물 기준으로 AA- 등급민평과 국고채 금리 간 스프레드는 22일 102bp를 기록했다. AA- 등급민평금리도 5%를 넘어서며 최근 10년 이래 최고점을 기록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도 불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가 2~3배 정도 늘었다”며 “이자비용이 최소 4배에서 6배가량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리테일 투자자 유입, 지속가능성은 떨어져

최근 회사채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리테일 투자자가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1~2년물 여전채를 중심으로 리테일 투자자가 활발히 입찰하면서 시장을 지탱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테일 투자자는 고금리를 제시하는 일부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한 연구원은 리테일 투자자의 유입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리테일 투자자는 회사채 시장이 더 약해지는 것을 막아줄 뿐”이라며 “리테일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해도 기관투자자에 비하면 자금력이 떨어지기에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또 “리테일 투자자는 주로 1~2년 단기 여전채에 투자해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시장을 해빙시키려면 3~4년물 수요가 생겨야 하는데 리테일 투자자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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