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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팹리스, 미래를 묻다]"지금의 민간 투자붐, 최소 10년은 지속돼야"②신동주 모빌린트 대표 "3년 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성공사례 나올 것"

김혜란 기자공개 2022-09-29 13:54:50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8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성장의 조건 중 하나는 기술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자금을 꾸준히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자본이 원활하게 팹리스 업계로 흘러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

마침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미래 성장산업으로 부각되면서 민간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모빌린트도 지난해 시리즈A를 포함해 시장에서 총 100억원을 유치했다. 내년 상반기엔 시리즈B도 계획 중인데 잠재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수요조사 결과 순조로운 펀딩이 예상된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는 "팹리스가 민간투자를 받으면 그 자금은 결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업체와 디자인하우스(팹리스의 설계도면을 제조용 도면으로 재디자인하는 기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흘러간다"며 "팹리스에 대한 투자가 반도체 전체 생태계 육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팹리스는 IP업체에서 IP를 사 칩을 설계한 뒤 디자인하우스에서 공정설계를 받고 최종적으로 제품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긴다. 그 다음 후공정(OSAT,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업체가 나머지 작업을 맡는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비트리 같은 IP 전문기업, 세미파이브, 에이직랜드 등 디자인하우스,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와 국내 팹리스는 단단한 고리로 연결된 '성장 동반자'인 셈이다.

신 대표는 "과거보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민간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10년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적인 정부·민간 투자와 관심이 가장 중요"

사실 AI 반도체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하는 단계다. 민간 투자자 입장에서 AI 반도체 설계 전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때문에 아직까진 사모펀드(PEF) 운용사보단 벤처캐피털(VC)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신 대표는 "AI 반도체는 첫 제품이 나올 때까지 수년 이상 걸리고 자금도 수백억원이 들어간다"며 "제품 양산 전까지는 특별한 아웃풋 없이 투자가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투자는 과거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시장이 위축됐으나 팹리스만큼은 4차산업의 발전 속도, AI 반도체의 중요성, 정부의 지원과 관심 등 여러 핵심 키워드가 맞물려 시장의 관심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신 대표는 "지금의 관심이 앞으로 10년은 더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팹리스 스타트업들이 더 나와야 할뿐더러 IP전문기업과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 간 선순환 구조가 확실하게 구축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팹리스에 대한 민간투자가 반도체 전체 생태계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는 흐름이 명확하게 짙어지고 스타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등 구조가 안정화되는 데까지 최소 10년은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 내 회사들 간의 작용이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라며 "민간 투자자 입장에선 '이 정도로 많이 투자했는데 왜 당장 성과가 안 나오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도체 산업은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는 일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 밸류체인. 팹리스는 IP기업으로부터 필요한 IP를 구매해 칩을 설계하고 디자인하우스,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한다.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칩은 OSAT로 보내져 후공정 작업이 이뤄진다. 최종 완성된 반도체를 고객사에 판매하는 것도 팹리스다.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팹리스 강화 아닌 반도체 생태계 육성 관점으로 봐야"

신 대표는 팹리스 육성을 고민할 때도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강화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팹리스는 전체 반도체 생산 밸류체인에서 가장 중앙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동반성장하는 선순환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 팹리스가 중심 역할을 하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팹리스가 성공해야 IP기업들이 IP를 더 많이 판매하고 디자인하우스와 파운드리의 사업도 활발해진다. 그는 "저희와 같은 AI 반도체 기업들이 지금처럼 계속 발전하고 투자도 계속 받아서 이 생태계 전체를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지금도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팹리스 강국인) 미국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AI 반도체 개발 분야만큼은 많은 국내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서 앞서 있다"며 "또 4차산업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AI 반도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국내 팹리스 생태계를 육성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를 제품화해 내놓을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 유럽, 이스라엘 등으로 많지 않다.

그는 "팹리스뿐만 아니라 IP기업, 디자인하우스 등 시스템 반도체 기업 중 국내에서 큰 성공사례가 3년 이내에 두세 개 정도는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본다"며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이 충분히 경쟁력 있고 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이란 시간을 (투자자들에게) 무작정 기다려 달라는 게 아니다. 조만간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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