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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M&A]한화그룹은 왜 ‘징검다리’를 만들지 않았을까대우조선해양만을 지배할 별도법인 명분 부족…산은 지분으로 ‘안전장치’ 만들 필요성

강용규 기자공개 2022-09-28 15:06:05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7일 08:13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3년 전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천명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가치가 매겨졌다. 다만 딜의 구조에 따른 자금 투입 방식과 확보 가능한 대우조선해양 지배력은 3년 전과 지금이 상이하다.

한화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방식보다 많은 순현금 투입의 부담을 진다. 그러면서도 대우조선해양 지배력은 현대중공업그룹 대비 적게 확보한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시나리오에는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출자받기 위한 ‘징검다리’가 존재했으나 한화그룹의 방식에는 징검다리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화그룹은 26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6개 계열사가 대우조선해양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총 2조원 규모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 측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의 최대주주가, 산은이 28.2%의 2대주주가 된다.


3년8개월 전인 2019년 1월31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딜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방식보다 복잡했다.

먼저 현대중공업이 조선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를 설립하고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5.7%)을 이 중간지주사에 현물출자하면 중간지주사가 8400억원 규모의 보통주(지분율 기준 8%가량)와 1조2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보통주 전환시 10%가량)를 발행해 산은에 넘긴다. 이후 중간지주사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에 1조5000억원을 출자한다. 이 자금은 중간지주사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다.

딜의 구조만 놓고 보면 한화그룹의 방식이 간소하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중간지주사라는 ‘징검다리’를 만들었던 반면 한화그룹은 징검다리를 만들지 않는 데서 비롯한다.

다만 이 징검다리의 존재 덕에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확보 자체에는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도 55.7%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를 준비할 수 있었다. 반면 한화그룹은 징검다리를 만들지 않은 탓에 대우조선해양에 비숫한 자금인 2조원을 투입하고 49.3%의 지배력만을 확보하게 된다.


조선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징검다리를 만들지 않은 이유로 명분을 꼽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에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4개 조선사를 운영하게 되는 만큼 조선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명분이 존재했다. 반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만을 지배하기 위한 별도의 법인을 설립할 명분이 부족하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참여율을 일정 부분 확보하도록 한다는 관점에서 한화그룹과 산은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는 굳이 징검다리를 만들어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보유지분 전량(55.7%)을 출자받는 방식으로 산은의 지분율을 억제할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화그룹에게 조선업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다. 대우조선해양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위기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율이 충분히 높다면 산은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한화그룹에게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은 유사시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된다.

산은으로서도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율을 충분히 유지한 상태에서의 경영권 이전이 나쁠 이유는 없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가 목적인 만큼 대우조선해양 경영을 감시하기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 차후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높아진다면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입한 공적자금의 환수에 나설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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