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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팹리스, 미래를 묻다]'1세대' 픽셀플러스가 말하는 팹리스 성공의 조건기술력은 기본, 글로벌 시장 타깃으로 끊임 없이 제품 다각화해야

김혜란 기자공개 2022-10-04 14:21:24

[편집자주]

2000년대 초반, 한국 자본시장에 팹리스 투자 붐이 일었다. 200여 곳의 유망주들이 스타팹리스를 꿈꿨다. 그러나 해외 진출에 실패하며 줄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팹리스 불모지'로 남았다.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 팹리스에 돈이 몰리고 있다. 과거엔 승부처가 모바일 칩에 몰려 있었다면 지금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다. '제2의 엔비디아', '제2의 퀄컴'을 꿈꾸며 도전에 나선 국내 팹리스들을 차례로 만나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9월 30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여 년 전 수백개에 달했던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는 현재 100여곳(한국팹리스산업협회 추산) 정도로 산업 규모가 크게 줄었다. 2000년 전후로 일었던 팹리스 창업 붐은 오래 지나지 않아 가라앉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하다 해외 진출 기회를 놓친 많은 기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몇 년간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시 많은 팹리스 스타트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팹리스 육성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한번 무너졌던 생태계를 재건하는 게 더 까다롭고 힘든 일일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1세대'도 있다. 이미지센서 전문 기업 픽셀플러스가 그중 하나다. 픽셀플러스는 지난달 출범한 한국팹리스산업협회 이서규 회장(사진)이 이끄는 회사다. 취약한 생태계 안에서 20여 년간 사업을 유지하는 게 쉬웠을 리 없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상장폐지되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출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픽셀플러스의 역사에는 국내 팹리스 산업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K-팹리스'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미래 방향성이 어떠해야 할지 그려볼 수 있다. 경기도 수원 픽셀플러스 본사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픽셀플러스는 어떤 회사

픽셀플러스는 이미지센서 전문 팹리스다. 이미지센서란 외부에서 빛을 받아들여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는 기능을 하는 반도체다. 회사는 특히 차량용 이미지센서에 특화돼 있다. 이 회장은 "2000년 설립 당시만 해도 사업구조와 모델, 고객군이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전기적인 영상 신호로 바꿔 주는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Complementary Metal Oxide Semiconductor) 이미지센서'(CIS)와 이미지 신호를 처리하는 이미처리장치(ISP) 통합칩을 국산화하며 시장에서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2000년대 초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에 부품을 납품하며 유명해졌고, 텔슨전자 등 당시 여러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꾸준히 신제품도 내놨다. 단말기에 내장할 수 있고 소비전력도 크게 줄인 초소형 이미지센서 등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지금은 대중화됐으나 당시엔 CIS 대신 일본산 전하결합소자(CCD) 이미지센서가 시장 주류였다. CIS는 CCD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전용 공장이 아닌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생산 가능해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트렌드가 CCD에서 CMOS 이미지센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픽셀플러스도 CIS 대중화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한 셈이다.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2005년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성공 스토리를 그려가는 듯했다. 그러나 곧 위기가 닥쳤다. 삼성전자의 주문 물량이 갑자기 확 줄면서 사업이 휘청였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이 모바일용 CIS를 전략제품으로 직접 개발·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물량이 확 늘거나 줄기도 했다"며 "모바일용 이미지센서 사업은 중소기업에서 할 일이 아니란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과 대만 시장을 공략하며 해외 진출에 매달렸다.

픽셀플러스의 CMOS 이미지센서 제품.

◇팹리스 생존 키워드 셋…'해외 진출, 제품군·고객사 다변화'

이 회장은 재기를 노리며 보안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이 회장은 "보안카메라용 센서도 카메라폰과 마찬가지로 CCD가 주류였으나 CIS로 대체되는 시장이 곧 열릴 거라고 봤다"며 "2007년 폐쇄회로(CC)TV용 CIS 제품을 출시했는데 이 제품 덕에 2009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픽셀플러스의 주력제품은 보안카메라용 CIS였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던 이 회장은 2012년부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바라봤다. 2018년 국내 최초로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서라운드뷰모니터(SVM) 칩셋을 개발했다.

이 제품으로 국내 대형 전장업체와 공급 논의까지 이뤄졌으나 최종 무산돼 또 한 번 좌절해야 했다. 로엔드(저사양)부터 하이엔드(고사양)까지 전체 라인업을 맞춰 공급하길 바라는 대기업의 수요를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이 다 맞추긴 어려웠다. 국내 대기업에만 의존해서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운 사건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얻은 교훈은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해외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픽셀플러스는 모바일에서 보안 분야로, 이제는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솔루션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밝고 어두운 부분 차이를 명확하게 하는 'HDR(High Dynamic Range)', 깜박거림(Flicker)을 완화시키는 LFM(Led Flicker Mitigation) 기술 등 자동차 센서에 필요한 핵심 기술도 내재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이 회장은 "모바일과 달리 자동차쪽은 움직이는 이미지라 실시간 처리가 중요하다"며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용 이미지센서 분야에선 2000년대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한 결과 현재 글로벌 강자로 우뚝 섰다.

픽셀플러스는 모바일 쪽 사업을 접은 이후 유럽과 중국 등에서 고객사를 대거 확보해 수출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렸다. 일본 완성차 시장에도 진출했다. 대만 자동차 부품업체를 통해 선적전장착(PIO) 방식으로 동남아 지역에 수출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에 SVM용 이미지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PIO란 완성차업체가 자동차를 선적하기 전에 옵션을 장착하는 방식을 말한다

픽셀플러스는 지난해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TSR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이 온세미(57.8%)에 이어 옴니비전(19.5%), 소니(7.7%), 도시바(4.3%), 픽셀플러스(4.0%) 순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픽셀플러스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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