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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한화]'화약회사'의 변신, M&A 질주 뒷받침한 재무라인①참모조직이 CFO 역할…박종석·김연배·이용호·최상순 부회장 '핵심'

고진영 기자공개 2022-11-21 07:29:55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5일 09:45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송충이이며, 화약쟁이가 어떻게 설탕을 들여옵니까? 갈잎이 아무리 맛있어도 솔잎이나 먹고 살거요.”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

고(故) 김종희 회장은 ‘다이너마이트 김’으로 통했다. 화약의 국산화를 주도하기도 했지만 워낙 외곬이었다. 그가 손댄 사업 중 성격이 달랐던 것은 대일유업(현 빙그레) 뿐이다. 이마저 정부의 집요한 요청으로 떠안았으니 한눈 팔기 싫어하는 경영철학을 알 만했다. 정해진 장소, 정확한 시간에 터져야 하는 다이너마이트와 속성이 닮았다.

아들 김승연 회장은 다르다. 1981년 갑작스런 부친의 타계로 경영권을 쥔 그는 패기만만했다. 청년의 혈기라 평하기엔 노장이 된 지금도 저돌적이다. 취임 1년 만에 한양화학을 인수, 유통과 금융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전광석화같은 공격경영으로 회사를 키웠다.

서른줄에 불과한 총수가 이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참모조직이 있다. 80년대 재계에는 이미 오너가 지휘감독을 하되, 인력을 겹겹이 포진시켜 자문을 구하는 형태의 경영이 자리잡고 있었다. 총수가 젊을수록 그런 경향이 강했는데 한화그룹 재무라인도 애초 이 조직을 통해 기능했다.

◇연쇄 M&A·구조조정…CFO 역할한 참모조직

당시 김 회장의 브레인 역할을 하던 측근 조직은 경영관리실과 비서실, 종합기획실로 나뉘어 있었다. 이중 그룹을 운영하는 핵심역할을 한 곳이 ‘보안사’로 불리던 경영관리실. 실적을 분석하고 재무를 포함한 운영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룹의 CFO 롤을 사실상 경영관리실이 했던 셈이다. 대표적으로 추후 구조조정본부장을 맡는 최상순 전 부회장이 이때 경영관리실의 재무담당 상무였다.


이후로도 경영관리실의 보조 속에 1993년 아테네은행, 1996년 헝가리 엥도수에즈 부다페스트은행 인수 등 그룹 확장이 계속됐다. 벽에 부딪힌 것은 1997년이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스러지던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한화도 혹한을 피할 수 없었다. 김승연 회장은 그해 11월 24일 경영전략회의에서 계열사 정리계획을 확정, 10대 재벌 어느 곳보다 계열사 정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상황이 급전환한 만큼 참모조직 역시 변화를 맞았다. 경영기획실을 위시해 3갈래로 뿌리가 갈라져 있던 조직은 90년대 ‘비서실’로 합쳐져 하나의 컨트롤타워로 역할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은 1998년 비서실을 없애고 '구조조정위원회'를 신설한다. 혹독한 구조조정의 예고였던 셈이다.

한화는 주력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에너지프라자를 포함해 7개 사업을 전부 팔았다. 그 여파로 매출이 반토막나고 임직원은 4명 중 1명꼴로 회사를 떠났다. 뼈를 깎는 다이어트를 감행한 이유는 부도설에 시달릴 정도로 재무구조가 취약했기 때문이다.

1996년 말 기준으로 한화그룹 전체 빚은 자기자본의 788%에 달했다. 30대 재벌 평균의 2배에 가까운 수치였으니 금융위기 상황에서 치명적 약점이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재벌그룹으로는 유일하게 협조 융자를 모두 갚았다.

일련의 매각과정에서 재무전략을 이끈 구조조정위원장은 박종석 전 부회장이다. 순혈 한화인은 아닌데 1995년 영입됐다. 국내에서 손꼽히던 금융전문가로 재무부 이재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국민은행장, 은행감독원장, 증권감독원장 등 35년간 금융권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그의 주도 아래 한화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생존에 성공한 만큼 위상도 하늘을 찔렀다.

◇"금융만 있었더라면"…'절치부심' 대한생명 인수

움츠렸던 한화는 곧장 재도약을 준비한다. 구조조정 당시 김승연 회장은 “삼성생명같은 금융계열사가 있었다면 이런 수모는 없었을 것”이라며 자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1999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 매물로 나오자 바로 인수를 추진했다. 박 부회장도 “보험시장 전망이 밝다”며 김 회장에게 참여를 권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형 딜을 뒷받침한 것 역시 구조조정위원회다. 다만 간판과 인사는 달라졌다. 2000년 ‘구조조정본부’로 바뀌었으며 위원장이던 박종석 전 부회장은 그룹으로 이동, 실무를 담당하던 김연배 부회장이 새롭게 구조조정본부장에 임명됐다. 김승연 회장과 꽤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1997년 김 회장이 태평양건설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때 김연배 부회장이 부장으로 있었다.

그 뒤 한화경영연구소로 옮긴 김 부회장은 경제이론을 공부하면서 ‘자금의 흐름’ 파악에 매진했다. 1996년에는 7월 비서실 재정팀장으로 발탁됐고, 이후 구조조정위원회 실무팀장으로 있다가 박 전 부회장의 자리를 넘겨받았다. 그룹에서 김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수행하는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김 부회장 휘하에 있던 이용호 전 부회장도 주목할 만하다. 구조조정본부 구조조정팀장으로서 대한생명 인수전담팀을 직접 이끌었다. 원래는 쌍용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었으나 김재원 당시 경영기획실 전무의 제의를 받고 한화에 스카우트, 비서실 재정팀을 거쳤다. 앞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계열사를 합작 외국기업에 매각할 때 김 회장이 그에게 상당 부문 의사결정권을 위임할 정도로 신뢰가 깊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한 구조조정위원회는 대한생명 인수전 참여가 결정되자 빠르게 움직였다. 자금조달 임무를 안은 재무팀이 즉각 일본 등지에서 외국 투자기관 물색에 나선다.

그러나 거래는 지난했다. 김 회장이 금융감독위원회를 직접 찾아 입찰제안서를 낼 정도로 애착을 보였지만 인수자격 시비, 헐값 논란 등 온갖 의혹에 시달렸다. 정부와도 충돌이 있었다. 결국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벼랑끝 전술을 구사한 끝에 2002년 말 대한생명을 품에 안았다. 재계순위 10위권 밖이던 한화그룹은 5위로 급부상한다. 지금도 그룹이 벌어들이는 돈 절반은 한화생명에서 나오니 한화의 운명을 바꾼 딜이라 할 수 있다.

◇CFO 직제 등장, 컨트롤타워 해체

한화그룹이 공식적으로 CFO라는 직제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인수전담팀을 지휘한 이용호 부회장이 대한생명의 CFO로 발령났다. 그밖에도 연쇄 이동이 있었는데 김연배 부회장이 사장에서 승진해 한화증권으로 부름받았고 최상순 전 부회장이 구조조정본부장에 올랐다. 최 부회장은 구조조정위원회가 처음 만들어질 때무터 위원으로 있었던 인물이다.

이후 한화 구조조정본부는 2006년 조직개편에 따라 '경영기획실'로 변경됐다가 10여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2018년 5월 경영기획실 해체를 뼈대로 하는 경영쇄신안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삼성 미래전략실 등 재벌그룹의 총괄 조직이 눈총을 사는 분위기였다. 사실상 한화그룹 재무라인의 모체가 됐던 컨트롤타워가 뒤안길로 사라진 셈이다. 대신 지주사격인 ㈜한화에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이 이관됐다.

㈜한화의 역대 CFO들을 보면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이광훈 재무실장,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권태 재무실장,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김성일 재경본부장, 2017년 말부터 서광명 재경본부장이 바통을 주고 받았다. 올 초 서광명 전 부사장이 물러난 이후론 김민수 부사장이 후임 CFO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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