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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한화]지배구조 연쇄 개편, 재무라인 '공과' 두각②방산 확장, 3세 승계 과제…전연보·신용인·정원영 최전선

고진영 기자공개 2022-11-24 07:20:07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7일 09:49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는 유난히 지배구조 개편을 자주하는 그룹이다. 수차례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업을 쪼개고 합치는 일이 불가피했다.

물론 승계와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김승연 회장은 부친 김종희 창업주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동생과 경영권 다툼을 마무리짓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과거의 아픔 탓에 잡음없는 승계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화그룹에서 CFO 역할이 유독 주목받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합병과 개편의 큰 방향은 오너가 결정하지만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자금흐름의 길목 관리는 CFO 몫이다. 변화가 잦은 만큼 재무조직이 갖는 존재감도 남다른 그룹으로 꼽힌다.

◇'방산왕국' 공신 김성일, 재확장 중심엔 전연보

한화는 오너일가가 지주사격 ㈜한화를 지배하고 ㈜한화가 금융사인 한화생명, 비금융사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지배하는 구조다. 이런 골격을 완성하기까지 한 획을 그은 거래가 삼성과의 빅딜이다.

2014년 한화그룹은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4개사 인수를 결정했다. 2조원 규모. 자금조달 걱정이 으레 뒤따랐다. 한화생명과 한화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두고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이때 인수금융을 주도한 이가 ㈜한화 CFO였던 김성일 재경본부장이다. “자금 마련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직접 매각설을 일축했다. 해결책은 분납이었다. ㈜한화가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의 단독 인수주체로 나서 대금을 2년에 걸쳐 냈고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공동 인수해 각각 대금을 3년 동안 분납했다.


대규모 지출까지 시간적 여유를 벌었을뿐 아니라 두 그룹 간 관계를 돈독히 한 상책으로 평가된다. ㈜한화 외에는 다른 방산회사가 없던 한화그룹이 방산왕국 건설에 시동을 건 시발점이기도 하다.

8년이 지난 지금 한화는 또 한 번의 방산 '벌크업(Bulk up)'을 준비 중이다. 올 7월 한화그룹은 대규모 사업 재편을 알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서 분할된 방산부문을 인수하고 자회사 한화디펜스까지 흡수했다. 이로써 3개 회사에 분산됐던 방산사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모였다. 3형제 중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 전반을 아우를 수 있게 된 구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에서도 주포로 나선다. 그룹에서 총 2조원의 한화 자금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되는데 가장 비중이 큰 1조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기로 했다. 방산·에너지사업의 몸집이 훌쩍 불어나면서 김 부회장 중심의 승계구도에 무게가 더해졌다.

격변을 앞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CFO는 전연보 전무가 맡고 있다. 2013년 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부재에 따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을 때 한화케미칼 상무보로 임원진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FO로 온 것은 2021년 말이다. 대규모 자금이동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전선의 가장 중심에 섰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한화솔루션 개편, 윤안식→신용인 바통 터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의 기둥이라면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첨단소재·화학 종합회사로 양대축을 이루는 곳이다. 마찬가지로 합병을 거듭하면서 지금의 외형을 만들었다. 한화큐셀과 한화솔라홀딩스, 한화첨단소재, 한화큐셀코리아, 한화케미칼 등의 순차적 합병 끝에 2020년 1월 등장했다.

한화솔루션이 출범하기까지는 현재 한화시스템 CFO인 윤안식 부사장이 계열사 합병과 자금운용을 총괄했다. 2017년 말부터 한화케미칼(현 한화솔루션) CFO로 자회사, 손자회사들을 합치고 다듬는 작업을 맡았다.


하지만 그뒤로는 후임 신용인 전무에게 바통이 넘어갔다. 대학졸업 직후 한화솔루션의 전신 한양화학에 입사한 순혈이다. 30대 후반에는 한화의 핵이던 경영기획실에서 일하기도 했으나 한화솔루션 출범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왔다.

부임하자마자 한화갤러리아를 흡수합병하고 한화도시개발의 자산개발 사업부문 분할합병을 진행했는데 얼마 안가 다시 중책을 맡았다. 올 9월 한화솔루션이 인수한지 채 2년도 안된 ㈜한화갤러리아를 또 내보내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화첨단소재 분할과 동시에 발표됐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화첨단소재는 물적분할, 한화갤러리아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는 부분이다. 따라서 분할 뒤 한화첨단소재는 한화솔루션 자회사가 되지만 한화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의 모회사 ㈜한화의 자회사가 된다.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 사내이사인 김동관 부회장의 울타리 밖에 놓이게 됐다는 뜻. 승계 준비작업으로 보이는 이유다.

현재 유력한 후계 시나리오를 보면 김동관 부회장이 총수로서 한화솔루션과 방산을 가져가고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 셋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레저와 유통을 이양받는 구도가 점쳐진다. 그러니까 유통사인 한화갤러리아가 추후 김 상무 아래로 교통정리 되려면 우선 한화솔루션으로부터 떨어져나와야 했다.

◇엔드게임 열쇠는 한화에너지, 정원영 주목

사업적 관점이 아니라 지배구조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계열사는 단연 한화에너지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로 ㈜한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당을 통해 3형제에게 현금을 밀어넣는 역할도 한다. 간단히 말해 승계의 수단이자 자금줄이다.

3세 지배력 확대의 움직임도 한화에너지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김동관 사장은 2007년 김 회장에게 ㈜한화 지분 일부를 물려받은 뒤론 지분율 4.44%에 변동이 없다. 다만 2019년부터 한화에너지의 전신 에이치솔루션이 ㈜한화 주식을 간헐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2021년 초까지 지분율을 5.19%로 늘렸다.

같은해 8월에는 에이치솔루션을 100% 자회사 한화에너지가 역합병한다. 지분관계가 '3형제→한화에너지'로 단순해진 셈이다. 합병으로 ㈜한화 주식을 그대로 받은 한화에너지는 지분율을 9.7%로 확대하면서 김승연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3형제가 ㈜한화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목을 끈 인물은 1970년생 정원영 전무다. 합병작업을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한화에너지(옛 경인에너지)에 입사했으며 이후 한화케미칼로 이동해 해외 인수금융과 회사채 발행 등을 주도했다. 47세, 비교적 젊은 나이였던 2016년 말 한화에너지 CFO로 부름받았다.


합병을 마무리한 지난해에는 전무로 승진해 그룹의 핵심 인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에너지와 자회사 재무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만큼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너지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야 승계에 유리하다는 측면에서도 어깨가 무겁다.

이밖에 그룹의 남은 과제로는 올해 ㈜한화에 합병된 한화건설의 재분할,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 정리 이슈 등을 헤아려볼 수 있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김동선 상무에게 이양될 가능성이 높지만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솔루션이 지분 49.57%를 쥐고 있어서 위치가 애매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분할 등 지배구조 개편은 자산배분 문제 뿐 아니라 재무적 영향, 세금 관련 부분까지 굉장히 골치아픈 일”이라며 “실무를 담당하는 CFO들의 공과가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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