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CFO / 현대자동차]'신용도 상승부터 빅딜까지'···CFO가 빛난 순간②박완기·이정대 등 신용도 개선, 이원희 빅딜 성과...현 CFO 서강현 '투자 부문' 존재감 전망
양도웅 기자공개 2022-11-22 08:31:23
[편집자주]
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6일 10: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총 10명의 현대자동차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조직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그룹의 몸집을 안정적이면서도, 그리고 크게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신용등급 향상과 현대건설, 현대제철,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대형 인수합병(M&A)과 출자를 통해서다.가깝게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고 멀게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대에 대비하는 데도 CFO들은 과거와 다름없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이미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발생한 이사회 빈 자리를 CFO가 채우고 있다. CFO 직책의 중요성도, 위상도 한층 높아진 셈이다.

◇ IMF 이후 7년 만에 '투자적격 등급'으로 복귀···직접 발품 판 CFO들
현대차가 2000년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뒤 CFO의 과제 중 하나는 IMF 위기로 국가 신용등급과 함께 떨어진 국제 신용등급을 높이는 것이었다. 계열분리됐을 무렵 현대차 신용등급과 전망은 무디스 기준 'Ba3·부정적'이었다. Ba3은 '정크(junk)'로 불리는 투자부적격 등급이다. 말 그대로 되도록 투자해선 안 되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이는 당시 글로벌 톱 5 완성차 업체를 목표로 한 현대차로선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는 평가였다. 낮은 신용등급은 재무적으로도 부담이다. 상대적으로 비싼 이자에 돈을 빌려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집을 키우려는 현대차 입장에선 여러모로 신용등급 향상이 필요했다.
이에 2000년대 초반 박완기, 김뇌명, 전현찬, 채양기, 이정대 CFO들은 IR팀을 신설해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자들과 시장 관계자들을 만나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했다. 특히 당시 현대차가 판매량 확대를 목표로 한 지역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 적극적으로 IR을 펼쳤다.
무디스를 포함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을 찾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2004년 CFO를 포함한 재경본부 관계자들은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 있는 무디스 및 S&P 사무소를 찾아 그들이 평가절하하는 부분을 바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현대차 CFO 조직의 달라진 적극성에 업계에선 긍정적인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마침내 2004년 11월 무디스는 현대차 신용등급을 기존 'Ba1·안정적'에서 'Baa3·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1997년 IMF 이후 약 7년 만에 투자적격 기업으로 복귀했다. 물론 이러한 신용등급 향상엔 인도와 중국 매출 증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 설립 등의 영향이 있었지만 CFO 조직의 적극성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는 2000년대 초반 CFO들 가운데 상당수가 '영전'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김뇌명 CFO는 사장 승진과 함께 기아 대표이사로, 채양기 CFO는 훗날 사장 승진과 함께 기획과 인사 등 3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이동했다. 이정대 CFO는 CFO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까지 올랐다.
이때 CFO들이 당시 구축한 적극적인 IR 전략과 IR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문화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목표였던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로 확고히 자리매김까지 하면서 현재 현대차의 국제신용등급은 무디스 기준 'Baa1·안정적'으로 2004년보다 두 계단 뛰어올랐다.

◇ 22년간 몸집 여덟 배 커져···대형 딜 때마다 CFO들 역할 '톡톡'
2000년 현대차가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왔을 무렵 계열사는 총 20여개였다. 적지 않은 숫자 같지만 현대차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곳은 1년 전에 5000억여원을 들여 인수한 기아 정도뿐이었다. 서울 계동사옥을 현대그룹이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급하게 농협중앙회로부터 서울 양재동 사옥을 매입해 이사까지 했다.
이러한 점들은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실질적 장자인 당시 정몽구 회장(현 명예회장)뿐 아니라 전 임직원에게도 상처 아닌 상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회사를 키워야 한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갖게 만드는 좋은 자극제이기도 했다.
22년이 지난 현재 현대차 계열사는 20여개에서 57개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고, 같은 기간 전체 자산도 31조원에서 251조원으로 여덟 배 넘게 커졌다. 연간 매출액도 32조원에서 118조원(2021년 기준)으로 약 네 배 증가했다. 연간 순이익도 6034억원에서 5조7000억원으로 아홉 배 이상 확대됐다. 내실을 갖춘 성장을 거듭한 셈이다.

이러한 성장은 무엇보다 핵심 사업인 완성차 경쟁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와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프로젝트 추진, 한국전력공사 서울 삼성동 부지 매입,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등 사업 다각화와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 때문이기도 하다.
이 성공 사례들은 가치 평가와 자금 조달, 인수후통합작업(PMI) 등의 업무를 책임지는 CFO들이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면 불가능했다. 특히 여러 CFO 가운데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약 6년간 재직한 이원희 CFO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대형 딜이 그가 CFO로 근무하던 시기에 이뤄졌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현대가(家) 적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현대건설 인수가 눈에 띈다.
이 덕분인지 이원희 CFO는 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00년 이후 현대차 CFO 자리를 거쳐 간 인물 중 기아(김뇌명 CFO)와 현대차증권(최병철 CFO) 대표에 선임된 이들은 있었지만 이원희 CFO처럼 현대차 대표에 앉은 이는 없었다.

인수합병과 지분투자 등 투자 업무는 현재 서강현 CFO에게도 중요한 영역이다. 단 과거엔 건설과 철강 등 완성차 외 다른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위한 투자였다면 현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례로 현대차는 지난해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 글로벌 로봇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총 1조원을 투자했다. 정의선 회장도 직접 투자했을 만큼 미래 기술 확보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곳이다.
서 CFO는 사내이사로서 앞으로도 투자 부문에서 존재감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회장 들어 달라진 점 중 하나가 CFO가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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