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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CFO / 포스코]CFO의 철칙 'Cash is king'②2000~2022년까지 부채비율 100% 이하...현금창출력 고려한 투자 원칙 기조 지속

양도웅 기자공개 2022-11-24 07:00:44

[편집자주]

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17일 09:48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탄은 충분하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6년. 포스코그룹(프스코홀딩스 연결기준)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사정권에 들었을 무렵 이동희 CFO가 언론과 자본시장에 공공연히 밝힌 입장이다.

당시는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미국의 칼 아이칸(Carl Icahn)이 규합한 헤지펀드 연합이 국내 기업 KT&G에 적대적 M&A를 시도, 결국 사외이사 한 명을 앉히는 데 성공한 때였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노리는 외국 자본의 공격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었다.

미국 현지에서는 기업사냥꾼들의 다음 타깃으로 포스코그룹이 거론되기도 했다. 높은 외국인 지분율과 저평가된 주가,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지 오래되지 않아 다소 취약한 지배구조 등이 이유였다. 실제 글로벌 철강 시장 1·2위를 다투는 아르셀로미탈이 포스코그룹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직접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구택 회장과 이동희 CFO가 긴급회의를 여는 등 포스코그룹은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속내엔 기업사냥꾼들에게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 CFO는 낮은 부채비율과 대규모 현금을 바탕으로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경우 상대 기업의 지분 10% 이상을 매입해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2006년 포스코그룹은 약 1조원의 현금을 들고 있었다.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예·적금과 주식 등을 합하면 이 숫자는 4조원으로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39%에 불과했다. 만일 보유 현금으로도 방어가 어렵다면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도 버틸 수 있는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던 셈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을 펼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장과 이 CFO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IR을 펼치며 우군도 확보했다. 다행히도(?) 언제 그랬냐는 듯 포스코그룹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1년여 만에 자취를 감췄다.


낮은 부채비율과 대규모 현금. 이 두 가지로 대표되는 포스코그룹 재무구조의 특성은 이 당시만의 것이 아니다. 민간기업으로 전환된 2000년부터 올해 2022년까지 회사 부채비율이 100% 이상을 넘어선 적은 단 한 해도 없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당국이 기업에 다소 보수적으로 부채비율 200% 이하 유지를 권고하는 점을 고려해도 매우 준수한 수준이다.

곳간도 늘 풍족했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연평균 8조원에 달했다. 전체 자산에서 현금성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연평균 13.7%였다. 평균의 함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발표한 올해 3분기 IR 자료에 따르면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20조원에 이른다. 낮은 부채비율을 고려하면 외부에서 빌려온 현금도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예산과 자금 흐름을 책임지는 CFO들이 '현금이 왕(Cash is king)'이라는 철칙을 고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숫자들이다. 실제 포스코그룹 CFO를 포함한 경영진은 현금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자주 밝힌다.

안전 지향적인 재무 전략에 고개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금 확보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전략은 중요한 국면 때마다 빛을 발했다.


현재 그룹의 미래 사업 중 하나인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핵심 기지가 될 포스코인터내셔널(옛 대우인터내셔널)을 품을 수 있던 것도 막대한 현금 덕분이었다. 2010년 포스코그룹은 롯데그룹과 자존심을 건 인수전에서 약 2000억원을 더 써내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소재 확보를 위해 꾸준히 해외 광산에 조 단위 투자를 할 수 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많은 대기업이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자본시장과 은행 등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어려워지자 기존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약 20조원의 현금을 활용할 수 있는 포스코그룹은 기존 계획대로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중선 CFO

지난 10월24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IR에서 전중선 CFO는 "글로벌 경기 불황이 시작되는 상황으로 조금은 신중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차전지 소재와 철강 등에 대해선 기존 로드맵을 연기하지 않고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정빈 경영전략팀 투자 담당 임원은 "투자비에 대해서는 EBITDA(상각전영업이익) 범위 내에서 진행하는 게 대원칙"이라며 "성장 투자를 연간 8조원 정도를 해왔는데 앞으로 3년 정도도 8~9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의 현금창출력을 감안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게 다시금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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