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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밸류 역성장'을 부끄러워 말라 [thebell desk]

안영훈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2-11-08 08:13:09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7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돈이 넘치던 축제의 시간은 끝났다.' 최근 만난 한 기업체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까진 최소 연봉 큰거 한장에 테헤란로 사무실, 자율 출퇴근제 등 여러 조건의 복리후생을 따지던 고급 프로그래머조차 지금은 이직할때 스스로 조건을 낮출 정도라고 한다.

보통 축제가 끝나면 잔 여운이라도 이어지지만 국내 자본시장엔 이조차도 없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위태롭던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탓이다.

금리 6%에 육박하는 한전채조차 미달사태가 발생하니 모험자본 유치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 IRR 30%라는 빛나는 성적표를 내밀어도 VC의 민간 펀딩이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투자 돈줄이 마르니 스타트업의 자금난은 당연지사다. 결국 최근 스타트업 투자 유치 과정에선 마지막 라운드 대비 밸류(기업가치)가 반토막 이상 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매 성장 단계에 맞춰 자금을 유치하고 종국엔 IPO를 노리는 상황에서 분명 회사는 성장했는데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를 깎으니 창업자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밸류 역성장 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개월을 버텨봤자 결국엔 처음보다 더 낮은 밸류로 고개를 숙이니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찌 하겠는가. 이제 축제는 끝나고 생존의 시간이 도래했는데. IMF, 금융위기 등 굵직한 위기를 넘어 본 VC 관계자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몇가지 조언을 남겼다.

첫째 성장의 기준을 바꿔라. 플랫폼은 고객수, 바이오는 시험 성과 등 그동안 스타트업들은 본인들만의 성장 기준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매출이라는 공통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 매출이 나지 않는 곳들은 투자 리스트에 조차 오르지 못하는 현실 탓이다.

둘째 돈을 아껴라. 과거 투자 유치 후에는 인력 충원, 시설 투자 등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다.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선 성장 기반 마련이 아닌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1년 혹은 2년이 될지 모르는 투자 혹한기에 맞춰 최대한 돈을 아껴 투자 혹한기를 버텨야 한다.

셋째 창업자의 자존심을 버려라. 혁신 기술,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투자금을 가려 받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밸류 역성장을 받아들이며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 자존심만 내세우다간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한순간 유동성 위기에 휘말리고 회사 존폐를 거론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할땐 너무나 가혹한 조언이란 생각도 들지만 수긍되는 말이기도 하다. 다만 그동안 노력해 온 창업자에게 한가지 첨언을 하고자 한다.

'밸류 역성장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다. 생존을 위한 일보 후퇴는 용기 있는 결단이지 결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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