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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뿐인 자본, 신종자본증권]관행 선택한 금융당국·흥국생명, 규정대로라면①기존 '미행사' 입장에서 번복…'자본' 인정 의문 제기

박기수 기자공개 2022-11-28 09:13:57

[편집자주]

흥국생명이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사태를 진화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고, 발행사가 자기 의지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그 특징을 토대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THE CFO가 조명하고자 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더불어 금융사보다 발행 규정이 느슨한 비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취지대로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1일 15:5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계상 신종자본증권은 이름대로 '자본'으로 분류된다. 증권 발행의 목적은 일반 회사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성격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해줄 만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혹은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도 불린다.

다시 말하면 이런 요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자본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발행 과정이 아닌 발행 후 증권의 운용 방식에서 불거진다. 이번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관련 논란도 마찬가지다.

원칙대로라면 이번 흥국생명의 5억달러 신종자본증권은 상환되면 안됐다. 흥국생명은 보험사로 보험업감독규정을 따른다. 보험업감독규정에는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콜옵션을 발동할 때 일종의 원칙들을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험사는 지급여력금액이 기준보다 미만인 경우 발행이 불가능하다. 또 5년 이내 신종자본증권이 상환되면 안되고 상환 시 발행사의 판단에 의하여야 한다. 만약 상환 부담 부과 조건이 있을 경우 증권 보유자에 의한 상환권이 있는 것으로 본다. 또 상환 시 양질 또는 동질의 자본으로 대체되거나 상환 후 자본이 보험사의 리스크를 부담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상환이 가능하다.

이외 콜옵션 행사 이후 RBC비율이 150% 이상이어야 하고, 금융시장의 여건 변화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조건이 현저히 불리하다고 인정될 경우, 마지막으로 금융감독원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케이스는 위와 같은 일종의 원칙들을 모두 저버렸다. 콜옵션 번복 과정을 지켜보면, 콜옵션 행사가 100% 흥국생명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신종자본증권은 현재 만기와 금리 수준이 공개되지 않은 환매조건부채권(RP) 등으로 대체됐다. RP는 기본적으로 만기가 짧고 회계 계정상 '부채'로 인식된다. 양질 또는 동질의 자본으로 대체되지 않았음에도 상환이 이뤄진 셈이다.

규정에 따르면 신종자본증권의 스텝업 금리 조건 등이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현저히 불리하다고 인정될 경우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지만 이번 케이스는 아예 반대다. 시장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오히려 흥국생명은 상환보다 금리를 스텝업하는 것이 현저히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금융감독원은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해도 말려야 했다.

결론적으로 원칙대로라면 흥국생명은 기존 입장대로 콜옵션 행사를 하지 말아야 했고, 금융당국은 기존대로 흥국생명의 결정을 두둔하는 쪽으로 가야 했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국가 평판 저하에 대한 리스크를 인식하면서 결국 입장을 번복했다.

이후 흥국생명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과의 신뢰를 깼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흥국생명과 금융당국 모두 원칙을 저버리고 '시장 신뢰와 관행 수호'라는 명분을 택했다.

다만 이후 업계에서는 진짜 원칙이 외면받고 관례가 원칙처럼 여겨진다면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볼 수 있는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등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여러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회계 상으로도 자본으로 인식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5년마다 콜옵션 행사가 반강제되는 등 보험사들이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이를 자본으로 봐야할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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