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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그룹 자금줄' 홈쇼핑, '탈TV' 어려운 이유

이효범 기자공개 2022-11-28 07:27:4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공포의 불씨는 대기업으로 번져 롯데그룹에서도 가장 취약했던 롯데건설로 옮겨 붙었다. 그룹 계열사들은 소방수를 자처하며 십시일반 자금 지원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이다. 롯데쇼핑을 대신해 팔을 걷어부쳤다. 별도기준으로 롯데홈쇼핑의 자산은 2조3000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롯데쇼핑 자산 25조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차이다.

롯데홈쇼핑이 자금 지원을 하는 게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지주사 체제 아래에서 행위제한 때문에 롯데홈쇼핑을 활용한 M&A(인수합병)도 쉽지 않다. 롯데쇼핑이 지분율 53.49%를 갖고 있지만 나머지 지분을 가진 태광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활용도가 떨어졌던 유보금을 이번 기회에 롯데건설 지원금으로 썼다.

이처럼 대기업 그룹 내 자금수요가 커질 때마다 홈쇼핑 계열사 역할은 더욱 부각된다. NS쇼핑이 대표적이다. 핵심사업인 양재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자회사 하림산업을 통해 맡고 있었다. 이 사업은 NS쇼핑의 성장동력이었다. 그동안 사업이 표류하는 가운데 부족한 자금을 NS쇼핑이 창출한 현금으로 메웠다.

개발사업이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자 하림그룹 차원에서는 효율성을 위한 사업 개편을 명목으로 NS쇼핑과 하림산업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같은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NS쇼핑 입장에서는 투자를 지속해온 성장동력을 잃은 셈이다.

보유현금이 수천억원에 달했던 GS홈쇼핑도 그룹 차원의 사업개편 일환으로 GS리테일과 합병했다. GS홈쇼핑은 막대한 현금으로 활발한 투자를 했다. 홈쇼핑업계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듯 했지만 합병으로 인해 결국 자금줄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CJ오쇼핑은 이미 오래 전 CJ ENM에 합병됐다. 홈쇼핑 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했다. 그 현금은 CJ ENM의 성장 재원으로 활용됐다. 현대홈쇼핑도 현대백화점그룹의 캐시카우다. 유통, 식품사업 외에 이종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M&A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동안 홈쇼핑 사업은 그룹의 필요에 의해 피합병 되거나 신사업을 인수하거나 그룹사에 자금을 대줬다. 정부가 부여한 라이선스를 갖고 TV홈쇼핑을 통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한 게 그룹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근간이다.

홈쇼핑업계가 오래 전부터 '탈TV' 전략을 외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업계의 최대 화두는 'TV송출수수료'다. 여전히 TV 의존도가 크다는 방증이다. 규모가 줄었다고 해도 TV홈쇼핑 사업을 통해 여전히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한다. 쌓아둔 현금도 많다. 여러모로 봤을 때 모기업이 당장 홈쇼핑 자회사의 과감한 탈TV 전략을 응원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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