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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경색 긴급 진단]부동산PF가 촉발한 위기, '50조원+α' 정책효과는①만기 3개월 늘리는 임시방편 불과…"긴축기조, 부양으로 전환해야"

강철 기자공개 2022-11-28 07:35:00

[편집자주]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시장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치솟은 금리 탓에 회사채 발행은 막혔고 PF ABCP를 위시한 단기물은 만기 대응에 급급하다. 금융당국이 10월 23일 발표한 '50조원+α'의 지원책이 가동을 시작했으나 실효성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자금시장의 현안과 대응 방안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2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금시장을 통제 불능 상태로 몰아간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한 지 두달 가량 지났다. 정부가 '50조원+α'의 지원책을 통해 진화에 나섰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위시한 단기자금 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긴축재정 기조에서 나온 컨틴전시 플랜은 실효성이 크지 않은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규모 유동성 지원을 통해 경기 부양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침체는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을 한다.

◇정책효과(?), 단기물 금리는 오히려 급등

지난 9월 말 발발한 레고랜드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국채와 다름없는 지방자치단체 보증채가 채무를 불이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PF 차환 거래는 급감했고 ABCP를 위시한 단기물의 금리는 급등했다.

위기감은 채권시장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인천공항공사 등 AAA 신용등급을 보유한 초우량 발행사가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잇달아 모집액 완판에 실패했다. 초우량채의 수요예측 유찰을 지켜본 발행사들은 당초 계획한 조달을 철회하거나 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금융당국은 10월 23일 '50조원+α'의 긴급 유동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원책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 매입과 P-CBO 발행 확대 16조원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PF 사업자 보증 지원 10조원 등이 포함됐다.

컨틴전시 플랜은 부실의 진원지인 단기자금 시장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CP와 ABCP 발행 난항으로 유동성이 급격하게 경색된 증권사와 건설사를 1순위 지원 대상으로 설정했다. 단기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우량 부동산 PF에도 신용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도 기존 예산 1조8000억원을 대부분 단기물 인수에 책정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지난 21일부터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매입 대상은 A2 등급 이상인 PF ABCP로 설정했다. 프로그램 실행에 맞춰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한양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PF 익스포져가 큰 중소형 증권사들이 대거 자금 지원을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책이 가시적인 회복으로 이어질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려 50조원이 넘는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조달 시장은 여전히 잠잠하다. 일반 공모 회사채의 경우 11월 7일 교보증권을 끝으로 신규 발행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단기물의 금리는 컨틴전시 플랜이 나온 이후 오히려 급등하는 추세다. GS건설이 지급보증을 제공한 파인우노 특수목적법인은 지난 14일 A2+ 등급 ABCP를 무려 20.3~21.0% 금리에 발행했다. 비슷한 시기 태영건설이 신용을 보강한 강원도 인제군 오토테마파크 조성 사업자의 ABCP도 15%대 금리로 거래됐다.

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났는데도 CP와 전단채의 주요 매수자인 머니마켓펀드(MMF)의 환매 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우량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단말기 ABS 시장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회사채 발행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조달이 수월한 CP로 수급이 몰리고 있다"며 "최근 CP 금리가 치솟는 것은 수요·공급 법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실물자산 금리 동향 <출처 : 금융투자협회>

◇"경기 부양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 나와야"

시장은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면 지금의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관련해서 코로나19가 실물경제를 급격하게 악화시켰던 2020년 3월 수준의 지원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회복이 요원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조원 공급을 공언한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기존 1조8000억 예산 집행을 이제서야 시작했고 나머지 지원책도 소문만 무성할 뿐 실질적으로 자금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지원책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이어 "PF ABCP 매입 프로그램도 상환이 임박한 만기를 3개월 정도 연장하는 효과 말고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며 "시장의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내놓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회수한다는 명목 하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긴축 재정 기조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작년 11월 1.0%였던 기준금리는 불과 1년 사이 3.0%로 급등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치 대신 기준금리를 정책 지표로 도입한 2008년 3월 이래 1년 사이에 200bp가 오른 적은 없었다.

유례없는 금리 인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를 맞추기 위한 조치다.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400bp 가까이 올린 Fed는 긴축 재정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 역시 단기간에 긴축에서 부양으로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때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낮음을 의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기준금리라도 빨리 올려서 피크를 찍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오는 11월 24일과 내년 1월에 25bp씩 나눠서 올릴 바에는 연내에 50bp를 한번에 인상한 후 끝내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기업의 영업창출현금흐름도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내년에 역대급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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