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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 뿐인 자본, 신종자본증권]영구채시장 압박에 더욱 굳어진 콜옵션 의무화④고금리·RBC비율·신용등급하락 리스크에도 '울며 겨자먹는' 보험업계

문누리 기자공개 2022-11-29 11:02:21

[편집자주]

흥국생명이 2009년 우리은행 사례 이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하면서 자본시장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불었다. 금융당국까지 나서면서 사태를 진화했고 결국 흥국생명은 입장을 번복해 콜옵션을 행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혹은 그 이상이고, 발행사가 자기 의지대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그 특징을 토대로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흥국생명 사태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진정 자본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THE CFO가 조명하고자 하는 곳도 이 지점이다. 더불어 금융사보다 발행 규정이 느슨한 비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취지대로 발행되고 운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3일 08: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줬다 뺐는 게 원래 없었던 것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있다. 현재 영구채시장의 분위기다. 콜옵션 행사 관례를 깨는 사례가 등장하자 국내 외화표시채권 가격이 내려가는 등 글로벌 투자심리까지 악화됐다.

흥국생명의 콜옵션 번복 이후 시장에선 앞으로 무조건 콜옵션을 발동시키는 관례가 더욱 굳어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금융권은 관례를 벗어나는 새로운 시그널에 대한 부정적 민감도가 높다. 신뢰 훼손이라는 부담감에 이를 사전에 회피하기 위해 한동안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미리 공표하는 케이스도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올해 보헙업계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로 인한 조기 상환 금액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도달해 상환하는 규모(3000억원)의 6배 수준이다.

최근엔 내년도 콜옵션 조기 상환을 미리 발표하는 케이스도 나오고 있다. 이달 1일 흥국생명이 싱가포르거래소를 통해 2017년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연기한다고 공시했다가 시장 불안감 고조에 번복한 이후다.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데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 신뢰도에 악영향이 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한화생명은 내년 4월로 예정된 1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그대로 행사할 계획임을 밝혔다. 푸본현대생명도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이행 계획을 공표했다. 보험사들이 잇따라 유동성 관련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같이 콜옵션이 행사되는 게 관행이긴 하지만 보험업체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신종자본증권 상환 후 보험사는 재무건전성을 위해 보험금 지급여력(RBC, Risk Based Capital) 비율을 150%로 맞춰야 한다.

RBC 비율을 유지하거나 높이려면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하는 금액 이상으로 동질의 추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FOMC 등 나라 안팎으로 금리 인상세가 급격함에 따라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면서 RBC 비율 유지 리스크도 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이달 한화생명은 미국·유럽 등을 대상으로 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2018년 발행한 10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위한 조달 준비 절차였다.

흥국생명도 9월 3억 달러 증권을 발행하려 했지만 수요예측 과정에서 금리가 10%대를 넘어가자 발행을 포기했다. 이때도 2017년 발행했던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 때문에 신규 발행으로 RBC 비율을 보충하려 했었다. 고금리 때문에 RBC 비율을 일부 희생한 셈이다.


실제 흥국생명 RBC 비율은 6월 기준 157.8%였는데 금리 인상 등 이유로 최근 150%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문에 콜옵션 미행사를 처음엔 결정했으나 시장의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번복했다. 보험업감독규정 위반이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도 흔들린다. 한국신용평가는 콜옵션 결정을 번복해 RBC 비율 하락이 예상되는 흥국생명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재검토에 들어갔다.

기업의 손해는 차치하더라도 '콜옵션 의무화' 관례 자체가 투자 시장의 재무 투명성을 해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을 만기 5년짜리 회사채(부채)로 고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자본으로 인정할 명분이 부족한데도 그대로 자본으로 분류해두는 건 투자자들에게 기업 재무상태를 투명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장애물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시장 압박으로 국내 보험사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외화 자본성 증권에 대한 해외 시장 요구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사실상 콜옵션 의무화가 고착되는 동시에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성격 희석이 진행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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