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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 붙은 포항제철소 "내년 1분기 완전정상화" 대대적인 인력 투입,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2열연 공장 등 일부 복구중

포항(경북)=허인혜 기자공개 2022-11-24 14:20:06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4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곳곳에는 여전히 뻘과 흙탕물이 남아있다. 제철소 침수의 원인이었던 냉천은 전날 내린 비로 수위가 꽤 높아졌다. 기자가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23일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강수량은 67.8mm였다.

태풍 피해 당일 새벽녘의 강수량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었지만 강물이 세찼다. 냉천 앞에서 브리핑을 진행한 황종연 포스코 전문 기술연구원은 "침수 피해가 발생한 당일 새벽 잠깐동안 쏟아진 비의 양만 340mm"라고 말했다.

포스코 입장에서 올해는 기억하기 싫은 한해가 될 전망이다. 상반기만해도 장밋빛이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철강가격 상승으로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태풍 힌남노 피해로 3분기들어 상황이 크게 반전됐다. 포스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포항제철소마저 침수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포항제철소는 첫 쇳물을 생산한 지 49년만에 전체 공정을 중단했다.

10월을 기점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광로에 다시 불이 붙었다. 피해 한달만의 복구다. 빠르면 내년 1월, 늦어도 내년 1분기 내에는 완전 정상화에 도달한다는 목표다.

◇부분침수 공장에선 슬라브 생산 '열기'…2열연 공장에는 '흙탕물'

포스코는 포항 남구에 위치한 포항제철소에서 프레스투어를 열고 제철소 복구 현황을 공개했다. 압연공정 라인을 중심으로 투어가 진행됐다. 피해가 집중됐던 2열연 공장과 1열연 공장 등이다. 고로(용광로) 공정도 포함됐다.

투어에 앞서 총괄 브리핑을 맡은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정품질 부소장은 "포항제철소 내 압연지역의 면적은 여의도와 비슷한 100만평"이라며 "여의도에 620만톤의 물이 밀려든 것과 같은 상황으로 지상에서부터의 물 높이만 1.14m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프레스투어에는 천시열 부소장을 비롯해 엄기천 마케팅전략실장, 김태억 설비자재구매실장과 박남식 판매생산조정실장, 신경철 행정부소장과 전봉수 생산기술전략실장 등 포항제철소 실무부문장이 배석했다.

포항제철소의 통로는 정문과 1~3문으로 구성돼 있다. 태풍 당시 2문·3문에 하천수가 집중됐다. 2문·3문 인근에 세워진 수전변전소와 2열연, 선재, 후판, 2냉연 부문의 피해가 가장 컸다.

1열연 공장은 복구 작업이 대부분 완료돼 지난달 6일부터 정상가동되고 있다. 정문에 인접해 부분 침수됐던 곳이다. 연간 350만톤(t) 규모의 열연을 생산한다.

이날도 열연제품 소재인 슬라브(slab) 생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태엽 형태의 열연코일로 말리기 전 초기 공정이다. 1100℃~1300℃까지 달아오른 슬라브가 한층 아래 생산라인을 지나자 열기가 훅 끼쳤다.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상대적으로 피해가 심했던 2열연 공장은 아직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다. 침수 높이를 표기한 붉은 테이프는 지상에서 1m를 넘겨 붙어있었다.

지하 전기실로 내려가기 전 지상층부터 공장 바닥이 여전히 축축하게 젖은 상태다. 흙물에 젖은 자재들이 '임시 보관' 팻말을 걸고 공장부지 이곳저곳에서 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전기실에는 바닥은 물론 공중에 연결된 파이프 사이사이 뻘이 끼어있다. 이마저도 임직원들이 호미 등으로 뻘을 파낸 결과라고 포스코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곳은 올해 말 재가동될 예정이다.

태풍 피해를 복구 중인 2열연 공장. 사진=포스코

◇'용광로 50년' 꺼진 불, 5일만에 재가동…"내년 초 완전복구"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1973년 문을 열었다. 49년간 이번 태풍 피해를 제외하면 단 한차례도 전체 설비를 멈춘 전례가 없다. 그만큼 피해 규모가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황종연 전문 기술연구원은 "30년간 포항제철소에 재직해 왔는데 침수 상황을 처음 목도할 때는 퇴직하기 전에 공장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지에 의문이 생길 만큼 피해가 심각했다"고 부연했다.

포항제철소는 9월 6일 침수됐다. 배수와 고인 흙을 청소하는 데만 한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상화 기간을 점치기는 시기상조였다. 전기 설비 부문에서는 1년 이상의 복구 기간이 전망됐다.


복구는 예상보다 빨랐다. 10일 용광로인 3고로가 재가동되며 재건의 물꼬를 텄다. 2, 4고로도 12일 재가동되면서 고로 3기가 모두 가동됐다. 침수 일주일 뒤인 15일 3전기강판 공장이 가동됐고 28일 2전기강판 공장이 다시 열렸다. 10월 초 1냉연공장과 1열연이 연달아 재가동됐고 20일 이후 1선재공장과 3후판공장을 재건했다. 이달 중순 2후판공장까지 18개 공장 중 7개가 복구됐다.

포스코는 빠른 복구의 배경으로 '인력'을 꼽았다. 설비의 물기를 말리기 위해 가정용 드라이어부터 농작물 건조기까지 동원됐다고 전했다.

2016년부터 선정해온 명장들의 역할도 강조됐다. 손병락 EIC기술부 상무는 침수됐던 2열연 공장 전기설비 제어장치 앞에서 복구 과정을 회고했다. 손 상무는 1977년 포스코(포항제철)에 입사해 46년째 근무 중인 베테랑이다. 46년차 장인이 당혹스러움을 느낄 만큼 전기 부문의 피해도 심각했다고 손 상무는 전했다.

손 상무는 170톤 규모의 압연기용 메인모터 수리를 진두지휘했다. 손 상무는 "가장 먼저 전원 장치가 모두 차단됐었는 지를 확인했다"며 "전원만 멈춰있었다면 설비를 되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포스코는 피해 전과 같은 수준으로의 완전 복구를 내년 1분기로 전망했다. 12월 말까지 3선재, 강편, 4선재, 2냉연, 2열연, 2선재, 스테인리스2냉연, 1전기강판 등 8개의 공장이 추가로 재가동돼 18개 중 15개가 정상화된다. 도금공장과 스테인리스 1냉연 공장 가동이 1월 말까지 이어진다.

천 부소장은 "공장이 재가동되면 가동 2~5일 이내에 품질과 생산성 등의 조업도가 침수 피해 이전 수준까지 확보되고 있다"며 "1월 28~29일께 스테인레스 공장이 복구되면 전제품이 침수 이전 상황과 비등하게 생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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