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30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금융투자소득세 논란이다. 정치권에서 아직 확정짓지 못한 사안이지만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40조원대 시장이 그로기 상태에 내몰릴 수 있다.정부가 여러 쟁점을 두고 보완을 검토하는 가운데 유독 우려되는 대목이 있다. 바로 '부자 과세' 프레임이다. 개인의 헤지펀드 최소가입금액은 3억원이다. 투자 리스크가 최고 단계인 상품에 3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자산가를 위한 펀드다. 결국 헤지펀드가 세금 폭탄을 맞아도 피해는 어느 정도 부를 갖춘 집단에 국한된다.
부자에게 과세한다는 논리는 매우 강력하다. 조세 정의라는 명분 아래 어떤 사안이든 들이댈 수 있는 데다 입법 과정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하다. 소수의 피해는 묵살해도 부담이 덜하다. 그 소수가 약자가 아닌 경제적 강자인 만큼 사회적으로 양보를 받아내는 게 수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칫 시장이 직면할 위기의 심각성을 놓칠 수 있다. 일단 세법 개정안대로 펀드 수익이 배당소득으로 일괄 적용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직격탄을 맞는다. 자산가가 고객인 터라 대다수가 과표구간의 최상위에 속한다. 많게는 번 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지경에 이른다.
여기에 헤지펀드는 성과보수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운용사가 수익의 20% 정도를 인센티브로 가져간다. 고객 입장에서는 틈틈이 확인해온 수익률이 허망할 정도다. 수익의 최대 절반을 세금으로 내는 와중에 별도로 성과보수까지 지급해야 한다. 징벌적 과세 체계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더 큰 문제는 진정한 피해자가 부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헤지펀드는 강남 부동산과 대체성 측면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자산이다. 종합부동산세 날벼락이 떨어져도 강남권 아파트가 텅텅 빌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동산은 수익만 좇아 접근하는 자산이 아니어서 대체성이 극히 낮다.
반면 헤지펀드는 비슷한 목표 수익률과 리스크에 맞춰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상품일 뿐이다. 납득할 수 없는 과세가 강제되면 부자는 굳이 헤지펀드에 목맬 이유가 없다. 토종 헤지펀드 시장이 드라마틱했던 성장세처럼 단숨에 쪼그라드는 게 불보듯 뻔한 일이다.
헤지펀드가 생사의 기로에 서면 결국 자본시장에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근래 국민 투자처로 부상했던 공모주는 헤지펀드가 수요의 주축이었다. 기업의 순탄한 상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는 각각 수급이 저조한 채권과 주식의 발행과 유통에 힘을 싣고 있다. 무엇보다 다이내믹한 롱과 숏 포지션은 제값에 가까운 시장 가격을 조성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세제의 목적인 재정 확보 측면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남긴다. 영리한 부자는 그간 적용된 비과세의 혜택을 결국 또 다른 투자처에서 찾아낼 것이다. 수십조원의 거대 자본이 헤지펀드를 떠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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