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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삽 뜬 대체거래소]기존 거래소와 경쟁, 차별화 통한 독자생존 가능할까②거래 대상·거래량 제한, 5%이상 매수시 공개매수 의무화 등 걸림돌

안준호 기자공개 2022-12-02 07:02:34

[편집자주]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대체거래소) 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간 ATS 관련 논의는 독점 체제 해소라는 명분과 사업성 확보라는 현실 사이 어딘가에서 좌초를 거듭해왔다. 9년간 도입 논의가 이어지며 누적된 쟁점들도 적지 않다. 더벨은 내년 예정된 예비 인가를 앞두고 ATS의 독자 생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짚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11월 30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비 인가를 앞둔 다자간매매체결회사(대체거래소·ATS)를 두고 증권가에선 기대감과 의구심이 교차하고 있다. 67년간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가 해소된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상장 주식에 제한된 거래 상품, 15%의 거래량 한도 등 규제로 인해 거래소와 경쟁이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재로선 ATS가 설립되더라도 호가 단위와 거래 시간 이외엔 뚜렷한 차별화 요인을 만들기 어렵다. 자칫하면 시장 안착에 실패하고 3년만에 사라진 한국ECN증권의 선례를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

◇야간 거래시장 ECN증권 '교훈'..."규제 정비 필요해"

ATS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낯선 개념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 개정 이후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법 개정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도 존재했다. 2001년 증권거래법 개정과 함께 등장한 한국ECN증권이 대표적 사례다. 야간 전자증권거래시장으로 출범했지만 3년 6개월 만에 영업을 중단했다.

법인 청산 당시 한국ECN증권은 13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며 사실상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였다. 야간에도 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업계에서 바라보는 원인은 같다. 가격 변동 없이 그날 종가에 따라서만 거래가 가능했고, 30분 단위로만 매매할 수 있어 이용 규모가 적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추진 중인 ATS 역시 적절한 대비 없이는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야간 거래라는 틈새 시장을 노린 한국ECN증권과 달리 ATS는 한국거래소와 '정면 대결'을 펼쳐야 한다.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현재 규제나 법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거래 가능 대상이 상장주권과 증권예탁증권(DR)에 한정되었다는 점은 특히 뼈아프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ATS의 상품 허용범위를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주식 옵션을 포함한 증권'을, 유럽은 '파생상품을 포함한 금융상품'을 거래 가능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거래 가능한 상품의 다양성은 사업성과 직결되는 요인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는 물론 기존 거래소에선 거래할 수 없는 비상장주식 등도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거래량 한도 규제(6개월 간 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 평균거래량의 15% 이내), 정규거래소 이외에서 5% 이상 주식을 매수한 경우 공개매수 의무화 등이 당장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규정으로는 청산 업무를 '경쟁사'인 한국거래소에 위탁해야 하는 것도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ECN증권은 반쪽짜리 거래소로 운영되다 보니 수요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며 "대체거래소도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개최된 넥스트레이드 창립총회. (왼쪽부터) 한정호 KB증권 상무,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김상태 신한금융투자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안희준 성균관대 교수,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금융당국 '인가 후 검토' 방침

금융당국은 당장 규제 사항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이제 막 예비인가 접수 일정이 나온 만큼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열렸던 인가 가이드라인 설명회에서도 내년 업무계획에 반영하거나 차후 개선하겠다는 원론적 설명을 내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아직 인가 접수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의를 받거나 규제 개선을 검토해 주겠다고 할 순 없다"며 "ATS 설립을 준비 중인 곳에서 심사를 신청했을 때 현행 규제와 충돌하는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과 ATS 준비 법인 '넥스트레이드'를 만든 금융투자협회 역시 서두르지 않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국내 증시의 거래대금이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2020년~2021년 증시 거래대금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서 시장 점유율을 5~10%만 가져갈 수 있어도 충분히 사업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내린 결론"이라며 "기존 시장의 안정적 수요에 더해 가상자산, 증권형토큰 등 향후 추가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빈도 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 등의 매매전략에 따른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고빈도매매가 일반화된 해외의 경우 여러 ATS들이 주문과 체결속도를 무기로 내세워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증권거래세 등으로 고빈도 매매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거래세 인하 움직임이 있어 향후 수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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