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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제도 개편 그후]업무 쏠림현상에 곡소리…인력난 해소도 '진땀'①다중 규제에 피로감 호소, 소형사 고사 위기

윤기쁨 기자공개 2022-12-09 07:32:18

[편집자주]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성장통을 겪은 사모펀드 시장이 지난해 10월 변곡점을 맞이했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판매사·수탁사의 운용사 주의 감시 의무가 강화됐고 투자자 보호장치도 설치됐다. 하지만 운용사 간 양극화 심화되는 동시에 유연한 운용이 제한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사모펀드 제도 개편 후 시장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을지 지난 1년을 더벨이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6일 10: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투자자 보호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업계 혼란은 여전하다. 일부 사모전문자산운용사들의 경우 과도한 업무 쏠림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된 개정안은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사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소기 목적 달성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현장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상당하다. 사모펀드와 관련된 규제(고난도금융투자상품 숙려제, 금융소비자보호법)가 겹겹이 쌓이면서 경영 부담을 호소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특히 공모펀드에 버금가는 공시 의무는 운용사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모펀드는 다양한 전략과 유연한 운용이 장점이지만 공모펀드와 다름없는 규제가 적용되면서 제한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펀드 운용과 실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문서 작업 등 단순 업무가 급증하면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운용보다 보고서에 시간 할애, 페이퍼 작업에 시간·비용 투자

개정안에는 사모운용사의 △펀드별 자산운용보고서 작성·교부 △핵심상품설명서 작성·제공 △집합투자규약 기재사항 구체화 △사모펀드 외부감사 실시 등의 의무 조항이 신설됐다. 종전에도 비정기적으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운용 보고를 해왔지만 이를 매 분기 공시하도록 한 것이다.

판매사와 수탁사에는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구체적으로 사모운용사들의 운용보고서나 핵심상품설명서를 검증하는 등 사후 점검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불합리한 펀드 운용을 발견하면 운용사에 시정 요구하고 불응시 금융감독원에도 보고해야 한다.

수탁사도 운용행위를 관리하고 감시해야할 뿐만 아니라 매 분기마다 운용사들의 운용자산 명세와 수탁사의 보관자산 명세를 일일이 맞춰보는 자산대사 의무를 가진다.

운용사·판매사·수탁사의 업무가 모두 급증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업무 과중으로 판매사와 수탁사가 신규 펀드 설정을 꺼리면서 허들이 높아졌다. 다수의 사모펀드를 책임운용 중인 펀드매니저들은 본업인 펀드 운용 이외에도 각 운용보고서 작성에 전념하고 있다. 이중 삼중으로 설치한 투자자 보호 장치는 중복 비용을 발생시키며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운용사 자산운용보고서 작성→수탁사 검증→판매사 검증으로 이어지는 절차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마저도 통일된 운용보고서 양식이 없어 판매사와 수탁사의 요구에 따라 여러번 수정 작업을 거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사의 경우 운용과 백오피스 업무가 분리돼 있지만 규모가 작은 곳은 펀드매니저가 모든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더 크다. 자산운용보고서 작성부터 자산대사 업무까지 한명의 운용역이 소화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제도 개편 이후 펀드 운용과 관련 없는 문서 작업이 전반적으로 늘었고 판매사·수탁사들이 요구하는 자료도 많아졌다"며 "운용사별 보고서 양식이 통일돼 있지 않기 때문에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시간이 지체되는 등 불필요한 업무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공모운용사 버금가는 규제, 사모운용 장점 희석에 인력난 호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국내 운용사들의 임원을 제외한 정규직 직원(계약직 포함)이 10명 이하인 곳은 총 408개사 중 252개(61%)로 절반을 훨씬 웃돈다. 100명을 넘는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 대형사 16곳에 불과하다.

현재 일부 운용사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보수와 자유로운 운용 등이 장점으로 꼽히면서 한때 사모운용사에 인력이 대거 유입됐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모펀드 침체와 공모주 활황 여파로 종합자산운용사나 증권사에서 사모운용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올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활성화, 퇴직연금 확대 등으로 공모운용사들의 펀드매니저 연봉이 잇따라 상향 조정되면서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시장법 개편으로 공모운용사에 버금가는 규제, 업무 과중, 수익성 감소 등도 인력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형사의 경우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더 뽑아야 하지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사모펀드 외부감사 비용 등도 추가로 발생하면서 사실상 폐업 수순에 들어간 곳들도 상당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억원을 초과하거나 자산총액이 300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로 최근 6개월 이내 수익증권을 추가 발행한 일반 사모펀드는 외부감사를 받아야한다. 이는 공모펀드와 동일한 요건이다.

자산관리(WM) 업계 관계자는 "소형사는 현재 인력만으로 개편안 이후 추가된 각종 업무를 처리하기 쉽지 않다"며 "업황 불황, 금투세 등 안좋은 이슈까지 겹치면서 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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