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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업 리포트]원창포장공업·세하 인수한 한국제지, 중간 성적표는⑦고지 원료로 하는 판지 회사 인수...실적 불확실성 보완

조은아 기자공개 2022-12-09 07:32:33

[편집자주]

일상의 모든 영역에 종이가 있다. '페이퍼리스' 시대가 열린 지 오래지만 단순 사무실을 떠나 종이는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더 깊숙이 들어와있다. 그런 만큼 제지 시장은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더벨이 제지업계의 변화와 제지회사들의 대처법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제지는 지난해 기준 인쇄용지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1958년 설립해 오랜 기간 인쇄용지(백상지, 아트지, 복사지) 한 길만 고집한 결과다. 그러나 한국제지 역시 인쇄용지를 만드는 제지회사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고민은 피하기 어려웠다. 소비 둔화와 공급 과잉, 수입지의 공세 등으로 판매 경쟁이 날로 심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제지는 최근 몇 년 사이 판지 제조회사 2곳을 잇달아 인수하며 대응에 나섰다. 펄프를 원료로 하는 인쇄용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지를 원료로 하는 판지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판지 역시 고지(폐지) 가격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긴 하지만 해외에서 주로 수입하는 펄프와 달리 국내에서 대부분 조달이 가능하고 고지 가격 인상분을 판가에 반영하기도 쉽다.

당시만 해도 한국제지 규모와 비교해 다소 큰 금액을 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2~3년이 지금 적절한 타이밍에 인수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판지와 백판지 모두 앞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한국제지는 자회사 한국팩키지(1993년 설립)가 식품용 포장용기를 제조하고, 2013년 국일제지로부터 인수한 장가항 법인에서 특수지(강판간지·이형원지)를 생산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사업 다각화를 이루지 못했다.

2010년대 이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을 살펴봐도 2015년과 2016년을 제외하면 대부분 1%대에 그쳤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영업이익률이 2.6%, 3.8%로 높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9년과 2020년 각각 원창포장공업과 세하를 인수했다. 원창포장공업은 아세아제지, 신대양제지, 태림포장 등 골판지 제조회사 빅4 가운데 한 곳으로 불리던 곳이다. 인수 직전인 2018년 매출은 1230억원, 영업이익은 82억원이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9.6%, 영업이익은 43.8% 증가하면서 황금기에 접어든 시기다.

골판지의 원료는 고지다. 그간 고지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던 중국이 2018년부터 환경오염 문제를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 고지 공급이 폭발했다. 자연스럽게 골판지 제조회사의 수익성이 급등했다.

한국제지는 당시 골판지 수요에도 주목했다.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물품 배송 포장에 골판지 상자가 주로 활용돼 꾸준히 수요가 늘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한국제지는 자회사 해성팩키지를 통해 원창포장공업 지분 90%를 900억원에 취득했다.


이어 2020년에는 백판지를 만드는 '세하'도 인수했다. 백판지는 제과나 화장품 등의 고급 포장재로 사용된다. 전반적 제지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시장 규모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골판지와 마찬가지로 고지를 원료로 쓰는데 역시 중국의 고지 수입 제한으로 원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높아졌다.

인수 직전인 2019년 매출은 1776억원, 영업이익은 141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과 거의 같았지만 영업이익은 100억원에서 무려 41%나 증가했다. 한국제지는 세하 지분 72%를 55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제지의 2019년 별도 기준 매출은 5627억원인데 원창포장공업과 세하의 매출을 더하면 3037억원으로 한국제지 한해 매출의 절반 정도는 쉽게 뛰어넘는다. 인수 두 건으로 연 매출 1조원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한국제지는 당시 인수를 위해 어느 정도 재무적 리스크를 감당해야만 했다. 두 곳을 인수하는 데 15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갔다. 당시 한국제지의 연결 자산총계가 850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큰 규모의 투자다.

원창포장공업 인수 이후 만 3년이 지났다. 성적표는 어떨까. 2019년과 2020년, 2021년 모두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늘어나면서 골판지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났다. 2019년 매출은 1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이 107억원으로 전년 82억원에서 30.5% 증가했다.

원창포장공업은 2020년 말 해성팩키지에 흡수합병됐고 해성팩키지는 이름을 원창포장공업으로 바꿨다. 이후 기존 원창포장공업만의 실적을 따로 확인하는 건 어렵지만 골판지 수요 증가로 실적 역시 나쁘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5월 한국제지 품에 안긴 세하 역시 상황이 나쁘지 않다. 영업이익은 등락 폭이 크지만 외형만큼은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종이가 떠오르면서 의약품, 화장품 등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백판지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세하의 2020년 매출은 1895억원, 2021년 매출은 2044억원이다. 올들어 1~3분기에는 1746억원을 거뒀다. 이같은 추세라면 지난해 매출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영업이익은 원료 가격에 따라 등락을 오가고 있다. 백판지 원가에서 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70%에 이르는 만큼 고지 가격이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2020년 영업이익은 211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33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84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단순 계산으로 이미 본전을 뽑았다. 세하 가격이 55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인수 2년 반 만에 이미 지불한 돈의 80%를 영업이익으로 회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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