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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싱크탱크 탐방/하나금융경영연구소]단자회사 '부속실' 금융그룹 '브레인' 되다①하나투자금융 시절 금융연구소로 국내 최초 설립…'매크로 분석·전략 컨설팅' 핵심

최필우 기자공개 2023-02-07 07:20:10

[편집자주]

은행 영업점이 팔다리라면 연구소는 브레인이다. 금융권 연구소는 자료 취합 업무로 시작해 거시경제와 산업 분석 역량을 갖췄고, 이젠 CEO 아젠다를 제시하는 싱크탱크로 진화했다. 글로벌, 디지털 등 신성장동력 발굴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 전략을 제시할 연구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권 연구소를 찾아 설립 후 현 체제를 갖출 때까지 겪은 변천사와 그룹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하나금융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관이다. 하나은행이 탄생하기도 전인 1987년 단자회사 한국투자금융의 부속연구소로 출범해 36년 간 연구 기능을 수행했다. 그룹 내 가장 오래 존속된 조직일 뿐 아니라 국내 금융지주 연구소 중 최장 업력을 자랑한다.

하나금융이 단자회사에서 은행으로 변신하고, 이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연구소도 변천사를 겪었다. 초창기 금융기관 정보 취합 정도에 그쳤으나 이젠 거시경제 분석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최근 컨설팅 기능을 추가해 실무 조직 전략 수립에 기여하는 브레인으로 거듭났다.

◇기존 은행보다 빠른 출범…은행 전환 후 연구 기능 집대성

하나금융경영연구소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1987년 경영진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연구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김 전 회장은 직접 사내 부속연구소를 설립했고 1대 소장에 취임했다.

한국투자금융은 단자회사로 자금의 대차 또는 중개 업무를 하는 곳이었다. 업무 특성상 연구 기능이 필수는 아니었다. 기존 은행 중에서도 연구소를 둔 곳은 없었다. '금융기관 합병과 전환에 관한 법률' 제정보다 3년 앞선 시기라 한국투자금융이 구체적인 은행 전환 계획을 세울 수 없었던 시점이기도 하다.

경쟁사들도 하나금융의 뒤를 따랐다. 국민은행은 1991년 '국민가계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우리금융은 2008년 지주 산하에 경영연구실을 뒀다. 연구소가 금융그룹 필수 기능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한국투자금융 부속연구소 시절 금융기관 정보를 취합해 경영진을 보조했다. 당시 전산이 발달해 있지 않았던 터라 경제 지표와 각종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 만으로도 경영 전략을 세우는 데 보탬이 됐다.

1991년 하나은행으로 전환 후 김 전 회장은 연구소가 자체 분석 기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하나은행 고객 또는 국내 잠재 고객을 파악하는 데 최적화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략 수립 근거가 되는 거시경제 분석도 외부에 의존하지 않아야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기민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하나은행 출범 전부터 당시에 없던 연구소의 필요성을 알고 있던 김승유 전 회장의 혜안은 대단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거시경제 분석 역량과 일종의 조기경보 체계가 갖춰져 있어 발빠른 대응 기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주→은행' 소속 변경…소장 '부행장급' 격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하나금융 변천사에 따라 조직 형태를 달리했다. 한국투자금융 시절엔 사내 부속연구소로 하나의 부서 역할을 했다. 하나은행 전환 후 자회사로 독립했고 이듬해 사명을 하나경제연구소로 바꿨다.

하나금융지주 출범 후에는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하나은행 자회사에서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이동하면서 영향력이 그룹 전반으로 확대됐다. 그간 은행업에 초점을 맞췄던 연구가 이때 금융산업 전반으로 넓어졌다.

2017년엔 다시 하나은행 내 연구 조직으로 회귀했다. 2014년 발생한 KB국민카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단초가 됐다. 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금지되면서 그룹 내부에서 고객 정보 활용이 어려워졌다. 연구소가 계열사 데이터를 요청하면 지주가 대신 받아 승인 후 연구소에 전달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다양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없게 되면서 은행 내부 조직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은행 복귀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위상이 낮아진 건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CIC(Company in Company)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은행장이 아닌 연구소장이 경영 활동과 인사를 총괄하는 구조다. 은행 내부에 있을 뿐 회사 경영 관리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갖춰 독자적인 운영을 보장받고 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선 연구소장이 부행장급으로 격상됐다. 그동안은 상무급이 연구소장을 맡았다. 이번에 승진한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사진)은 부행장으로 연구소를 이끄는 최초의 인물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금융업계 내에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위상을 고려해 소장의 직급이 상향된 것으로 안다"며 "부행장이 연구소를 이끌면서 실무 부서와의 협업이 원활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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