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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싱크탱크 탐방/하나금융경영연구소]고객 분석하고 전략 수립하는 '싱크탱크' 진화②리포트보다 '솔루션' 초점…데이터 역량 강화하고 신사업센터 신설

최필우 기자공개 2023-02-07 07:20:30

[편집자주]

은행 영업점이 팔다리라면 연구소는 브레인이다. 금융권 연구소는 자료 취합 업무로 시작해 거시경제와 산업 분석 역량을 갖췄고, 이젠 CEO 아젠다를 제시하는 싱크탱크로 진화했다. 글로벌, 디지털 등 신성장동력 발굴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 전략을 제시할 연구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권 연구소를 찾아 설립 후 현 체제를 갖출 때까지 겪은 변천사와 그룹 내에서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범 초기 조사국 역할을 하던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싱크탱크'로 거듭났다. 거시 경제와 선진 금융 사례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업에 적용하도록 지원한다. CEO 아젠다는 물론 그룹 내 다양한 조직 맞춤형 아이디어와 솔루션도 연구소에서 나온다.

싱크탱크 역할에 걸맞은 조직도 구축했다. 전략 수립을 뒷받침하는 전략컨설팅팀은 타사 연구소와 가장 차별화된 조직이다. 소비자데이터분석팀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했고 경제산업생태계팀은 산업계 재편 현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신사업발굴기획센터는 하나금융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전략컨설팅으로 조직 성장 기여…'데이터' 인력 중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정중호 소장 취임 후 '1실 5팀 1센터' 체제로 재편했다. 장보형 실장이 이끄는 연구분석실이 소장을 보좌하고 나머지 조직을 총괄한다. 팀은 경제산업생태계팀, 소비자데이터분석팀, 전략컨설팅팀, 금융경영팀, 산학협력팀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신사업발굴기획센터가 가장 최근 추가됐다. 전체 인력은 60명 안팎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전략컨설팅팀은 정 소장의 오랜 고민이 반영된 조직이다. 이 팀은 리포트 발간 뿐만 아니라 그룹의 성장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연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그룹 및 계열사 경영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CEO 아젠다를 설정하고 실무 조직에 해답을 제시하는 게 팀의 목적이다.

전략컨설팅팀은 하나금융의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디지털 전환이 금융권 화두였던 2017~2018년 '싱가포르디지털뱅크(DBS, Digital Bank of Singapore)'를 연구해 실무 부서의 전략 수립을 뒷받침했다. DBS와 비슷한 구조로 조직과 인력을 세팅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했고 이는 하나금융 디지털 전략 밑거름이 됐다.

하나금융이 전통적으로 강한 자산관리 분야에도 연구소의 전략이 녹아 있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은 여전히 포트폴리오가 아닌 상품 위주의 세일즈 전략이 주를 이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 3대 은행(미쓰비시UFJ은행, 스미모토미쓰이은행, 미즈호은행) 등의 노하우를 분석해 하나금융의 자문 서비스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결국 현업 조직이기 때문에 연구소가 모든 전략 수립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현업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이슈를 다루면서 조직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데이터분석팀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세일즈와 마케팅 효율을 높인다. 선진국 금융 트렌드를 조사한다 해도 하나은행 고객과 국내 잠재 고객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조직이다. 서베이를 전담하는 팀이 고객의 소득, 연령, 선호, 행태 등을 조사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07년 국내 최초로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서베이 역량을 엿볼 수 있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중 고액자산가 고객풀이 가장 두터운 곳이다. 선진국 트렌드에서 국내 부자들의 성향을 유추하기보다 직접 조사해 영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프라이빗뱅커(PB)들과 논의해 질문지를 만들고 PB센터 방문 고객에게 대면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해 높은 질을 자랑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서베이팀에서 직접 상품을 개발하진 못하지만 해외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상품개발과 마케팅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며 "서베이 결과를 분석하는 데이터 조직과 인력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 신사업' 발굴 결실…산업 '생태계' 파악 주력

신사업발굴기획센터는 정 소장 취임 후 신설됐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기획 부서가 아닌 실무 인력들이 나서야 한다. 이들이 기존 업무와 신사업을 병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사업에 초점을 맞추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연구소가 시장 분석과 수요 조사로 뒷받침해 주기 위해 만든 조직이 신사업발굴기획센터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하나 뉴비즈 샌드박스'가 첫 결실이다. 이 프로그램은 임직원 대상 공모, 심사를 거쳐 프로젝트를 선정한다. 88개 팀, 140명이 지원했고 5개 팀 10명이 최종 선정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프로젝트를 외부 엑셀러레이터와 연계시켜 사업 구체화를 지원하고 있다.

정 소장은 "현실적으로 빅테크를 따라 잡을 수 있는 서비스를 기대하긴 어려우나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HR 측면에서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신사업을 구상하는 경험을 해본 게 가장 큰 소득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경제산업생태계팀 팀명에 '생태계'를 추가했다. 최근 수년간 산업간 융복합과 밸류 체인 형태 변화가 빠르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각종 산업을 넘나드는 플랫폼 업종이 새로 생겨난 게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산업 분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생태계 변화를 기민하게 감지하는 게 경제산업생태계팀의 역할이다. 경제산업생태계팀 내 경제 파트는 거시경제보단 자금 흐름에 초점을 맞춰 그룹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금융경영팀은 연구소 최고참 인력이 포진한 조직이다. 국내와 해외 금융시장 동향과 전망을 파악하고 현안 및 리스크를 모니터링한다. 하나금융이 진출해 있는 지역의 이슈도 연구 대상이다. 이 같은 연구들은 CEO 아젠다 발굴로 이어진다. 또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금융경영팀의 몫이다.

정 소장은 "산업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어떤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해 변신해야 한다"며 "고객 접점을 만들고 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각 팀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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