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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창업자가 사는 길

민경문 편집기획부장공개 2023-01-16 08:32:54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3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헬스케어를 영역별로 나누면 제약, 바이오 그리고 의료기기 정도가 될 듯하다. 신약개발을 필두로 한 바이오와 나머지 두 영역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거다. 매출은 있어도 대부분은 적자에 시달린다. R&D를 위해 상당기간 외부 투자금에 의존해야 한다. 창업자 입장에선 월급 외에 다른 수입을 찾기가 어렵다.

내세울 것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정도이지 않을까. 지분이 있어도 팔지 못하니 주가 등락은 큰 의미가 없다. 일부 경영진도 그럴진대 심지어 창업주가 회사 주식을 한 주라도 파는 날에는 개인주주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서슬 퍼런 공시시스템도 여기에 한몫한다. 이익이 없으니 주주 배당은 '언감생심'이다.

유일한 해법은 M&A지만 바이오텍 창업주들의 경영권 매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일부 사례가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의미있는’ 수준의 거래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시가 대비 약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고 구주를 정리하는 데 그친다(물론 이마저도 거래가 성사되면 다행이다). 미용·의료기기 업체 창업자들이 조단위 거래로 엑시트 잭팟을 기록해 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등 해외 바이오텍 업계는 다르다. M&A는 회수 창구로 꾸준히 활용된다. 국내처럼 IPO만이 유일한 엑시트 옵션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수의 외부 투자로 낮아진 창업주 지분율은 거래를 수월하게 만든다. 이렇게 M&A에 성공하면 회수 자금으로 새로운 벤처를 창업한다. 선순환이다. M&A 이력은 오히려 트랙레코드로 남는다. 회사가 망하기도 어렵고 팔기도 어려운 국내 현실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선 창업자보단 투자자가 좀더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IPO만 성사되면 회수 창구가 열린다. 초기 라운드에 자금을 집행한 벤처캐피탈일수록 더 큰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IPO 전에 구주 거래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VC에서 피투자사의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도 아닌 만큼 경영 부담도 덜하다. 사실 엑시트만 끝나면 해당 포트폴리오는 남의 회사일 뿐이다.

창업자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하다. 업계에서 만난 상당수 창업자들이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늘어나는 건 대출뿐이다. 월급 외 필요한 자금은 주식담보대출 활용이 불가피하다. 최근 금리 상승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상장사 대표의 경우 증자 때마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신주 매입에 동참해야 한다. 주가가 떨어질 때 자사주를 매입하는 정성도 보여야 한다.

작년부터 국내 신규 바이오텍 설립 숫자가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이 같은 구조적인 상황과도 맞물려 있는 듯하다. 이왕 하더라도 좀더 '돈이 되는 바이오'를 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업계를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이 앞서다보니 이 같은 우려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이라는 '초장기 미션'을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K-바이오 리더들이 있다는 걸 잘 안다. 이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좀 더 인내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R&D 예산 확대와 함께 정부 차원의 바이오텍 M&A 활성화 대책도 절실하다. 결국 창업자가 잘돼야 투자자도 '윈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계묘년 새해, 대한민국 모든 바이오텍 창업자들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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