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IMM PE의 한샘 성장통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3-01-19 08:04:18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7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PEF 시장을 관통한 화두를 하나 꼽자면 '한샘 M&A'를 빼놓을 수 없다. IMM PE는 작년 1월 1조4500억원을 투입해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등이 갖고 있던 경영권 주식을 인수했다.

판다, 안 판다 수년 간 말만 많았던 한샘을 국내 대표 PEF가 인수한 사실 자체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인수 가격 역시 크게 회자됐다. IMM PE는 주당 22만원에 한샘 주식을 샀다. 당시 주가가 1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100%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시장에서는 IMM PE이기에 가능한 베팅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관투자자(LP)들의 무한 신뢰,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트렉레코드, 인수 후 통합(PMI)에 대한 자신감 등 슈퍼스타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1년 새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주가 급락이 방아쇠가 됐다. 22만원에 주고 산 주식 가격이 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손실이 당장 현실화된 건 아니지만 인수 과정에서 빌린 대출금이 문제가 됐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은 담보 자산의 가치가 4분의 1 토막이 나자 IMM PE를 압박했다. 이후 추가 주식 매입 방안이 나오고서야 대주단의 원성이 잦아들었다.

단순 사칙연산 정도로 보였던 한샘 M&A는 이제 고차방정식이 됐다. IMM PE가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해있는 셈이다. 당장 한샘 인수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밸류업 플랜은 첫 발을 내딛기도 전에 투자 실패 낙인 속에 갈 길을 잃고 말았다. 모든 이목이 주가로 쏠리면서 정작 중요한 기업가치 제고는 논외로 밀린 형국이다.

IMM PE의 투자 실패를 기다렸다는 듯 그간의 투자 행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과거 화려한 성공에 도취돼 무리하게 투자를 한 것 아니냐, 공고한 파트너십 체제가 오히려 내부 검증 프로세스의 허점을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의 투자 성공 요인들이 오히려 투자 실패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이 모든 것이 토종이면서 초대형 PE로 성장해온 개척자 IMM PE의 성장통으로 읽힌다. IMM PE는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과 궤를 함께 한다. IMF 시절을 거쳐 CRC로 시작해 2004년 법 개정과 함께 PEF업을 시작했다. 이후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내공을 닦았고 이제는 조 단위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대표 투자사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도전들이 뒤따랐다. 대표적으로 펀드 사이즈가 커진 만큼 빅딜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 시장에서 조 단위 대형 매물은 1년에 20개 정도 나온다. 이 가운데 재무적 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딜은 많아야 10개 안팎이다. 매몰 비용과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특정 빅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플레이어로서의 한계도 분명하다.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글로벌 PEF들은 한국 시장이 여러 선택지 중 하나다. 하지만 토종 IMM PE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국내 빅딜 성사 여부가 근본적인 경쟁력, 더 나아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국내 소수 빅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시장의 그 누구도 IMM PE에게 한샘을 사라고 등을 떠밀지 않았다. 고가 인수 전략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이미 한샘 M&A로 많은 약점들이 노출됐다. 이제 이 약점을 극복하고, 손실을 만회하며, 전체 펀드의 성적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샘 M&A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최선의 노력을 했는데도 결과가 참혹하다면 더 큰 반성과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면 더욱더. 2007년 국민연금 첫 출자를 받고 국가대표의 마음으로 운용에 임하겠다던 그 초심을 돌이켜 봤으면 한다. 그 결기와 간절함이 필요한 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