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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메모리 무감산 공방]"투자 축소 없다"…인위적 감산과 자연적 감산 사이②생산라인 최적화하고 R&D 투자 비중 확대

김혜란 기자공개 2023-02-02 13:26:28

[편집자주]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일관되게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감산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인위적'이란 모호한 단어를 쓴 탓도 있지만, 삼성의 감산 발표가 메모리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 거란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돼 있기도 하다. 삼성은 왜 무감산 전략을 고수하는 것일까, 아니 기초체력이 탄탄한데다 하반기 업황 반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감산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감산 이슈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3분기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닥치기 시작한 시점부터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입만 바라봤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감산 여부에 메모리 업황 반등 시점이 당겨지느냐, 마느냐가 달렸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발표에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캐펙스(CAPEX, 설비투자) 비중 내 연구·개발(R&D)을 늘리는 등의 형태로 간접적으로 감산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했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감산 효과를 누린다면 글로벌 시장에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삼성이 일관되게 무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자연적 감산은 하겠다는 건 무엇을 함의하고 있을까. 인위적 감산과 자연적 감산의 차이는 무엇일까.

◇"투자 계획대로" 함의는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감산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올해 캐펙스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금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직 메모리사업부의 실적을 따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DS(반도체) 사업부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조700억원, 영업이익 2700억원에 그쳤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감소,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다.

반면, 캐펙스는 4분기에만 20조2000억원을 썼는데, 이 중 DS에 투입한 게 18조8000억원이다. 작년 DS의 1분기(9조7000억원) 2분기(10조9000억원), 3분기(11조5000억원) 시설투자규모와 비교해서도 상당히 늘었다.

이는 작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언한 데 이어 무감산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못 박은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작년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의 지속적 하락으로 메모리 사업부가 적자 전환하자 기존 방향에 변화가 생길 거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김 부사장이 "한편 최고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미래 선단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한 부분이다. 그는 이어 "캐펙스 비중 내 R&D 비중이 이전 대비 증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생산라인 재배치, R&D 비중 확대는 곧 자연적 감산을 의미한다.

D램과 낸드 시장점유율 1등인 삼성전자가 계속 시장을 선도하려면 인위적 감산을 해야 할 이유는 많지 않다. 자연적 감산을 선택한다면 캐펙스 수준은 유지하되 차세대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경쟁력 강화로 미래를 도모할 수 있고, 생산량은 경쟁사 대비 많이 줄이지 않는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 자연적인 감산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삼성전자 뉴스룸)

◇감산은 안 하지만 사실상 감산 효과?

인위적 감산은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 적극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키옥시아가 인위적 감산에 나서고 있다. 설비투자 축소, 가동 중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급량을 줄이는 것이다.

자연적 감산의 대표적인 형태는 전환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정전환(마이그레이션)을 6개월 안에 마치기로 계획해놓고 기간을 더 연장해서 한다면 그동안은 라인을 못 돌린다. 기존 라인을 세워서 라인을 재배치하거나 장비를 바꾸고, 가동라인 순서를 바꾸고 스텝을 늘리는 식이라면 감산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사실상 감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전환 투자를 하게 되면, 장비 수가 증가한다. 또 예를 들어 1만장(10K)을 생산하는 데 한 공정에 필요한 면적도 늘어나게 된다. 신규 투자 없이 기존 공간에서 전환 투자를 하게 되면 캐파(CAPA·생산능력)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같은 캐펙스를 투입해도 시장에 판매하지 않는 개발 물량을 확대하는 것도 자연적 감산의 한 예다. 삼성전자가 컨콜에서 R&D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DR4보다 속도가 2배 빠르고 소비 전력은 9% 낮은 새로운 D램 규격 DDR5로 바뀌면서 생산량이 조금 줄어드는 것도 자연적 감산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새로운 D램 규격인 DDR5는 생산량이 20%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감산으로 이어진다. DDR5는 DDR4에 비해 한 칩의 사이즈가 커 웨이퍼 투입량이 같아도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낸드의 경우는 다소 고려할 사안이 많다.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가 5곳으로 많은 데다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1위라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삼성이 낸드 사업부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감산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물론 200단 이상의 3차원(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가면서 공정 난이도가 높아져 웨이퍼 처리량이 자연적으로 줄어들고 이에 따라 생산량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 DS부문 화성사업장(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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