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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V 리포트]현대차그룹은 왜 JV에 소극적이었을까②신규사업 진출시 100% 출자 설립 선호...최근 소프트웨어 중요성 반영 기조 변화

조은아 기자공개 2023-03-31 08:00:29

[편집자주]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의 만남 소식도, 이별 소식도 부쩍 늘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영환경도 빠르게 변하면서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은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떠오른 지 오래다. 끝이 정해져있다는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단 손부터 잡고보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기업의 만남과 이별 사이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합작법인을 설립할 필요가 크지 않았다. 실제 합작법인을 살펴봐도 해외 생산과 판매를 위해 정부 규제가 다소 까다로운 국가에 고육지책으로 세운 게 대부분이다.

중국에 만든 베이징현대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베트남과 알제리 등에도 현지 영업을 위해 현지기업과 절반씩 출자해 세운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이를 제외하면 크게 의미가 있거나 규모가 큰 합작법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필요할 땐 직접 100% 출자해 만들었다.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그룹 시절인 1967년 현대차가 만들어진 뒤 1977년 고려정공(현 현대모비스), 1987년 케피코(현대케피코), 1993년 현대오토파이낸스(현대캐피탈), 2001년 한국로지텍(현대글로비스)이 각각 설립됐다. 1985년 옛 현대전자 전장사업부가 분사해 현대오토넷(현대모비스)이 출범했다.

일찌감치 현대차를 설립하고 현대차를 중심으로 그룹 내 자동차 계열사를 하나둘 늘려왔던 만큼 자동차 관련 사업에서는 굳이 다른 회사와 손을 잡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필요할 땐 확실히 잡았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로는 2005년 출범한 카네스가 있다. 카네스는 현대차가 독일의 지멘스와 손잡고 자동차 전장부품 연구개발(R&D)을 위해 세운 회사다. 미래차 시대에는 전장부품 기술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일찍이 내다본 셈이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그룹만의 역량으로는 전장부품 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 역시 영향을 미쳤다.

지분율은 현대차가 49.99%, 지멘스가 50.01%였다. 지멘스 측 지분율이 소폭 높았으나 초대 대표이사로는 현대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까지 지낸 양웅철 당시 사장이 선임됐다. 이후에도 역시 현대차 연구개발 수장을 지낸 권문식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등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역량으로 사업을 꾸려가기 위해 2010년 11월 5년간의 합작을 끝내고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사명도 현대카네스로 변경했다. 그 뒤 다시 현대차전자로 바꿨다가 현대오트론으로 바꿨다. 현대오트론은 2021년 현대엠엔소프트와 함께 현대오토에버로 흡수합병됐다.

변화가 감지된 건 최근 몇 년 사이다. 자동차산업이 격변기를 맞으면서 현대차가 가장 잘 아는 엔진, 기계나 부품 외에 소프트웨어 역량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2조4000억원을 투자해 전장부품 회사 앱티브와 함께 자율주행 회사 '모셔널'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차가 1조2678억원, 기아가 6969억원, 현대모비스가 4978억원을 출자해 각각 26.0%, 14.0%, 10.0%의 지분을 취득했다. 나머지 지분 50%는 파트너사인 앱티브가 보유했다.

흔치 않은 합작법인 설립인 만큼 앱티브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꼼꼼한 검증을 거쳐 파트너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앱티브는 2017년 12월 델파이에서 분사한 유럽 회사로 자율주행사업부가 미국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관련 기술로는 글로벌 최상위권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모두 5조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지만 지속된 순손실로 자본총계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엔 인력 구조조정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자율주행 기술 확보가 중장기 과제인 만큼 초반 성과를 내는 게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직접 설립하거나 이미 만들어진 기업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사업 주도권을 쥘 수 있고 의사결정 역시 빠르게 내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포티투닷과 슈퍼널이 대표적이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 온 스타트업으로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현대차그룹이 2019년 출범 한달밖에 되지 않은 포티투닷에 지분투자를 했고 2년 뒤 아예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지분율은 현대차와 기아를 더해 보통주 기준 95.62%에 이른다.

미국에 세운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법인 슈퍼널은 현대차가 100% 출자해 설립한 뒤 지분을 계열사와 분할했다. 현재 지분율은 현대차가 44.4%, 현대모비스가 33.4%, 기아가 22.2%씩 나눠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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