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신NCR]‘간접금융’ 종투사, ‘청산 관점 규제’로는 부족하다④존재감 커진 증권업, 시스템리스크 잠재…“영향력 만큼 강한 규제 필요”
최윤신 기자공개 2023-05-26 13:05:01
[편집자주]
증권사 자본규제 완화의 상징과도 같은 ‘신NCR(순자본비율)’이 기로에 섰다. 급격한 금리인상과 위험자산의 부실화가 현실화하며 모험자본 공급 역할을 해온 증권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로 하여금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게끔 만든 신NCR과 이를 기반으로 한 규제가 진짜 위기를 감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벨은 기로에 선 신NCR이 증권업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청취했다. 이를 통해 어떤 방식의 규제가 합리적일지 고민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6년 신NCR이 도입되며 증권사는 돈을 쌓아두지 않고 위험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 은행과 보험 등 규제가 강화된 다른 금융산업에 비해 이익창출력이 높아지며 증권업에 자본이 몰려드는 효과가 나타났다.규제완화 분위기를 타고 외연을 키우는 증권사에 시장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규모가 커진 증권사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기능을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증권사의 부실이 금융시장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시장에선 증권사의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자본규제가 다시 가해져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대형 증권사 자산 구성, 투자 그룹과 유사해
전문가들이 비대해진 증권업의 시스템 리스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수년 전 부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 2020년 초 ‘증권업 시스템리스크 진단 및 대응과제’ 리포트를 통해 “증권업을 중심으로 그림자금융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시스템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주창했다.
이런 경고는 지난해 하반기 불어닥친 위기의 상황에서 현실화 했다.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손실과 부동산PF ABCP의 차환 위기가 부동산 자산 가격 급락에 영향을 줬다. 여신전문기업들이 겪었던 조달 어려움도 따지고 보면 증권사와 관계가 깊었다. ELS 등 파생상품 사업을 키운 증권사들이 헤지자산으로 보유하던 여전채를 투매하고 신규 매수를 중단하며 여신전문기업들의 조달 어려움이 심화했다.
증권업의 리스크가 금융산업의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되자 시장은 다시금 증권업의 자본적정성 규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6년 도입된 신NCR 제도가 현재 대형화된 국내 증권사의 실정에 더 이상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도입된 신NCR은 미국의 증권사인 ‘브로커-딜러’에게 적용되는 NCR 제도를 따와 만들어졌다. 미국의 브로커-딜러는 ‘중개’ 위주의 직접금융 영업만을 영위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NCR 제도는 시스템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없이 증권사의 파산시 투자자와 채권자에게 약속한 투자금을 안전하게 돌려주는 걸 주요 목적으로 하는 유동성 규제에 가깝다.
이에 반해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신용공여 등 여신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사실상 간접금융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발행어음을 발행하는 종투사의 경우 수신업무까지 영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증권사에 미국 투자은행그룹에 적용되는 ‘바젤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에 적용되는 ‘BIS 비율’처럼 자본과 위험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수치를 도입해야 한단 주장이다. 위험액에 대한 충분한 버퍼를 확보하도록 하는 계속기업의 관점의 규제가 이뤄져야 시스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가 위기에 처할 경우 결국 시스템 리스크 우려에 따른 ‘대마불사’의 양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선 대형 증권사가 가진 영향력만큼 철저한 위험관리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규모·사업특성 등 고려한 차등 규제 검토 필요
바젤 방식의 규제를 도입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반발이 있을 전망이다. 자본과 위험액을 직접 비교하는 산식을 도입하는 건 사실상 구NCR 규제로 돌아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은행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금융지주가 그룹 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관리하기 때문에 별도의 바젤 방식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종투사의 끝없는 사업 영역 확장 움직임을 고려할 때 증권업의 시스템 리스크는 더 커질 전망이라 바젤 방식의 규제 도입의 필요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증권사의 규모와 사업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 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나신평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지난 2021년 자기자본 규제체제를 전면 개편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여신을 보유하거나 시스템적 중요성이 높은 증권사·투자은행그룹에 대해서는 은행업과 동일한 바젤방식의 규제를 적용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시스템적 중요성이 낮은 증권사에 대해서는 신NCR 방식의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크레딧업계 한 관계자는 “종투사와 일반 증권사의 규모차이가 벌어졌고, 영위하는 사업 영역이 크게 다른 만큼 획일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게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증권회사 규모별, 기능별로 유연하게 자기자본 방식을 적용하는 걸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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