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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4배 격차 '루닛 vs 뷰노' 성과도 소통도 달랐다 상장밸류는 3000억 안팎 비슷, 실적 외 조직관리 및 IR에서 '루닛' 독보적

최은진 기자공개 2023-05-30 11:09:28

[편집자주]

시가총액이 반드시 기업가치를 대변하는 건 아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바이오업체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제약바이오산업의 상황을 보여주는 좋은 잣대가 되기도 한다. 임상 결과나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 등이 빠르게 반영되고 시장 상황도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코스닥과 코스피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회사의 시가총액 추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 이슈와 자본시장의 흐름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6일 08:0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영상의료 전문기업으로 꼽히는 뷰노와 루닛. 두 기업은 각각 2021년, 2022년에 상장하며 AI 영상의료 대표 기업으로 거듭났다. 국내서는 생소한 AI 영상의료라는 제품에서 매출을 창출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나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들까지 넘으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다는 '비전'도 선사했다.

경쟁사인 두 회사는 증시에 입성할 당시만 해도 각각 상장밸류가 3000억원 안팎으로 큰 괴리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두 회사의 몸값은 무려 네배 차이가 난다. 왜일까. 본질적으로는 실적괴리 때문이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조직 관리와 투자자와의 소통 등도 격차를 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시기 출발해 유사한 트랙레코드, '상장밸류'도 비슷…앞서가는 '루닛'

뷰노와 루닛은 각각 2014년, 2013년에 설립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및 서비스 기업이다.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두 회사는 분야는 다르지만 AI 의료영상이라는 같은 길을 걸었다.

뷰노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AI 연구를 하던 연구원 3명이 공동창업했다. 딥러닝을 접목해 폐 질환을 조기진단하는 기술로 출발했다. 루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공학도 6명이 만든 회사다. 역시 딥러닝을 활용해 유방암을 초기에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뷰노는 서울아산병원과, 루닛은 삼성서울병원과 공동연구개발을 했다.

업계선 다소 생소한 AI 영상의료라는 분야를 개척하며 증시 입성에 성공한 건 뷰노가 먼저다. 2021년 상장 당시 밸류는 2200억원이었다. 이듬해인 2022년 뷰노를 벤치마크로 증시에 입성한 루닛은 3640억원으로 책정됐다. 루닛 상장 당시 뷰노의 고전으로 6000억원을 웃돌던 루닛의 가치가 반토막이 났다. 이 시기 뷰노의 시총은 900억원에 불과했을 정도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상장 밸류 측면에서 비슷한 규모로 시작한 두 기업은 현재 몸값 차이가 상당히 벌어져 있다. 25일 종가 기준 뷰노의 시총은 2415억원, 루닛은 9921억원이다. 4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루닛은 최근 장중 한때 몸값이 1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상당히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뷰노 역시 올 초부터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되며 루닛과 함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루닛의 오름폭만큼 가파르지는 않다.

◇올해 1분기 루닛 실적 급반전, 해외진출 덕분…내수중심 뷰노 실적 답보상태

이처럼 비슷한 사업을 꾸리는 두 회사가 몸값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일차적으로는 실적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실적에서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2022년 뷰노는 매출 83억원, 루닛은 139억원을 벌었다. 영업적자는 뷰노가 146억원, 루닛이 486억원이었다.

분위기는 올해 1분기 큰 폭으로 전환됐다. 뷰노가 18억원의 매출을 한 데 반해 루닛은 1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도 뷰노 40억원과 비교해 루닛은 17억원에 불과해 흑자전환도 눈앞에 뒀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양사의 실적 차이는 매출처 및 전략에서 기인한다. 뷰노는 국내 중심으로 영업한 반면 루닛은 일찌감치 해외 파트너사를 섭렵하며 수출에 나섰다. 뷰노의 매출 93%가 국내에서 창출되지만 루닛은 90%가 해외서 발생한다. GE헬스케어·필립스·후지필름·홀로직·가던트헬스 등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진출을 서두른 결과다.

뷰노는 이제서야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뇌 MRI 판독 솔루션 '딥브레인' 등의 제품을 올해 미국 FDA 허가를 받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루닛과는 다소 다른 전략이다. 파트너십보다는 자체 마케팅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분위기다. 현지법인에 미국 대형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드트로닉(Medtronic) 출신 인력들을 영입하며 프리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동창업자 결속력 및 조직관리 차이 극명…IR 및 소통에서도 괴리

실적 및 전략 외에도 뷰노와 루닛은 극명한 차이가 있다. 먼저 인력문제를 들 수 있다. 뷰노는 창업자 3인 중 이예하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퇴사했다. 지분과 공동의사결정계약 등도 모두 해제했다. 2대주주였던 녹십홀딩스도 지분전량을 매도하며 주요주주 자리를 내줬다. 이외 창업공신이나 핵심 기술진 등 주요 임원들이 대거 이탈했다 점도 악재였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7.5%에 그친다.

반면 루닛의 경우 공동창업자 6인 중 누구도 이탈없이 10년째 근속 중이다. 백승욱 이사회 의장, 유동근 COR(인공지능), 이정인 인허가 총괄, 박승균 CPO(영상의학 제품총괄), 팽경현 CPO(종양학 제품 총괄), 장민홍 CBO(영상의학 사업기획 총괄) 등이다. 현재 경영과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서범석 대표는 2016년 합류했다.

이들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2.6%로 뷰노보다 높다. 이외 홍콩 소재 투자사인 웰어라이크(Well alike limited)와 파트너사인 가던트헬스가 2대주주 지위를 지키고 있다.


투자자와의 소통에서도 뷰노와 루닛은 대조를 이룬다. 뷰노는 최근 1년간 단 3번의 기업설명회(IR)를 가졌다. 그나마도 올해들어선 전무했다. 반면 작년 7월 상장한 루닛의 경우엔 최근 8개월동안만 4번의 IR을 열었다.

뷰노는 주주들을 위한 별다른 IR을 내놓고 있지 않은 반면 루닛은 정기적으로 IR레터를 통해 경영상 주요 사안들을 공개하고 있다는 차이도 있다. 루닛은 주주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신뢰와 결속력을 다지는 데 성의를 보이고 있다.

뷰노는 1년여간 공석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채용한 데 이어 최근 IR 담당자도 채용 중이다. 뒤늦게나마 투자자들과 소통에 나서기 위한 채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의료기기 업체 두 곳이 상이한 성과를 내놓고 있는 건 비단 경영전략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며 "매출과 전략은 물론 이에 대한 투자자 소통, 내부 조직 분위기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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