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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글로벌 투자 리포트]에이티넘인베, '초대형 펀드'로 해외 2.0 시대 연다①8000억 중 최대 20% 해외 투자 포부…싱가포르 지사 첫 설립, 동남아 공략 박차

이효범 기자공개 2023-06-07 08:11:37

[편집자주]

국내 벤처캐피탈(VC)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유행 이후 주춤했던 글로벌 투자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국내 VC들은 해외법인을 통한 진출뿐만 아니라 현지 투자회사와 협업를 통해 딜(deal)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더벨은 국내 VC들의 해외 투자 현황과 성과, 키맨, 전략 등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1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해외 투자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별도의 해외 투자 조직을 두지 않았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펀드 전략을 앞세워 국내투자에 주력해 온 반대급부이기도 했다.

올 들어 기조가 바뀌었다. 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펀드 결성하면 해외 투자에 전환점을 마련할 전망이다. 국내 톱티어(top tier) 벤처캐피탈(VC)로 올라선 만큼 해외 투자에서 한발 물러나 있을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 국내 경제 성장률이 예전만 못한다는 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내에 쏠려 있는 포트폴리오의 무게추를 해외로 이동시킬 필요성이 커졌다.

오랜기간 신기천 대표이사의 진두지휘 아래 국내 창업투자회사의 롤모델로 자리매김 한 에이티넘인베스트는 이제 해외 투자로 재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하고, 투자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 유망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심사역들의 열기도 뜨겁다.

◇중국→미국→동남아로 중심 축 이동, 이스라엘·일본 등 영토 확장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해외 투자는 꽤 오랜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1988년 설립된 이후 10여년 만에 해외투자를 시작했다. 다만 그 규모는 크지 않았다. 국내 투자와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수준의 투자는 아니었다.

해외투자가 활기를 띄기 시작한 건 2010년을 훌쩍 넘긴 시점이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활발하게 드러내던 시기였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당시 중국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급팽창을 예견하면서 상하이와 베이징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한국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우량 벤처 기업 발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당시 전문 심사역으로 해외 경험자를 투입했고 중국 전문가도 채용해 전문 심사 역량과 함께 현지 VC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며 "관계사가 중국 톱티어 VC인 레전드 캐피탈에 출자해 레전드캐피탈의 포트폴리오 기업 10여개를 직접 탐방하며 중국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태동 및 성장 과정을 지속 모니터링 했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면 최근까지는 미국 투자에 주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올해 5월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1조2030억원이다. 이 가운데 해외투자 규모는 1075억원이다. 운용자산 가운데 투자 가능한 예금 등을 제외한 전체 투자금액 대비 해외투자액은 약 10% 수준이다.

해외투자액 1075억원 가운데 미국 투자 규모가 789억원에 달한다. 70%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외에 중국 137억원, 동남아 109억원, 기타 40억원 등이다. 섹터별로는 딥테크와 서비스 플랫폼 분야에 각각 35% 안팎의 금액이 투자돼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에 투자한 비중은 30% 가량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연내 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펀드를 결성하면 해외 투자 지형도는 또다시 달라질 전망이다. 결성액의 최대 20%를 해외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전체 결성액의 15% 가량을 동남아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추산해 보면 8000억원 규모 펀드에서 해외 투자 규모는 최대 1600억원이다. 동남아 지역에만 1200억원의 투자가 향후 이뤄지는 셈이다.

동남아에서는 주로 서비스,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진다. 시장의 발전 형태가 종합 커머스, 승차 공유와 같은 거대 플랫폼에서 버티컬 커머스, 핀테크, B2B 서비스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라 국내 벤처 시장의 발전 궤적과 유사점이 많다. 또 지난해 초 동남아 투자 전진기지로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했다. 지사 설립 이후 첫 투자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도 이미 감지된다. 최근 이스라엘에 첫 투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현지 스타트업인 트라이아이에 약 66억원(500만 달러)을 투자했다. 트라이아이는 군사 목적의 우주 관측용 센서로 활용되는 단파적외선(SWIR) 감지센서를 상용화해 첨단 운전 지원 시스템(ADAS)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일본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을 스터디하면서 김제욱 부사장을 중심으로 현지에 투자하는 TF를 꾸리기도 했다. 이미 심사역들이 일본 VC 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출장을 다녀오고 현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분석하고 있다.

◇8000억 펀드 결성, 해외투자 '변곡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이처럼 해외 투자에 대한 스탠스를 적극적으로 바꾼 건 수년전과 달리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국내 경제 성장률이 점차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가파른 동남아 국가에 투자 기회가 더 많다는 판단이다. 이 가운데 그동안 전례가 없었던 초대형 펀드를 결성하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 만으로는 투자금 소진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를 위한 별도의 조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투자 조직은 바이오팀, 테크팀, 서비스플랫폼팀, 콘텐츠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팀에 소속된 심사역들이 국내와 해외 투자기업을 자유롭게 발굴하는 형태다.

해외 투자시 1명의 심사역이 단독으로 투자 과정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심사역들의 리더격인 부사장과 전무급 임원 중 1명과 팀에 소속된 심사역 등 2~3명이 짝을 이뤄 태스크포스(TF) 형태의 비상시 단위 조직을 꾸린다. 이 과정에서 고위 임원들이 투자 의사결정을 주도하며 심사역들은 투자기업에 대한 정보수집과 분석을 담당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그간 현지 VC 펀드에 고유자금을 출자하는 형태로 해외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지난해 싱가포르 지사 설립 전까지 뚜렷한 해외 거점은 없었다. 대신 2017년부터 동남아 현지에서 손꼽히는 VC인 버텍스벤처스(Vertex Ventures)와 오픈스페이스벤처스(Openspace Ventures)에 대한 LP 출자를 시작으로 투자 포문을 열었다. 현지 VC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인 출자다.

출자한 현지 VC 펀드에 편입된 포트폴리오 기업 중 시리즈 B, C 라운드로 자금을 모집할 경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펀드로 투자하기도 한다. 이 경우 현지 VC를 통해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꾸준한 관리도 가능해진다. 성장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그로스캐피탈로서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같은 전략은 주로 새로운 국가를 개척하는 주요 루트로 사용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연내 초대형 펀드를 결성하면) 국내외 경제 상황 및 국가별 투자 및 시장 여건을 감안하여 전체의 10~20% 투자금을 해외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지역적으로는 동남아시아에 70%, 미주 30% 비중으로 배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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