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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PF 리스크' 엠캐피탈 투자..."메리츠가 메리츠했다"자금 솔루션 고심, 담보 잡고 실리 확보…보수적 대형사, 감행 어려운 타이밍

양정우 기자공개 2024-06-05 07:29:26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3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이 잠재된 엠캐피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자 IB업계에서는 "메리츠가 메리츠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단연 리스크가 높은 투자이지만 탄탄한 담보로 실질적 위험을 최대한 낮춰 실리를 챙기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엠캐피탈은 연초부터 국내 IB 파트에서 주시해온 회사다.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면서 조달 니즈가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수익 창출을 시도해왔으나 가장 실속이 큰 지원책을 성사시킨 건 메리츠증권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엠캐피칼 3000억 조달 '가뭄 속 단비'…7700억 담보에 쏠쏠한 이자수익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증권을 필두로 자금난에 빠진 엠캐피탈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고자 3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1차로 1000억원의 자본을 공급했고 이후 2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수년간 가파른 금리 상승와 부동산 경기 악화가 이어지면서 PF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엠캐피탈의 경우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다. 신용등급(A-) 아웃룩(긍정적→안정적→부정적)이 지속적으로 바뀔 정도로 신용도에 적색등이 켜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브릿지론, 본PF 등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고 있고 신용도 악화로 회사채 발행만기가 축소되고 있다. 결국 단기 차환 부담이 증가하는 와중에 시장 내 변동성 심화와 조달 금리 상승이라는 난관까지 넘어서야 한다. 엠캐피탈 입장에서는 메리츠증권과 체결한 대규모 대출 계약이 가뭄 속 단비인 셈이다.

근래 들어 가장 성장세가 돋보이는 증권사인 메리츠증권도 호락호락한 자본시장 플레이어가 아니다. 엠캐피탈이 보유한 출자금, 사채, 인수금융, 신탁의 2종 수익권 등 포함해 총 7696억원 규모의 담보를 확보했다. 물론 종국적으로 담보권 실행까지 완수하려면 번거로운 절차를 소화해야 하지만 고액의 이자와 원금 3000억원을 회수하는 데 충분한 담보를 거머쥔 것으로 관측된다.
엠캐피탈의 자금 조달을 위한 담보 제공 내역.
이번 대출 금리는 9% 중반인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엠캐피탈의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적 이슈가 발생하면 추가로 금리가 올라가는 조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는 3년 뒤 대출 회수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연간 10%에 가까운 쏠쏠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기회다.

IB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의 투자 야성이 살아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반적 잣대로 진단되는 잠재적 리스크가 분명하더라도 실질적 회수 우려가 낮다는 판단이 내려지만 신속하게 자금 투입의 결단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초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때도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롯데건설을 지원하면서 실속과 평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한 증권사 임원은 "현재 대형 증권사로 불리는 하우스라면 이 타이밍에 엠캐피탈 등에 대규모 대출을 단행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웃룩 조정 등 신용등급 하향의 신호가 나온 상황에서 리스크 파트를 통과하는 게 어려운 데다 이런 딜을 감행해보자는 본부장급 인사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틈새를 파고든 게 메리츠증권이고 지난 수년 간 이례적 성장을 거둔 이유"라고 덧붙였다.

◇회사채 발행 난항, ABS 카드로 전환…메리츠증권 대출, 조달 루트 선회

엠캐피탈은 그간 메이저 증권사를 중심으로 조달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공들여온 캐피탈사다. 연초엔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당시 KB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다.

본래 지난해 말을 전후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결국 포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신용등급 아웃룩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 데다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감도 치솟은 시기였다.

그래서 IB업계에서 제시한 카드가 대출과 할부약정, 리스계약 등을 기초자산으로 잡은 ABS였다. ABS의 경우 발행사 신용도와 기초자산의 위험이 절연되기에 등급 하향의 기로에 선 기업이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하지만 국내 ABS 시장은 글로벌 자본시장처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일단 구조가 복잡하기에 ABS 포지션을 만들고자 투자자로 나설 기업의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콜옵션이 붙는 탓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채와 달리 재투자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 엠캐피탈이 ABS 발행에 나서다가 결국 메리츠증권의 대출로 조달 루트를 바꾼 이유로 관측된다.

엠캐피탈의 최대주주는 스마트리더스홀딩스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사모펀드(PEF) 하우스인 에스티리더스가 운용사(GP)이고 핵심 출자자로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출자자의 출자 구조와 추가 출자 의지 등이 불확실하기에 엠캐피탈의 신용등급엔 별도의 노치(notch)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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