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진검승부]아직 승자 속단할 수 없는 미국 MRO 경쟁⑤필리 조선소 인수하고 MSRA 체결…신뢰도 구축에 집중
이호준 기자공개 2024-07-26 07:57:00
[편집자주]
배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팔기 위해 따져야 할 것도 너무 많다. 이익률은 어떻게 높일지, 호황은 언제 끝날지, 경쟁자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고민하는 순간 머리가 바로 아파온다. 특히 시장에 경쟁자가 단 두 명이라면 결국 상대보다 앞서야 하는 수밖에 없다. 치열한 기술·수주 경쟁은 피할 수 없다. HD현대와 한화가 사사건건 부딪히는 이유다. 더벨은 최근 조선업계와 증권가의 관심을 끌고 있는 두 회사의 맞대결 구도를 다방면으로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은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주목하는 미래 비전이다. 함대 하나가 200척의 함정을 운영하는 미 해군을 상대로 함정의 설계와 건조를 넘어 수리 단계에서도 이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실제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만 해도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고 함정 MRO 사업에 필요한 자격인 'MRSA'를 확보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MRSA를 체결한 HD현대중공업도 곧 현지 사업장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필리 조선소 인수, MSRA 체결…'예열' 끝냈다
미국은 세계 방산 시장의 최대 고객이다. 특히 미 해군은 함대 하나가 약 200척의 대규모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수리와 정비 수요가 크다는 얘기다.
이 시장에 군침을 삼키는 기업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 해군은 방위력 균형을 위해 수리를 기다리는 함정이 많은데 반해 현지 조선사들은 인력난 등으로 생산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로 전해진다. 일감을 해외로 넘길 가능성이 큰 셈이다.
국내에서 대형 군함을 건조하는 조선사 두 곳은 '진격 앞으로'를 외친다. 한화오션은 작년 11월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4971억원 중 가장 많은 약 4200억원을 글로벌 방산사업 확장을 위한 생산 거점과 함정 MRO 기업 지분 확보로 계획했다.
지난달에는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총 1억 달러(한화 약 1380억원)에 인수하며 '액션' 단계에 돌입했다. 이달엔 미 함정의 유지·보수·정비를 위한 자격인 MSRA를 체결하며 사전 준비를 마쳤다.
HD현대중공업은 재작년 필리핀에 인도한 호위함 2척에 대한 MRO 사업 계약을 체결해 이미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보다 2주 앞서 MRSA를 체결한 바 있어 마찬가지로 미국 MRO 시장 진출을 위한 '예열'을 끝낸 모습이다.
◇우위 속단 어려워…신뢰도 구축에 집중
함정은 국방력과 직결되는 만큼 첨단 기술력을 요구한다. 미 해군을 상대로 최초의 MRO 수주 레코드를 쌓는 업체가 한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양사 간 우위를 속단하기 어렵다.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 인수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지만 이는 MRSA처럼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일 뿐이다. MRO 목적에 맞는 시설 재배치 등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고 HD현대중공업도 현지 사업장을 물색 중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필리핀에 이미 MRO 서비스를 공급 중인 HD현대중공업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쌓은 사업 노하우에서 앞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한 미 해군을 상대하고 인정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양사는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신뢰도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두 회사는 현재 미 해군작전사령관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하는 방산전시회 '인도양 방위 안보 2024(IODS 2024)'에 참가해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미국 MRO 시장에 진출할 자격 요건은 다 갖춘 상태"라며 "미 해군기지와 인접하고 접근성이 좋은 위치와 기업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추가 M&A도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i-point]ICTK, 팹리스 챌린지서 '유망 스타트업' 선정
- 오에스피, 자체PB 해외 러브콜…신규수주 '봇물'
- [i-point]신성이넥스, 중견기업 해외 프로젝트 지원 나서
- [이통3사 본업 전략 점검]성숙기 접어든 5G, ARPU 돌파구 찾기 사활
- SUN&L, 이루팩과 '이노베이션 센터' 오픈
- [i-point]씨플랫폼, DBMS 전문 스크림과 총판 계약
- [네카오 페이사업 돋보기]결제액 vs MAU, 수익성·사용자 모객 '서로 다른 강점'
- [2024 Frieze Seoul & Kiaf]프리즈서울에서 본 가고시안의 이미지는
- [2024 Frieze Seoul & Kiaf]프리즈 첫날, 국내 갤러리 9곳 판매액 50억 웃돌아
- [미지의 시장 '치매' 개화 길목에 서다]뉴로핏의 레켐비·키썬라 활용법, 'AI'로 관리·치료 밸류체인
이호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재계 행사 눈도장, 존재감 커지는 풍산그룹 3세
- [두산 사업구조 재편]두산밥캣, 화끈한 주주환원 정책 가능할까
- 정의선 회장, 한·미·일 협력 주도 '수소사업' 탄력
- [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유럽에서 국내로…정원정 부사장, 성과 이어갈까
- [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순항하는 북미 진격, 윤승규 부사장 '진두지휘'
- [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수익성 대변신 주도한 주우정 부사장
- [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벌써 7년, 생산현장 최전선에 선 최준영 부사장
- [기아를 움직이는 사람들]그룹의 한 축 든든히 떠받치는 송호성 사장
- [해외법인 재무분석]기아의 슬로바키아, 미국 넘볼 만큼 급증한 순익
- 한화시스템, 신사업 재검토 언제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