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심사가 다가오는데 대출 연장이 안 되면 바로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한다. 현금은 이미 바닥나 거래처에 대금 지연을 요청한 지 오래고 3PL(제3자물류) 거래처에 물류비를 못 준지도 몇 달째다. 장밋빛 미래만 꿈꾸다 당장 쓸 돈이 없어지니 하루 아침에 사람들을 숭덩숭덩 잘라 왔다."가정간편식(HMR)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 기업은 최근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임하고 상장 준비에 돌입한다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게시했다.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강화하고 이익 기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만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가능하고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비췄다.
내부 관계자를 통해 마주한 실상은 전혀 달랐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5차에 걸쳐 인력을 감축했다. 100여 명이던 인원은 4분의 1 수준인 25명까지 줄었다. 성장이나 상장과는 거리가 먼 상황인데 내부를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감쪽같이 속기 십상이다.
최근 IPO 시장이 위축됐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한편으론 마음이 놓인다. 시장은 그동안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기업가치 과대평가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건 금융당국이다. 뻥튀기 상장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 실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3분기 내로 상장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근거도 마련한단 방침도 세웠다. 금융투자협회는 공모가 관련 예시안을 마련해 업계에 전달했다. 예시안엔 미래 실적 추정치나 비교 기업 선정과 관련해 주의할 사항을 담았다.
한국거래소는 6월 상장 예비심사 지연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놓고 예심에 속도를 높였다. 그동안 상장 적격성상 미비한 문제가 발견된 경우에도 심사 기간을 늘려 이를 해소하도록 권고해 왔다. 문턱을 높이자 이를 넘지 못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일각에선 상장뿐 아니라 부실기업을 퇴출하는 활동에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 문턱만 높여선 미래 가치가 높은 기업의 자금 조달 기회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의 성공 신화가 무너졌다. 유통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선불충전금을 선주문 방식으로 자주 판매하면서 이미 '돌려막기' 의혹이 있었다. 징후 없는 파산은 없다. 준비되지 않은 기업의 IPO에도 분명 징조는 있다. 투자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시장 위축을 두려워하는 대신 공고한 제도와 심사 기준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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