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를 움직이는 사람들]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조화…종합 유통기업 가속 페달[총론]창업주 경영 철학 계승한 윤호중 회장 체제 안착, 믿을맨 주요 보직서 활약
정유현 기자공개 2024-08-01 07:20:06
[편집자주]
국민음료 '야쿠르트'를 발판삼아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한 hy가 '종합 유통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을 천명한지 4년이 지났다. 플랫폼 기업을 비롯한 초기 기업 대상으로 적극적인 M&A을 통해 기초 체력을 다졌고, 발효유기업의 한계를 계속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다. 본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만들며 100년 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벨은 hy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이들이 그리는 청사진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2020년 3월 회장으로 취임한 고(故) 윤덕병 회장의 아들이자 hy를 이끌게 된 윤호중 회장(사진)의 취임 일성이다. 대한민국 발효유의 역사 그 자체인 hy그룹 성장의 뿌리로 자리 잡은 소유와 경영 분리 체제를 공고히 하며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었다.
일 년 후인 2021년 사명을 한국야쿠르트에서 hy로 바꾸면서 종합 유통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6년간 회사를 이끌며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도왔던 김병진 전 대표 체제의 마침표를 찍고 변경구 대표 체제로 변화를 시도했다. 부친의 철학대로 오너인 윤호중 회장은 한 발짝 물러나 현장을 살피고 경영은 전문 CEO에게 일임하는 구조를 짰다. 사업 다각화에 가속 페달을 밟으며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다.
◇윤호중 회장 발효유 기업 넘어 사업 다각화 추진 미션, 원천 기술 확보 집중
hy의 뿌리는 1969년 설립된 삼호유업이다. 독자 기술로 유산균 발효유를 만들고자 했던 선대 회장은 같은 해 11월 법인을 설립해 '한국야쿠르트'로 간판을 달았다. 그 시절 윤 회장이 주목한 것은 '기술'이었다. 오랜 고민끝에 일본야쿠르트의 기술을 도입하며 한국야쿠르트는 합작사 형태로 출범했다. hy 지배 구조에 일본 야쿠르트사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윤덕병 회장의 '기업은 공익(公益)에 우선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은 hy가 반백년 역사 속에서 단순히 발효유 공급회사에 머물지 않고 사업을 다각화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수 있는 근간이 됐다. 또한 독자 기술에 대한 집념은 hy의 미래를 만드는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1976년 식품 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했고 20년 만에 독자적인 자체 유산균 개발에 성공했다.
큰 흐름에서 윤호중 회장이 입사 후 큐렉소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투자에 적극 나섰던 것도 부친의 철학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기술력을 통해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했고 이 작업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 기업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사실상 hy는 R&D를 통해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기술 기업인 셈이다.
큐렉소는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 끝에 허리와 무릎 관련 수술로봇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만 총 62대의 의료로봇을 판매했다. 의료로봇 최대 수요지인 미국 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다. 국내 기술로 만든 'K-의료로봇'의 데뷔는 윤 회장의 진득함이 만든 결과물이다.
◇선대 회장부터 이어져온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 검소한 리더 평가
윤호중 회장은 회사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이끌어야 한다는 부친의 철학도 바통을 이어 받았다. 윤 회장은 경영 일선에는 나서지 않지만 hy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은 계속하고 있다. '믿을맨'을 CEO로 선출하고 큰 틀에서 M&A 등을 추진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로서 hy 경영철학의 뿌리를 다시금 새길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오너가 중심을 잡고 검증 받은 hy맨들이 주요 보직에서 활약하고 있는 구도가 구축됐다.
공채로 입사한 정통 hy맨 뿐 아니라 외부 인력도 성과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면 주요 보직에 발탁한다. 작년 말 인사를 통해 수장으로 선임된 변경구 대표이사도 2014년 입사한 '외부 출신'이다. 지난 10년간 hy의 신선 라스트마일 경쟁력을 진일보 시킨 성과를 인정 받았다. 앞선 전문경영인들이 사실상 '순혈주의'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틀을 깬 윤회장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영업과 마케팅, R&D 분야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핵심 인재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해 과거를 발판 삼아 미래를 준비하는 미션을 맡겼다. 신승호 M&S 본부장, 이재환 중앙연구소장 등이 핵심 수뇌부로서 각각의 자리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hy의 새로운 색 입히기 전략 추진에 여념이 없지만 윤호중 회장에 대해 알려진 사항은 많지 않다. 부친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처럼 '은둔의 경영자'라는 이미지도 구축돼있다. 회사 입사 후 오랜 기간 경영 수업을 받으며 다수의 기업 M&A건을 진두지휘한 것 대비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공식 석상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존중하기 위해 등기 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부친의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집무실 소파를 천갈이를 해 다시 쓰고, 양복 몇 벌을 수선해 수십 년간 돌려 입었다는 선대 회장의 에피소드는 잘 알려져 있다. 회장 취임 후 임직원을 향한 간단한 메시지를 인트라넷을 통해 전한 것이 전부였다.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업계에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hy는 지난해 글로벌 식품사 GB푸드의 러시아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러시아 도시락 법인의 경쟁력 향상과 이를 통한 유라시아 시장 공략을 위함이다. 배달대행업 메쉬코리아는 부릉으로 이름을 바꾸고 업계 1위를 향한 시동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호중 회장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지만 평소 직원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것이 본인 역할임을 강조한 검소한 성품을 보유한 리더라는 점 정도는 알려져 있다"며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윤 회장 체제의 hy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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