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그룹 투자한 FI, 손익계산서 다른 이유는 '큐텐홀딩스·큐익스프레스'로 투자처 달라, 지주사 FI 대규모 손실 불가피
감병근 기자공개 2024-07-31 08:05:37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큐텐그룹 계열사인 티몬, 위메프가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달 초부터 이어진 판매자 정산대금 지연 사태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법원이 기업회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티몬, 위메프는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 법원 결정까지는 약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큐텐그룹 FI들은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큐텐그룹은 성장 과정에서 여러 국내외 FI를 주주 및 채권자로 맞았다. FI들의 투자처는 크게 큐텐홀딩스와 큐익스프레스로 양분된다.
다만 투자처 별로 FI들은 서로 다른 손익계산서를 받아들 전망이다. 지주사인 큐텐홀딩스 FI들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류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FI들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큐익스프레스의 낮은 내부거래 비중 덕에 이번 사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큐텐홀딩스 FI, 대규모 손실 위기…큐텐 플랫폼 영속성도 의문
큐텐홀딩스 FI들은 대부분 큐텐그룹이 티몬, 위메프를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큐텐홀딩스 주주 및 채권자로 합류했다. 이를 제외하고 큐텐홀딩스에 직접 투자한 FI는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는 큐텐홀딩스 우선주 지분율이 40%대로 알려져 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큐텐홀딩스 보통주를 20% 중반대로 보유 중이다. 큐텐그룹이 티몬을 인수할 때 티몬 지분을 모두 내주고 큐텐홀딩스 지분을 받았다. 티몬에 교환사채(EB) 형태로 투자한 PS얼라이언스도 이 과정에서 교환대상 주식에 큐텐홀딩스 주식을 추가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보유 중이던 위메프 지분으로 인해 큐텐홀딩스 채권자가 됐다. 큐텐홀딩스와 위메프의 지분 교환 과정에서 위메프 대주주였던 원더홀딩스는 큐텐홀딩스 지분을 받았다. 반면 5% 남짓한 위메프 지분을 보유했던 IMM인베스트먼트는 큐텐홀딩스 지분 대신 주식매각대금을 채권으로 받는 방안을 선택했다.
티몬, 위메프는 큐텐홀딩스와 지분 교환 당시 각각 2000억원 초중반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KKR, 앵커에쿼티의 지분율을 고려하면 큐텐홀딩스의 기업가치는 티몬 인수 전 1조원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추산된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까지 간다고 가정하면 두 곳의 기업가치는 사실상 ‘0원’이 된다. 이는 지주사인 큐텐홀딩스의 기업가치에도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큐텐홀딩스 기업가치가 티몬, 위메프 인수 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큐텐홀딩스가 이번 사태를 수습할 역량을 보이지 못한 점은 더 큰 악재다. 업계에서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큐텐홀딩스의 기업가치 1조원도 과대평가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 신뢰를 완전히 잃은 큐텐홀딩스의 자체 플랫폼 큐텐의 계속 영업 가능성에도 의구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큐텐까지 영업을 중단하게 되면 큐텐홀딩스 FI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위시플러스 등 다른 큐텐홀딩스의 플랫폼 계열사들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 보유 지분을 제외하면 큐텐홀딩스도 청산 시 FI들이 건질 투자금이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상대적으로 상황 낫지만...’ 큐익스프레스 FI도 엑시트 요원
큐익스프레스 FI들은 큐텐홀딩스 FI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큐익스프레스에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코스톤아시아,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 등이 투자했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600억원을 들여 큐익스프레스 우선주를 매입했다. 코스톤아시아는 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는 산업은행과 함께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큐텐홀딩스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큐익스프레스는 티몬, 위메프 매출 비중이 극히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번 사태의 영향에서는 한 발 비켜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 실적을 살펴봐도 티몬, 위메프 매출 비중은 미미하다. 작년 큐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은 매출 81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티몬에서는 17억원, 위메프에서는 11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큐익스프레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큐익스프레스 전체 매출에서 티몬, 위메프 관련 비중은 1%가 되지 않는다”며 “큐텐 의존도도 최근 꾸준히 낮아지며 20%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큐텐이 영업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큐익스프레스는 독립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영배 큐텐홀딩스 대표가 사태 수습을 위해 자신과 큐텐홀딩스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FI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카드가 될 수 있다.
다만 큐익스프레스 FI도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하다. 매출 감소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큐텐홀딩스가 주축이 돼 추진해오던 나스닥 상장은 사실상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FI로서는 투자금 회수 시점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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